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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절망독서라는 생소한 제목탓일까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출판사 포스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내가 본 것은 어린 멍게의 이야기였는데, 평생의 거처를 찾기 위해 떠돌던 멍게는 정착할 장소를 찾으면 결국 필요 없어져버린 뇌를 먹어치운다는 내용이었다. '절망 독서'라는 제목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 같은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본 책의 내용에서는 멍게의 예시 이외에도 여러 예시를 들며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쩌면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절망하고 있을 때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저자는 14년동안 절망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왜 그렇게 길었나 했더니 이름도 생소한 병 때문이란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이해가 되었다. 왜 절망 속에서 희망 대신 비슷한 절망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지.
아직 '절망하고 있는 기간'일 때 밝은 책을 보면 너무 눈부셔서 오히려 슬퍼지며, 마음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61p
절망에 공감함으로써 절망을 치유한다는 동질효과, 그 다음 밝은 이야기를 접해 마음을 치유한다는 이질효과. 두 효과가 1부에서 말하는 절망의 이야기에 대한 핵심이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우울하고 절망적이었을 때를 떠올리니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에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어쩌다 암환자들과 같은 병실을 쓰게 되었는데 당시 나는 난생처음 하게 된 오랜 입원생활로 잔뜩 위축되고 우울해있었다. 암환자들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묵직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옆자리에 있던 분이 나를 향해 그렇게만 있으면 안된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뭘 안다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하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암이 재발해 두 번째로 입원했음에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고 밝게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절망에 빠져 오히려 그 희망을 찾으려 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었다. 못된 생각이었지만 주변의 모든 행동들이 너는 왜 그렇게 못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너무 불편했다. 이후 억지로 잘 적응해나가는 척을 했었는데 이제야 책을 통해 그 이유를 깨달은 셈이다.

사실 동질효과는 어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어디서 피노키오의 모습을 본 어린아이가 피노키오의 나쁜 행동을 보고 공감하고 안심한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 문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비슷한 상황을 보며 위로받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었을까. 그러니 계속해서 이야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묘하면서도 한결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다만 1부를 지나 2부에 들어선 어떤 상황에 맞는 책이나 다른 이야기들을 추천해주는데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만큼 일본문학의 비중이 컸다는 점이 아쉬웠다. 일본 소설을 안 읽지 않는 나는 저절로 패스.. 그런 점에서 뒤쪽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책의 앞부분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종종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제발 그냥 조용히, 내 마음이 정리될때까지 나를 내버려두라고. 인생은 절망과 망각의 연속이 아닐까 극단적인 생각도 해 본 적이 있기에 절망에 관하여 빨리 털어내는 것보단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억지로 밝아지지 말라고 말해줘서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