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나라
김이재 지음 / 부비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책표지부터 강렬했다. 빨간색에 제목만이 한 눈에 들어왔다. 책표지를 정할 때 작가들은 얼마나 고민을 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책의 내용과 딱 맞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표지를 정하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까?

책은 한번에 휘리릭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의 나라 이 책은 빨간색이 강렬했지만 그 안의 내용은 위트와 유머가 일상속에 녹아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책장을 펼치니 작가의 친필이 들어있어 놀랐다. 고마웠고....정성을 다해 자신의 책에 자신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나의 학창시절과 젊은 시절이 스르륵 떠올라 놀랐다.

그냥 의식하지 않는 사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자꾸 끄집어내어지는 추억의 조각들..

추억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이야기들...그 이야기 안에서 자꾸자꾸 기억이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살이 보태지고 보태지다 보면 어느 순간 간첩도 잡고 백두산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런 경험...

첫 이야기 ‘분신’에 나온 K선배 이야기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K선배가 동네 오락실 어디선가 다 낡고 해진 푸르스름한 야상을 걸치고 수염도 깎지 못한 부스스한 머리와 충혈된 눈을 하고는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

가볍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들의 에세이에서 나의 지난 시절이 보였다. 중간 중간 보이는 위트와 삶에 대한 통찰들은 에세이의 맛을 느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에세이들을 많이 읽어보다보면 재미도 있어야 하고 읽으면서 책장이 마구 넘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야 하지만 차분하게 곱씹으며 책장을 잠시 덮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하사탕’을 보면 첫 사랑 소년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던 ‘황순원의 소나기’도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을 툭 던지듯 알려주는 내용도 좋았고 넘 심각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부분도 좋았다. 에세이를 많이 읽다보면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어느 순간 추스르지 못하고 뒷 이야기로 갈수록 끈적해지고 걸쭉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나라’에서는 산뜻하게 감정을 느껴 볼 수 있어 좋았다. 시종일관 풍선을 둥둥 띄운 것처럼 스르륵 흘러나와 편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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