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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더이상 고독사가 남일이 아닌 시대다. 몇 개월만에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하고, 몇 년만에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일. 일본에서도 고독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자택에서 사망한 이가 사후 상당한 날짜가 경과한 뒤 발견되는 상황 고독사. 저자는 사람이 사망해 떠난 곳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의 직원이다. 유품정리인이라는 저자의 눈에 비친 고독사 현장은 참혹했다. 살아있는 한 사람의 터전이었던 곳은 시간이 멈춘 채 온기대신 악취와 오물만 남아있다. 저자는 고독사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미니어처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실을 알리기 위해 사실적으로.
책 속에 수록된 미니어처는 8점. 미니어처에는 일부 혈액과 체액을 재현한 것도 있어서 처음엔 좀 놀랐다. 오래 방치된 시신에서는 체액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체액은 바닥까지 스며들어 특수청소가 필요하다고. 비록 책을 통해 미니어처 사진으로 현장을 보게 되었으나, 현장의 참담함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고독사 한 현장모델을 보고 말한다. 나는 저렇게는 안 될거라고. 하지만 저자는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쓰레기집이 되기도 한다 말한다. 각종 격무에 시달리다 와서 집안을 돌볼 힘이 남지 않아 미뤄뒀다 너무 늘어나버렸다거나, 야근이 잦아 쓰레기를 제때 버릴 수 없어서라거나, 스토킹에 시달려 나갈 수 없다거나, 치매나 발달장애, 깊은 상실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등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 언제 어느때 일어나게 될지 모를 일들이 이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미니어처 모델은 극심한 온도변화 즉 히트쇼크로 인해 화장실이나 욕실에서 고독사한 경우였다.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갑자기 이동하거나 극단적인 온도차가 혈압변동을 유발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히트쇼크(heat shock). 화장실에선 온도차도 문제지만 배에 힘을 줬을 때 혈압이 높아졌다가 배변 후 급격히 떨어지는 탓에 히트쇼크가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주로 고령자가 많지만 젊은층도 예외는 없다고. 변기커버를 씌워두는 것이나 온열변좌로 바꾸는 것만으로 예방이 된다니 조심할 건 미리 조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고독사를 하게되면 발견도 늦은 편이고 욕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쨌든 고독사 이후 고인의 친구라며 현장에 나타나 물건을 집어가기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을 느끼기도 했고, 미리 집을 정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보며 착잡하기도 했다. 삶의 형태가 여러가지이듯 죽음의 형태도 마찬가지. 하지만 누군가 떠난 자리는 서글프기 마련이다. 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현장을 치우고 꽃을 사와 애도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고독사만은 예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난 저렇게는 안 될 거야."
사정이 이런데도 그리 단언할 수 있을까. - 4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