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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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는 사람들 '디 아더 피플'. 소설의 처음부터 그들의 정체에 관해 나오지는 않는다. 초장을 시작하는 장면은 딸 아이가 납치되는 걸 보게 된 아빠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분명히 딸 '이지'는 오늘 생일이었고, 아빠인 게이브는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바로 앞을 달리는 오래된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차 안에서 딸 이지와 꼭 닮은 모습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내와 함께 집에 있어야 하는 딸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게이브에게 앞 차에 타고 있던 이지를 닮은 여자아이가 말한다. "아빠"라고.  게이브는 즉시 추격전을 벌이지만 차를 놓쳐버리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고 집으로 전화하지만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게이브에겐 아내와 딸이 죽었다는 잔혹한 소식이 전해진다.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아이가 납치당하는 걸 직접 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읽으면서는 소설이라 별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는데 후반부쯤에서 꼬였던 이야기를 모두 풀어갈 때 깨달았다. 그런 우연같은 일 자체가 하나의 판이라고. 스릴러 소설이 으레 그렇듯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 사연깊은 인물들이고, 상당한 수의 인물 이야기가 나와서 앞부분 진도는 그리 빨리 나가지 않는다. 무언가 일이 터졌구나 싶게 납치물로 시작했지만 딸을 잃은 아버지인 게이브는 오히려 집에서 발견된 아내와 딸의 살해범으로 몰리기도 하고, 차로 납치되는 딸을 보았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태.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는지 게이브는 풀려나고 그 후로 도로 위 휴게소를 전전하며 딸을 납치한 차량을 찾고 있었다. 사마리아인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남자와 함께. 그리고 마침내 사마리아인이 차를 찾아냈을 때, 게이브는 '디 아더 피플'이라는 단체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범죄자를 법을 대신해 심판한다. 이 책이 궁금했던 건 저런 설정 때문이었다. 때문에 '디 아더 피플'이 수면위로 드러난 이후부터는 책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이 지금도 흔하기 때문에 십분 이해가 간다. 과연 정의는 어떤 기준에서 판단되고 살아있기는 한걸까 의문이 드는 일이 많아질수록 이런 상상도 더욱 커지는 게 아닐까. 비슷한 설정의 소설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디 아더 피플은 조금 더 특별했다. 의뢰를 하고 수행이 된다면, 본인도 언제 어느때라도 그쪽에서 요청한 일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게 무슨 일이라도 말이다. 요청을 수행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오로지 죽음 뿐. 때문에 시스템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의뢰이자 요청을 하면 이례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모든 요청이 실행된다니, 과연 복수의 끝은 어디까지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CJ튜더의 소설은 전작도 읽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을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약간 뻔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처음부터 이야기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한 80퍼센트쯤은 때려맞췄으니... 하지만 마지막 후반부쯤이 되니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있었고, 이제껏 뿌려뒀던 떡밥이 하나 둘 풀려가며 완성되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과학적으론 설명되지 않는 약간 판타지적인 면모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소설 자체는 흥미롭다. 과거에 잘못, 처벌의 무게, 그리고 없어지지 않는 죄. 목숨을 거두고 싶은 복수대상이 있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악인이 정말로 반성을 모르고 죄를 덮으려고만 했을까? 죄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일인 건 맞지만 벌을 행하는 사람이 악인처럼 보이는건 작가가 유도한 것일까? 죄와 관련이 없는 사람도 주변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굴레가 끊어지지 않는 게 아닐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우리는 고통이 뭔지 압니다. 상실이 뭔지 압니다. 부당함이 뭔지 압니다.

우리는 고통을 공유합니다...

공유해 마땅한 사람들과 함께. -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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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 - 연애 좀 해 본 작가의 쏘-쿨한 비혼 에세이
홍경희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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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기 시작할 나이긴 하지만, 어릴때부터 결혼을 굳이 해야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았다. 개인적인 환경 때문일수도.. 어쨌든 뭐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엄마는 넌지시 기회가 되면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으나 머릿속으론 상상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 산다면 모를까. 극심한 내향주의에 예민한 딱 혼자살기 좋을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오래전부터 나는 집에서도 혼자가 좋았다. 경제적인 문제와 스스로를 책임질 자신이 있다면 비혼주의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혹시 미래엔 후회하지 않을까? 아직은 고민이 많은 시기라 최대한 간접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연애 좀 해 본 작가의 쏘-쿨한 비혼 에세이'라는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은 비혼을 실천 중이신 마흔 살. 행복한 비혼과 합리적 비혼의 세계라는 이름 아래 비혼생활 이외에도 인생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굳이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도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혹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미래의 선배님격이 될 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갔지만. 책은 구어체로 되어있어 쉽게 읽히고 생각보다 재밌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흥미있게 보기도 했고, 생각지 못한 방향의 이야기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사회가 변하며 책임의식은 점점 더 커져가고 확확 바뀌는 미래는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때문에 작가님도 무작정 나는 비혼주의자야라고 말하며 홀로 즐겁게 살자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성찰한 시간이 엿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 관계에 그렇게 목매지 않아도 될 때쯤, 자유롭게 사는 싱글의 매력을 알게 되어 비혼주의자로 살고 있다는 작가님. 이후 지금 생활을 살피고 미래의 일도 생각하며 나름대로 합리적인 생활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맞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로 끝낼 수 있다는 자유로움, 노년의 수발은 과학기술이 발전될테니 AI가 들면 되지 않겠냐는 신선한 시각, 나 하나 관리하기도 벅차니 자녀계획은 없다는 책임론. 그런 이야기들을 비혼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생각해 내린 결론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밖에 성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하고 있고 비혼주의자가 필연적으로 겪는 외로움이나 사람과 관계를 맺는 노하우 등을 말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말은 외로움을 식욕, 수면욕, 성욕 같은 본성처럼 인정하는 쿨함도 필요할 거라는 것. 혼자 지내는 게 외롭다는 이유로 늘 사랑이 충만했으면 좋겠다라는 건 모순임으로 자유와 고독을 세트처럼 생각해야 하는 데 많이 공감이 되었다.


비혼, 무자녀, 1인 가구를 줄여서 비무일. 비무일이란 용어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는데, 비무일로 살아가며 느낀것과 이야기를 보다보니 정말 비혼주의자의 길을 걷는다면 결혼준비만큼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홀로 사는 가구에 대한 제도적 배려는 그리 많지 않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사회에서 혼자의 길을 걷는다는 건 그만큼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점점 비무일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복잡미묘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불편한 건 맞는 것 같다. 사회의 시선이나 제도나. 그럼에도 모든 삶의 형태는 누가 결정해주고 책임져주는 게 아니므로, 합리적인 생각과 결정을 통해 스스로 책임질 삶의 형태를 선택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선택이 결혼이든 비혼이든 말이다.


지금껏 걸어온 이 길, 항상 제가 주인공이고 

저를 위해 제가 선택하고 결과에도 제가 책임져 온 

이 자유롭고 당당한 비무일의 길이 꽤나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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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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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출판사라고 하면 여럿이서 일을 하고 여러명이서 분업해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세나북스 출판사는 다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책임지고 모든 일을 하는 1인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라는 부제목에서 보여지듯 혼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출판사를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일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섬세해야하며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다. 올해로 6년 차, 세나북스의 대표님이자 작가님은 에세이 형식으로 책을 통해 1인출판사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세나북스의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어서 1인 출판사라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정보였다. 저번에 '1인 출판사 수업'을 읽었지만 크게 실전에 가까운 이야기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1인 출판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서 기대가 됐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지만 조금 더 실전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좋아해서인지 순수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미래에 출판사 생각이 있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간활용이 비교적 자유롭고, 혼자 일할 수 있을 때는 더더욱 매력적이라고 하니까. 


출판사가 하는 일에 대해 보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크게는 보이는 부분인 표지 디자인과 내용 편집된 내지부터 보이진 않지만 하나하나 손이 가야하는 유통이나 주문, 재고관리, 홍보 등등의 이야기를 읽으니 독자로써 직접 경험해본 일이 떠올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직접 출판한 책의 재고를 본인의 집 안에 두고 직접 배송하시는 1인 출판사 분이 있다고 한 부분이었다. 책의 재고를 보통 출판물류 대행업체를 이용해 맡겨두고 배송하고 보관료를 지불하지만 집에서 가능한 분이 있다니.. 집에 몇 백권넘게 책을 쌓아놓고 살아서 그런지(...) 몹시 인상적이었다. 물류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마음아프지만 폐기처분도 도와주고 배송일도 직접 할 일이 줄어든다고 하니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밖에 소소하게 궁금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출판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얻었다. 내가 쓴 책만 낸다면 어떻게 될까, 투고 원고는 어떻게 검토하는 걸까, 기획은 어떤 식으로 하는 걸까, 재쇄를 찍을 때 물량은 어느정도로 하는걸까 하는 정말 출판사에서 일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저번에 읽었던 책보단 조금 더 전문적인 냄새가 난다. 게다가 직접 발로 뛰며 배웠던 정보들도 많았다. 책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판매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출판사 일을 하는지는 조금 엿볼 수 있었다. 혹시 1인 출판사를 한다는 게 굉장히 낭만적이고 좋아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의 초반에 미리 밝혀둔 것처럼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것만 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으니 정말 1인 출판사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확실히 많은 정보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환경적인 변수도 많고 생각지 않게 손이 가야할 곳이 이곳저곳 많이 생겼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과 그 외의 일과의 밸런스를 잘 유지해서 시너지를 내야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남에게 인정도 받을 수 있다. -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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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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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라는 어중간한 시기에 '가나시'마을로 전학 온 주인공 미치루. 미치루는 새 학기 초에 전학을 오지 못해서 친하게 지낼 수 있을만한 아이들 무리와도 친해지지 못했고 종업식을 맞는다. 급하게 이사를 온 바람에 동네에도 익숙하지 못했고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어 우울했던 미치루는 1학기 종업식이 끝난 뒤 의문의 녹색 그림자를 보게 된다. 전학을 오고 일주일 뒤인 미술시간, '여름 사람'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에 미치루는 고민하다 밀짚모자를 쓴 아이가 해바라기 밭에 있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망설임없이 온 몸을 녹색으로 칠한 녹색 사람을 그리고 있었다. 의아해하던 미치루가 녹색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옆자리 아이는 무언가 더 물을까봐 불안해하는 얼굴로 '이 주변에 있는 여름사람이야'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미술실에서 나가버린다. 


그런 여름사람이자 녹색남자인 정체불명의 사람이 미치루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겁에질린 미치루는 도망을 치다 반장인 사토 스오를 만나고 초록 그림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스오는 미치루를 진정시키며 이 지역에 있는 창문없는 겨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고, 미치루의 가방에서 초록색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 안에 든 것은 여름성의 여름캠프 초대장. 결국 미치루는 호출된 아이라면 반드시 가야한다는 여름캠프에 참가하고, 여름성으로 향하는 열차와 보트에서 다른 다섯명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 책은 굉장히 얇은 편이었다. 178p로 끝나는 소설이라 왠만한 라이트노벨 두께와 비슷하다. 표지가 분위기있게 예뻐서 눈길이 굉장히 많이 갔는데 초반에는 소설을 읽으며 좀 당황스러웠다. 몽환적인 이야기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예상하며 읽었는데 정 반대의 것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나타난 녹색사람, 녹색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리는 마을 사람들, 정체가 모호한 겨울성과 여름성, 여름성에 모여든 소녀들의 비밀 등등. 갑자기 전학을 오게 된 미치루의 시선으로 진행되어서인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7월에 흐르는 꽃이란 제목이 의미하는 건 뭘까, 그리고 의문투성이인 녹색사람은 누굴까, 왜 초대장을 받으면 무조건 여름성에 가야만 할까, 여름캠프엔 왜 몇 명의 아이들밖에 없을까. 수많은 의문점 때문에 소설을 훅 읽어나갔지만, 중후반까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후반부를 달려가면서 갑자기 모든 의문점을 확 풀어버리는 구조인데,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풀린 건 아닌것 같고.. 어쨌든 여러 의문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앞부분은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결말부가 아쉽다고 생각해서 킬링타임용인것 같지만.. 뒷부분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니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이 되는데, 어쨌든 잡았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은 있는것 같다. 끝까지 읽어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더 두꺼운 소설로 나왔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저게 우리의... 우리의 쓸쓸한 성이야. -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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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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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 깊숙한 곳을 생각하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이 정말이 아닐까 하고. 분명 위로를 해줘야 할 상황인데 속으론 기쁘고,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서 안심하고.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묘한 안심과 함께 이런 현상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하는 단어. 비단 독일어 뿐만 아니라 고대의 다른 나라들에게서도 이런 단어는 존재해왔다. 프랑스어로 주아 말린, 네덜란드어로는 리드베르마크, 러시아어로는 즐로라드스트보, 우리나라는 쌤통. 쌤통이라는 단어를 보니 이 오묘한 감정이 확 친근해졌다. 2000년도 더 전의 로마인들도 '악의 있는 사람'을 가리켜 '말레볼렌티아'라고 불렀으며, 그보다 더 전에 그리스인들은 '에피카이레카키아'라는 말로 치욕에 대한 기쁨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니 이러한 감정은 인간의 본성에 오래전부터 내재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 항상 큰 노력 없이도 인기를 끌던 친구가 애인에게 차였을 때

- 정원의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어디에 묻어놓았는지 까먹을 때

- 고상한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고 늘 자랑하던 직장동료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을 틀었는데 그가 직접 불러 녹음한 대중가요가 흘러나올 때


어쩐지 얄미운 사람이 작은 불행을 당하면 고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내용이 책에도 잘 나와있었다.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는 말을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샤덴프로이데는 일상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모르는 사이 교묘하게 감정을 이용당하기도 하며 오락거리로 소비되기도 한다.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은밀하고 부정적인 느낌의 감정이지만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실례로 나는 내 집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반려동물들이 집에서 사고치는 모습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 또한 샤덴프로이데의 일종이라고 한다. 자그마한 실수를 보고 웃는다던지 혹은 불행에 빠진 친구를 위해 나의 불행담을 풀어놓는 것 또한 마찬가지. 생각지 못한 일들을 책 속에서 만나다보니 누구나 샤덴프로이데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샤덴프로이데로 무슨 이득을 보길래 본성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얼핏 보면 드러내서는 안되는 감정이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처럼 생각되지만, 생각외로 이점도 있다. 혼자 실의에 빠지기 보다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실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위안 받기도 하고, 실수를 보고 약간의 우월감을 느낌으로써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묘한 일이지만 잘난 척 하거나 위선적이거나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이 벌을 받으면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정이 정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모두가 선하지 않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며, 샤덴프로이데를 이해함으로써 얻는 이득도 분명히 있다.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샤덴프로이데를 느꼈다면 내가 부족하지 않은 적수로 보였다는 뜻이며, 샤덴프로이데를 알아채고 왜 그렇게 달콤한 만족감이 느껴지는지 이해한다면 그 밑에 깔려있는 괴로운 감정까지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사례들을 보니 정말 내가 이렇게 샤덴프로이데를 잘 느끼는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그렇게 될 거라고 예언을(...)했는데 정말이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느꼈던 감정들을 돌이켜보면 샤덴프로이데일 때가 있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연예인에게 작은 꼬투리가 생기면 재밌어한다는 점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하지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 감정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감정을 알아채고 인정함으로써 다스려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나만 왜 이러지라고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나 이 책에서도 마지막엔 잘못된 감정이니 그냥 다스리라고 하지 않을까 슬쩍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시원스럽게 인정해버리고 털어놓기까지 하라니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은밀한 감정을 끄집어내어 보여주어 오히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좀 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시간이었다.


샤덴프로이데를 느낀다고 해서 나쁜 인간이 되는 건 아니다.

이런 감정의 유연성은 인간이 가진 비범한 능력이며, 도덕적 경직성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더 진실하기까지 하다. - 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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