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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확고한 기준으로 가치를 소비하는 이 시대의 생활비법
안희진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미니멀리즘을 포기한, 쇼핑으로 맥시멈리즘을 실천하는 안희진 작가의 에세이.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쾌함과 쇼핑에 관한 이야기. 키만큼의 월급을 받아 알차게 소비하는 프로 소비러, 매번 쇼핑에 대한 구실을 합리화하며 잔뜩 오는 택배 상자들을 반기는 사람. 이런 상황들을 보면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소비하는 건 즐겁고, 택배상자를 뜯는 건 더욱 즐거우며 인생템을 공유하는 것 또한 즐겁기 그지없다. 때문에 책은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이런 친구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였다. 오늘도 일코하는 덕후 중에 하나인 나는 굿즈에 불타는 소비욕을 발휘해 각종 편의점과 영화관을 돌며 굿즈를 수집하는 에피소드와 메이플 해킹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차마 닉네임을 입에 올리지 못해 복구를 포기하는 에피소드들을 보곤 현실 웃음이 터졌다. 저런 에피소드가 있는 친구라면 100퍼센트 공감을 해주면서 잘 지낼 수 있을텐데.. 우선 소비를 해 몇 개의 스탬프를 모으고도 확률의 농간에 당할 수 밖에 없는 랜덤뽑기부터 그렇다. 그리고 영화관에만 있는 캐릭터 컨테이너를 위해 팝콘은 포장으로 컨테이너는 곱게 종이백속으로 콜라는 포기했던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해서인지 영화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 게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두고 싶다. 외에도 곳곳에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많이 보았다. 사실 동년배라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수도 있다.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관심사와 추억거리가 일치하면 반갑기 그지없었으니까.
어쨌든 에세이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시트콤 한편씩을 보는 느낌으로 에피소드들을 보다보니, 작가의 쇼핑 컨설팅을 받고 싶어질 정도다. 물욕은 많지만 그 물욕을 충당하기 위한 검색을 매우 몹시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작가의 친구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막상 현실이 되면 매일 물어다주는 할인정보와 쇼핑목록들을 질려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쇼핑을 하면서 삶의 낙을 찾았고, 쇼핑을 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이것저것 따지며 일단 지르고 난 뒤 합리적 소비라고 자화자찬한다. 회사로 매일 도착하는 택배를 보며 동료들은 혀를 차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하철 역에서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보며 장바구니 월드컵을 펼치고, '어차피 살거면 빨리 사자', 배송비가 유료라면 공구를 해보자 등등의 재밌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삶. 그렇게 그려지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게 보여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책 속에서 처음 보는 아이템도 많았고, 이런 소비생활이 존재하다니라고 놀란 것도 있었으나 작가의 소비생활을 응원한다. 소비를 함으로써 살아가고 살아갈 힘을 얻으며 지인들을 위해서도 소비하는 삶.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너무 잘 샀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도 어쩐지 그럴듯한 구실을 붙여 쇼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살다 보면 인생에서도 매운 날이 있다.
요즘 같은 연말에 쏟아지는 일을 감당할 수 없는 내 능력에 속상할 때.
동료가 내뱉는 한마디가 힘이된다. 퇴근길 수입 과자점에 줄지은 과자가 위로된다.
택배가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생기를 준다.
가끔은 너무 맵다 생각할 때 다가오는 사소한 치즈 같은 순간들,
그런 것들로 다시 힘을 낸다. - 9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