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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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반쯤은 허영이고 반쯤은 호기심으로 늘 도전하지만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미술사다. 여러 책들을 두루 읽어보며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접하게 되면 겉으로만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는데 '난처한' 시리즈는 그렇지 않았다. 우선 글이 딱딱하지 않았다. 설명을 줄줄 늘어놓게 되면 중간에 읽다가 생각이 다른 세계로 떠나버리는데 이 책은 정말 대화하듯이,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야기를 잘 끌어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루함이 덜했다. 


어느 분야의 역사를 공부하더라도 전체적인 시대상을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만큼 이 책에서도 두루두루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많은 사진자료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서 읽기 굉장히 좋았다. 4권에서는 주로 중세 미술, 고딕 미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1000년이 넘어가면서부터 일어난 순례 붐부터 십자군 전쟁, 바이킹,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간단한 요약 페이지도 있어서 점검해 보기도 했고.. 그런 걸 보면 아이들도 읽기 좋게 쓰여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난처한 미술 이야기를 1권만 읽고 곧바로 4권으로 건너뛰었는데, 다 읽어보니 책이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어 어느 권을 먼저 읽든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차례대로 읽으면 머릿속에 미술사의 순서가 차곡차곡 쌓이겠지만 일단 흥미 위주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모두 비슷해 보였던 성당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더 크고 화려하게 성경 이야기를 했던 사연도 들어보고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한 뒷 이야기도 듣다보니 어느새 중세시대에 푹 빠져 있었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는데 소설을 읽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읽으면서 몇 가지 호기심도 풀었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천장 무늬에까지 관심이 생겼다. 지상에 구현한 천상세계라는 고딕 성당의 사진들 덕분에 눈호강을 제대로 했던 건 덤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빛과 울림통 효과를 계산한 건축을 통해 어떻게 더 내부를 웅장하게 보이게 만들었고 찬송가에 더 경건한 느낌을 더했는지 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화려한 중세의 건축물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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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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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힘이 세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자의 공감능력 때문이란다. 책속 이야기에 들어갔다 나올 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공감을 할 수 있다라니. 묘하게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단순히 살면서 좋았던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책 제목이 '여자의 독서'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릴 때 딸부잣집의 셋째딸로 자라며 '여자라서'라는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저자는 책 속의 세계에 일찍부터 빠져들었다고 했다. 책 속에서 위로를 받고, 자존감을 찾고,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나고.. 그래서인지 책을 선정한 기준은 정말로 '여자'를 위하여였다. 


책 속 내용에서는 자연스럽게 내면에 깔려있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성격인 나는 이렇게 급진적인 책을 들이대면 움츠러든다. 그래서 나에겐 굉장히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은근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나에게 좀 더 나은 방법이 되었을 것 같다. (소설만 주구장창 읽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중간중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깊이 있게 빠져들게 하고 탐색하지 않아서 뭔가 부족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다만 이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구나하는 점은 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어떠한 책을 읽고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느낌만 똑같이 받는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만큼 나는 새로운 가치관을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걸 종종 즐기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여자의 수호신 파트였는데 과연 나는 어떤 여신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닮아가고 싶은 걸까 생각하니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개인사가 굉장히 많이 섞여 있어서 차라리 에세이 쪽으로 출간방향을 잡았다면 이렇게 괴리감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들지만, 조금 더 당당하게 살아갈 용기가 필요해서 어떤 책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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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사랑하고 있습니다.
펜타부 지음, 후카마치 나카 그림, 이재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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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트위터에서 연재된 연애담을 책으로 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조그맣고 하얀 책은 깔끔한 외관처럼 내지도 깔끔한 일러스트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어딘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에는 한 커플이 등장하는데,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 속 사랑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달달해지기도 했고,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을 잘 표현해두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챕터는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변덕스럽게, 혼자보다 둘이 좋아, 다들 분명 사랑을 좋아하는 거예요... 이렇게 셋이었는데 왜 신혼부부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보였는지 모르겠다. 학생의 풋풋함도 괜찮았지만 매일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았다. 일러스트도 귀엽고 몽글몽글한 느낌이라 가볍게 미소 지으면서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은 문구들과 함께 일러스트가 있어서 빠르게 볼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 금방 페이지가 넘어가니 아쉽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여자에게 예쁘다고 해 주었을 때 여자가 부정하면 자기 취향이라고 말해준다는 것과, 남편의 생일날 아내가 케이크에 나이만큼의 촛불대신 영양드링크를 준비해놓고 하나하나마다 손편지를 써 놓았다는 것. 그런 걸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짧은 글이라 책을 읽기 점점 어려워지는 여름날에 일상 속 설렘을 되찾기 위해 기분전환으로 보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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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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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하루하루 이별의 과정을 걷는 소설이다. ‘롱 굿바이(Long goodbye)’라고도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손자, 과거의 모습으로만 옆에 있던 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건조한 편이다. 할머니와 손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같은 작가의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손녀와 손자를 남기고 떠나는 입장이지만 전작에서는 세상 부러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었다면 이번 단편에서는 아릿한 감정이 더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31p

책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잔잔해서 그런지 읽는동안 삶의 끝자락, 이별의 준비 과정을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긴 이별의 시간을 풀어놓은 듯하지만 분량은 짧은 편이다. 162p로 끝이 나니 빨리 읽는다면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분량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느리다. 또 할아버지의 기억 속 세계와 과거의 모습, 현재의 모습이 번갈아 나와서 가독성이 떨어졌다. 두리뭉실한 느낌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그리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간은 모두 다르게 돌아간다. 할아버지는 과거 먼 길을 돌고 돌아 현재에 올 때마다 매번 두려워하고, 손자와 아들은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마침내 서서히 받아들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 속 세계가 점점 작아지고 과거의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늘 같은 말과 질문을 하지만 매번 달라지는 현실에 사는 이들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고.  


머릿속 기억의 세계에 있는 손자 노아노아.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만 머릿속 세계에선 대부분의 시간과 추억을 차지하고 있는 부인. 할아버지의 세계를 보다 보면 진정한 이별이 과연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과거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고,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이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부러웠다면 이상한 걸까. 적어도 갑작스럽게 닥친 이별이 아니었으니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부러웠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이별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더욱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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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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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망독서라는 생소한 제목탓일까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출판사 포스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내가 본 것은 어린 멍게의 이야기였는데, 평생의 거처를 찾기 위해 떠돌던 멍게는 정착할 장소를 찾으면 결국 필요 없어져버린 뇌를 먹어치운다는 내용이었다. '절망 독서'라는 제목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 같은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본 책의 내용에서는 멍게의 예시 이외에도 여러 예시를 들며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쩌면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절망하고 있을 때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저자는 14년동안 절망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왜 그렇게 길었나 했더니 이름도 생소한 병 때문이란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이해가 되었다. 왜 절망 속에서 희망 대신 비슷한 절망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지. 


아직 '절망하고 있는 기간'일 때 밝은 책을 보면 너무 눈부셔서 오히려 슬퍼지며, 마음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61p


절망에 공감함으로써 절망을 치유한다는 동질효과, 그 다음 밝은 이야기를 접해 마음을 치유한다는 이질효과. 두 효과가 1부에서 말하는 절망의 이야기에 대한 핵심이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우울하고 절망적이었을 때를 떠올리니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에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어쩌다 암환자들과 같은 병실을 쓰게 되었는데 당시 나는 난생처음 하게 된 오랜 입원생활로 잔뜩 위축되고 우울해있었다. 암환자들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묵직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옆자리에 있던 분이 나를 향해 그렇게만 있으면 안된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뭘 안다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하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암이 재발해 두 번째로 입원했음에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고 밝게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절망에 빠져 오히려 그 희망을 찾으려 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었다. 못된 생각이었지만 주변의 모든 행동들이 너는 왜 그렇게 못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너무 불편했다. 이후 억지로 잘 적응해나가는 척을 했었는데 이제야 책을 통해 그 이유를 깨달은 셈이다.


 


사실 동질효과는 어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어디서 피노키오의 모습을 본 어린아이가 피노키오의 나쁜 행동을 보고 공감하고 안심한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 문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비슷한 상황을 보며 위로받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었을까. 그러니 계속해서 이야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묘하면서도 한결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다만 1부를 지나 2부에 들어선 어떤 상황에 맞는 책이나 다른 이야기들을 추천해주는데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만큼 일본문학의 비중이 컸다는 점이 아쉬웠다. 일본 소설을 안 읽지 않는 나는 저절로 패스.. 그런 점에서 뒤쪽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책의 앞부분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종종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제발 그냥 조용히, 내 마음이 정리될때까지 나를 내버려두라고. 인생은 절망과 망각의 연속이 아닐까 극단적인 생각도 해 본 적이 있기에 절망에 관하여 빨리 털어내는 것보단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억지로 밝아지지 말라고 말해줘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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