비밀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피의자나 피해자의 뇌를 스캔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제9연구실. 누군가의 뇌를 보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제9연구실은 오늘도 영상을 본다.

       뇌의 영상을 보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권리를 빼앗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서라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그들의 ‘비밀’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생각을 해보자. 좋아하는 사람을 힐끔힐끔 처다본 비밀스런 일이나, 은밀하고 치욕적인 일을 다른 사람이 알아버린다고 생각해보잔말이다.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작가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른 사람의 비밀을 보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를  독자에게 호소한다.

      미국 국민의 자애로운 아버지, 대통령 존 리드. 자상한 남편이자, 따뜻한 아버지이자, 탁월한 정치가였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살해당했다. 제 9연구실은 그의 뇌를 스캔해 범인을 밝혀내고자한다. 그 것은 본인의 승낙을 받은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가 끝까지 숨기려했던 [어떤 사진]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한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침해한 것이다.

      존 리드의 뇌를 본 수사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던 존 리드가 마지막으로 지키려 했던 [비밀]은 그의 [은밀한 사랑]이었다.그 상대는 다름아닌, 그의 딸 데보라의 연인. 그는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이 예고하고 찾아오는 녀석이었던가?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직감한 존 리드는 끝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목숨을 바친다.

     존 리드의 [비밀]은  전파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져,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인데......

     살면서 과거나 비밀 따위를 갖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사람들 중에는  그 [비밀]에 자신의 삶과 같은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다. [비밀]은 [비밀]인 채 두는 것이 옳다.

      시미즈 레이코는 장편도 훌륭하지만, 단편에 더 빛을 발하는 작가다. 그 웅대한 스케일을 압축해서 작품에 불어넣는다. 영화화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풀어내는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살인범의 이야길 다루었지만, 그가 짜낸 결과물은 한결같이 아기의 살결처럼 순결하고 아름답다. 살인범들의 만행을 차례차례 보여주면서도, 독자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순수한 마음을 선물한다.

   

           내가 본 영상, 나의 감정......눈으로 탐한 모든 것들......
                  그 것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순간......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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