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달동 미술관
피지영.이양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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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쇠락한 동네 영달동. 그 곳에 뜬금없이 미술관이 나타난다. 깜박거리며 고장나있던 가스등이 더이상 깜박거리지 않는 1층의 맞은편, '영달동 미술관'이란 글씨가 새겨진 화랑.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하다 패잔병처럼 고향에 내려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명하는 도현은 허름한 동네에 화랑이 생긴 사실을 의아해하지만, 이내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반가워한다. 그렇게 매일 저녁 퇴근길에 미술관 앞을 지나치던 도현은 어느 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미술관의 내부에 걸려있는 작품은 유명작들의 모사품. 빈약한 전시였지만 마치 도현에게 꼭 맞춘 듯한 그림이 걸려있었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슨트 남자에게 호감도 가지게 된다.


영달동에 있는 어머니의 집은 도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처분해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집을 담보로 서울에서 공부를 했고, 끝내 공무원이 되지 못하자 집을 처분해 다른 동네로 이사가기 위한 수단. 때문에 영달동에 머무르고 있는 과거의 사람들이 도현은 달갑지 않았다. 동창이었던 정현을 피하듯 도망친 것도 일환이었고, 마을의 어르신들을 못본채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것 또한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영달동 미술관에서 그림을 본 후 자신이 살았던 마을과 홀로 집에서 그림을 그렸을 어머니, 타국에서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 등을 생각하며 마음이 바뀌게 된다. 마음이 바뀌었다고 행동이 곧바로 변하지는 않아 쭈뼛대길 며칠 째, 도현은 길에서 마주친 정현에게 급히 제안한다. 동네사람들과 김장을 하면 어떻겠냐고. 사실 도현의 제안이 몹시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1/3쯤에 그런 제안이 나오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뒷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 다음의 이야기가 영달동 미술관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니까.


사실 소설의 주인공은 도현 한 사람 뿐만이 아니다. 영달동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은 세 사람으로 각자 혼란스럽고 무거운 삶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비밀스레 나타나 그 사람에게 꼭 맞는 그림을 보여준다는 영달동 미술관. 판타지적인 설정이 들어 있어서 초반부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인물이 많아지며 미술관이 필요한 서사가 끼워넣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술관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했고, 차라리 분량이 좀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필로그에 나왔던 도슨트의 비밀도 포함해서.. 어쨌든 소설 외에도 미술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어 좋았던 소설이다. 알고 있던 내용은 이렇게 소설로 엮어낸 것이 신기하기도 했으며, 아를의 방에 대한 사실이나 처음 보는 작가의 그림 등 처음 보는 정보들도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영달동 미술관이 있다면, 그곳에 가게 된다면 내겐 어떤 그림이 보일까? 그런 상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화가는 그림 속에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림은 자신과 눈을 맞추는 이에게 말을 건다. -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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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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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지 않고 조금 특별한 인문학 책 '1센티 인문학'. 처음에 인문학적 이야기를 풀어낸 책인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은 인문학적 사고로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나 쟁점들을 이야기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신랄한 비판과 쓴소리는 덤이었고. 하지만 딱딱한 책이 아니라서 책의 진도는 잘 나갔던 편이다. 먼 과거부터 있어왔던 세습자본주의, 갑질가족 같은 이슈부터 시작해서 배타적 경제수역, 인성교육, 팬데믹 같은 사회적 문제도 있었으며 보기만 해도 화가나는 이슈인 음주범죄, 청소년 범죄 등의 이야기, 살충제와 환경문제 등등.. 많은 문제들을 두루두루 바라보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음 주제는 어디로 튀어갈지 기대되는 동시에 정신없기도 했지만.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수업이라는 문구를 충실히 실행하듯 책 속에 나오는 교양정보들은 그리 어렵게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위주로 선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과거 역사 속 일들을 현대적으로 비유하고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고 있어서 더 확 와닿은 것도 있었다. 현대로 치면 서울시장, 서울중앙지검장, 교육부장관, 서울대총장을 모두 한 셈이라는 과거인물 이행에 대한 찰떡같은 비유 때문에 과거 그의 권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고,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무조건 서울에 집을 사고 돈이 모자란다면 근교에 있다가 인서울 하라는 현대 버전으로 해석해 놓아 한번에 내용을 납득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 인물들이 가졌던 권위적인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효과도 있어서 왠지 더 친밀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갔던 것 같다. 이런 점이 좀 과하다라고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읽기엔 좋은 책이었다. 한가지 더 특이했던 것은 각 장의 제목 밑에 해시태그로 키워드를 기입해둬서 이게 어떤 내용인지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본문의 내용은 '정약용의서울사랑', '공부보다돈'이라는 해시태그가 있었던 '아들아, 무조건 서울에 살아라'편과, '과거제도'와 '빈공과' 해시태그가 있었던 '친중파 만들기 프로젝트'편 이외에도 균만 죽인다는 향균비누의 함정에 대해 말했던 감기바이러스 편, 세상에서 가장 큰 맹지라는 러시아 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편 등이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들을 다루고 있어서 인문학 입문으로 간단히 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도전해보기 좋은 책 같다. 무엇보다 허들이 낮아서 부담없이 읽기 좋았던 책이다.


정약용의 편지를 현대 버전으로 해석해봤다.

무슨말일까?

예나 지금이나 서울에 집 장만하기 힘들다.

참 힘들다. -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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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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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페이지씩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이 하나씩 출간되고 있다. 대부분 짧게 한 페이지, 가끔 분량이 많으면 2페이지로 구성된 시리즈 책은 간편하게 교양을 쌓기 좋은 도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개의 주제로 나뉘어 요일마다 반복되는 주제가 돌아오는 식인데, 미술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각각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나 기법, 세계사, 스캔들, 신화나 종교로 나누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가 좋았던 주제가 작품과 화가를 다룬 장이었다. 배경지식이 그리 많지 않아도 딱 작품을 보면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 주제인 페이지, 그리고 많이 알려진 작품이나 이름으로 소개하는 '화가'가 주제인 페이지들은 간편하게 읽기 좋은 편이었다. 반면 미술사나 세계사는 배경지식이 좀 있어야 이해하기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미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각종 미술서적을 그래도 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기억속에서 잊혀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모르는 게 산더미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것들이 꽤 많았다.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좀 더 다양한 미술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내용 밑에 주석이 달려있는 것도 재미있었고, 하나의 이야기마다 항상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서 눈도 즐거웠다. 고대의 미술사,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종교화, 인상파, 현대미술 등등의 이야기들이 순서에 관계없이 들어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읽는다면 딱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붙잡고 모두 다 읽어버린 나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주제와 제목, 그림과 그림에 관련된 설명이 모두 한 페이지 남짓한 공간에 들어있어서 이야기는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책의 초반에 미리 밝혀둔 것처럼 좀 더 알아보고 싶으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며 더 찾아봐야 할 정도. 하지만 처음 출발로는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친밀감 없이 설명하는 본문이 부담스럽다면 책을 한 장씩 넘겨보며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야의 제목을 보고 본문을 보며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알려진 작가인 반 고흐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화가 이야기나 헬레니즘 미술, 성서의 내용을 그린 종교화, 신화의 내용을 그린 그림 등등 분야는 다양하니  조금이라도 흥미가 느껴지는 내용부터 봐도 재밌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이 나오면 반갑기도 했으나, 한 페이지 안에 설명을 담다보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좀 있고 이게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있었다. 때문에 정말 앞에서 밝혀둔 것처럼 책을 읽으며 다른 정보를 찾아본 내용도 제법 있었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미술교양이 조금이라도 더 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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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노경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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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도서번역가들의 이야기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번역하는 분야는 인문서, 자기계발서, 만화, 소설 등 각양각색이지만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도서 번역가가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글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좋아하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 잘 맞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직업 특성상 글을 많이 봐야 하니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매우 힘든 직업, 프리랜서로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 전문성을 갖추고 마감에 철저해야하는 직업 '도서번역가'. 이 책 속에는 번역가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일본어 번역가 4분과 한분의 중국어 번역가 분의 이야기는 직업이 같다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닮아 있었다. 첫 장을 열며 봤던 마감에 철저한 번역가분들 답게 원고 마감기한을 절대 어기지 않았다라는 에피소드를 보고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어휘를 늘리고 좀 더 매끄러운 번역을 위해 국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공통적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작가의 이름 옆에 저자의 이름도 함께 새겨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도, 다른 사람이 번역한 도서를 보며 표현을 배우고 분석하는 직업병 때문에 독서의 즐거움이 줄었다는 것 등등의 에피소드들도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글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분들이라 그런지 글에서 느껴지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글에서부터 내 직업이 좋고 행복하다는 게 보인다. 보는 독자가 절로 부러워질만큼. 그렇다고 해서 직업적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엉덩이로 일하는 직업이라 각종 디스크에 건강이 쉽게 나빠질수도 있다고 하며, 시간배분이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기에 시간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을 지켜야하므로 일정을 당겨서 스케줄표를 짜놓기도 하고 하루에 할당량을 정해 일하기도 하는 등 방법이 다양했지만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일임은 틀림없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을 읽으며 재미를 추구하거나, 정보를 얻거나 하는 데만 집중해 번역가들의 수고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도대체 번역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단 한가지의 경우 뿐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문장이 읽히지 않을 때.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럴일은 없지만.. 어쨌든 소설의 뒤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갑고 좋았다. 작가의 입장에서 쓴 글들은 많이 봤지만 번역가 입장에서 쓴 글은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다.


책을 보는 동안 라이트노벨을 보며 역자후기를 좋아했던 기억도 스쳐가고, 만화를 보며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던 손글씨에도 이유가 있음을 알았다. 특히 올빼미의 울음소리를 두고 고민했던 일이나 온갖 의성어에 맞는 표현을 찾느라 직접 실험해본다는 에피소드가 너무 강렬해 잊히지가 않는다. 독자에겐 그저 스쳐지나가는 문장일 뿐이지만 번역가에겐 하나하나 고심한 흔적이었음을 깨닫게 되어 번역서를 볼 때 좀 더 문장을 음미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 밖에도 책 속에 번역가로 일하게 되며 참고했던 번역서적, 시간관리 방법, 번역가로 시작하게 된 계기 같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이다.


특히 출판 번역가는 작업 기간이 비교적 길고 작업 분량도 많기 때문에 

자기관리를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그래서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

출판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아무리 일하기 싫은 날이라도 

자신을 잘 다독여 일정 분량의 번역은 소화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 112-1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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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2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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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공저 소설인 '부적'. 두툼한 책으로 두 권이라 그런지 제대로 각을 잡고 읽어야 할 소설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소년이 엄마를 구하기 위해 현세계와 이세계인 테러토리를 함께 왔다갔다 모험을 하며 진행된다. 테러토리에는 현세계를 살고있는 사람과 비슷한 생김새와 처지인 트위너가 있으며, 마법세계처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소수의 사람만이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능력을 가진 것이 주인공의 특권 중 하나임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현세계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 그리고 테러토리에서 죽어가는 어머니의 트위너 여왕. 트위너와 현세계의 사람의 목숨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두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주인공 소년 잭은 두 세계를 구하기 위해 서쪽으로 부적을 찾아 떠나고, 계속해서 잭과 그의 어머니를 위기에 빠뜨리는 모건은 두 세계 모두 정복하길 꿈꾸며 잭에게 집에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잭을 고난길로 몰아간다. '부적'을 1권까지 읽었을 때, 주인공인 잭 소여의 고난이 너무 심해서 2권에선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1권보다 좀 더 두꺼운 분량의 책이라서 이번권도 1권처럼 계속 고난길이 된다면 현대판타지물에 길들여진 독자는 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소설은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판타지 소설이라면 읽는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으나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묵직한 판타지물이 처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720쪽이 넘는 페이지동안 고난이 반 이상이라 내겐 심적으로는 힘든 글이었다. 오래된 소설이라 확실히 세련된 느낌도 아니었고.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에 주인공의 몸과 정신에 고난이 계속 이어지니 대체 언제쯤 빛을 보게 되는걸까라는 심정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게 또 막장스럽지만 계속 보는 맛이 있어서 1권보다는 2권을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2권에서는 테러토리에 숨겨진 설정이 세세하게 하나씩 들어난다. 가령 왜 테러토리를 오갈 수 있으면서 잭의 트위너는 없었어야 했는지, 그리고 여정길에 만난 친구 리처드의 트위너또한 없어야했는지 결말부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외에도 테러토리로 건너오게 되는 물건들이나 건너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설정이 더해진다. 물론 1권에서 만난 조력자의 결말이나 중간에 합류하게 된 현세계에 있던 잭의 친구 리처드의 극심한 환상, 이야기 거부상태들은 다시 생각해도 갑갑해지지만.. 어쨌든 조력자들을 주인공 소년이 챙기고 어르고 달래가는 면이 신선하기도 했다.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선라이트 홈에 끌려가 교화를 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겨우 탈출하기도 하는동안 잭의 내면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몇 번씩이라도 주저앉고 싶어질만도 한데, 잭은 부적을 찾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악인과 현저하게 반대되는 피해자로, 하지만 내면은 올곧은 소년 잭의 여정은 두 손안에 부적을 가지고 어머니를 구하면서 끝이난다. 굉장한 장편 소설이라 힘들었음에도 중간중간 모건의 부하들을 상대로 벌였던 복수극이나 부적을 얻기 위해 블랙 호텔에 가는 장면, 부적을 얻고 돌아온 잭의 모습 같이 선명한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다. 잭의 긴 여정은 끝났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모양이지만 다음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자란 잭의 모습도 보고 싶어진다.


잭은 어떤 것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그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 6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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