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고는 고전소설이나 고전시를 모아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런데 정반대였다. 70명의 현대 시인들의 시작품을 모아 엮어둔 책이었다.

그런데 그 시들을 읽다보니 웃음도 나고 따뜻해지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잠시 생각도 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본문 66p)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김승희)


희망적이다. 세상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시라는 것이 간혹 보면 매우 염세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으로 흐르거나 너무 달달한 내용으로 흘러가는 등 극단을 치닷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안의 70편은 적당한 중간츼 입장을 가지고 있는 중립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으로 정리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


(본문 106p)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광장-박준)


자연친화적이다. 마음을 실내에 가두지 말고 밖으로 열자.

개학하고 괜히 마음이 울적해져 칩거를 할 뻔했다. 하지만 짧지만 읽을수록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더불어 용기가 난다. 시라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들린다.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생활속에서 들리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엮어내고 있다.

쓰는 사람도 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읽는 사람의 마음에 전달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어렵다.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우랴. 내마음의 좌심방과 우심방 근처에만 왔다갔다해도 좋겠다. 쿵떡쿵떡 움직이게 하는 최후의 자극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는 성공을 한 70편의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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