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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어느 날 공안부 검사 출신의 늙은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고, 살해되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엽기적인 동영상이 배달된다. 육 척이 넘는 거구에 후배 수사관들을 잘 챙겨주는 잔정 많은 베테랑 경찰 반장 두식은 이 사건이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 안양 여대생 살인사건을 해결한 범죄심리학 교수 수연과 수사팀을 이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에 이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검사 준혁과, 구린 냄새를 맡는 데 선수인 수도일보 8년차 기자 형진이 합류한다. 그리고 곧 두 번째 피해자가 생기는데..
변호사 장기국의 피살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코뿔소를 보여주마'
대개의 추리소설이 그렇듯 첫번째 사건은 뒤의 사건의 시발점이기 마련이다. 복잡한 장치와 연쇄사건일 가능성을 비추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너무 휘몰아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테의 신곡 외에도 카론, 저승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 유토피아 등등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와서 더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과거의 짙은 그림자를 끌어들인다. 지금은 피해자가 되어버린 고인들은 과거에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 권력을 휘두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주고 심지어는 없는 죄도 만들어 자신들의 실적을 올렸다. 과거의 기득권층에게 향한 복수의 칼날이었기에 이들이 벌이는 복수극은 단순한 원한 뿐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복잡했다. 오히려 점점 범인들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오묘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저들이 범인들을 심판대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계속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과거의 그림자를 쫓는 기득권층들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 검사인 준혁의 시점을 볼 때마다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얽히고 또 얽힌 관계 속에서 진실을 쫓는 사람들은 점차 복수극을 벌인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조사를 할 수록 드러나는 진실들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그러나 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인물들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게 맞아서 돌아가시게 된 아버지를 가진 두식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준혁,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수연.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충분한 매력을 살려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결말 또한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머리에서 자라나는 코뿔소의 뿔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결말은 현실적이고 허탈했다. 씁쓸하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소설이라 읽는 동안 더욱 더 현실과 다른 결말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