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1
허도윤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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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B에서 출간한 냥이문고의 첫번째 시리즈인 '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 1일차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지만 어쩌다보니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다. 야금야금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시대라 웹소설 작법서나 에세이를 몇몇 접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작가님 이름을 보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건 허도윤 작가님의 에세이가 처음이었다. 작가님의 웹소설, 그러니까 연재 말고 단행본을 읽은 적이 있어서 눈에 익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4년차 웹소설 작가님이 직접 말해주는 웹소설 입문기라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처음은 웹소설란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현업 작가지만 정말로 웹소설이란 게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보통 이런 말을 접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테지만 웹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는 어렴풋이 이해가 가능했다. 하루아침에 판도가 바뀌고 처음 보는 작가님이 거대 신작을 팡팡 터뜨려대고 오랜 기간 작가 생활을 했다해도 연재든 단행본이든 단 한번도 글로 만나보지 않을 수 있다는 복잡다난한 세계. 게다가 작가님도 말하듯 웹소설의 영역이 워낙 넓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라는 걸 직접 행동으로 옮긴 게 웹소설판이다보니 계속해서 발굴하는 독자도, 계속해서 수요를 감당하는 작가도 웹소설이란 뭐라 딱 집어 말하기 어렵다.


이 에세이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 전부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우울의 늪에서 이야기의 힘으로 위로받고, 그것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하나의 글을 완성한 뒤 투고한다. 이렇게 보면 깔끔하게 보이는 과정이지만 웹소설은 완성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투고한다고 무조건 출간할 수 있다는 게 아니란 말이다. 첫 소설을 투고하고 성공해 대박을 치는 일은 거의 대부분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때문에 글은 투고가 실패했다고 해서 끝내지 않아야한다. 실제로 작가님의 사례 또한 무료연재에서 출간으로 이어졌으니까. 요즘은 연재를 잘 보지않는 편이라 얼마나 많은 무료 연재물이 출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열심히 연재를 보던 당시를 기억하면 이런 경우가 제법 많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꾸준히 성실하게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완간 종수도 많으신 작가님이고 1년에 단편을 포함해 19권이나 출간하신 전적이 있으셔서 진짜 대단하시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천적으로 손이 느려 짧은 글도 오래 걸리는 평범한 사람은 숫자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 이게 가능하구나 하고.. 여하튼 중간중간에 작가님이 썼던 웹소설의 발췌본도 나와서 재밌게 볼 수 있었고, 웹소설을 쓰며 쌓았던 노하우들이나 겪었던 일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던 에세이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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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서점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2
권희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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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문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꽃서점 1일차입니다'. 1일차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기도했지만 꽃서점이라는 단어에 너무 잘 어울리는 고양이 사진이 있어서 먼저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꽃서점이라는 단어는 좀 생소하게 여겨졌는데, 여기서 말하는 꽃서점은 단어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었다. 꽃서점을 운영한다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이 책은 제주도에서 꽃집과 서점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가게의 주인이자 작가님의 에세이였다. 책 속에서 작가님은 처음부터 실용 에세이라는 이 책을 통해 '책을 파는 상점'이라는 책방의 본질을 잃지 않고 어떻게 더 많은 책을 팔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흔적을 담았다고 밝혀두었다. 덕분에 동네서점 그것도 관광지인 제주도에 있는 동네서점이 어떻게 운영하며 살아남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단 기대를 하고 읽을 수 있었다.


'디어 마이 블루'.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이름은 제주 애월에 위치한 동네 서점의 이름이다. 처음엔 책과 꽃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내셨을까 궁금했었는데 이건 작가님의 이력이 불러온 결과였다. 16년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면서 머리를 쓰는 일 대신 몸을 쓰는 일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고, 머리를 비워볼 생각으로 꽃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배우다보니 적성에 딱 맞았고 때마침 '플로리스트'가 유망직종으로 분류되던 때라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했던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대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시작하자 조금의 조정을 통해 꽃 주문과 수업을 진행하는 공방 형태를 꾸리게 되었다.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작가님은 이전에 일하던 책을 떠올리고 그 때부터 책과 서점이라는 아이템을 연관시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책을 통해 접한 이야기임에도 중간중간 무모할정도로 용감한 데가 있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꽃집과 서점을 동시에 하겠다고 제주도로 훌쩍 날아간 것도 그렇고 다니던 회사를 미련없이 그만두고 꽃집을 한 추진력도 그랬다. 그러면서도 뭔가 준비되어있다는 느낌도 동시에 들어서 에세이를 읽는 동안 서점이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감정이 많이 전달되었다. 제주도에 가면 이 서점을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란 건물 두 동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항상 곁에 좋은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작은 책자를 통해 서점이 운영되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며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겠구나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 동네 서점을 꾸려가며 깨닫게 된 노하우나 차별화 전략같은 부분도 수록되어 있어서 동네 서점 운영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비록 동네 서점을 운영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동네 서점을 운영하며 했던 고민들을 보니 내게도 특별한 서점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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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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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이라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었고, 스쿨버스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12살 소녀의 귀향기라는 소개도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스쿨버스로 어떻게 귀향을 한다는 것인지가 가장 의문이었는데 이 의문은 책의 초반부부터 시원스럽게 풀린다. 코요테는 로데오라고 부르는 아빠와 길위에서 방랑하며 살아가는 방랑자다. 그러니까 따로 집이 있는 게 아니라 스쿨버스에서 살며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말이다. 스쿨버스의 좌석을 몇 개정도만 남기고 치워버린 뒤 그곳에서 살림을 꾸린 코요테와 로데오. 이렇게 된 데는 교통사고로 엄마이자 아내, 딸 둘을 잃어버렸다는 비극적인 이유가 있었다. 덕분에 도저히 살던 집에서는 살 수 없었던 로데오는 코요테를 데리고 유랑중이었다. 코요테도 그런 아버지를 이해했기에 별 불만없이 스쿨버스에서 잘 지내는 중이었다.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할머니가 전해준 소식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코요테에게 엄마와 자매들이 있었던 옛날, 코요테는 공원의 나무 아래에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추억 상자를 묻어두었다. 엄마와 자매들이 남긴 편지가 담긴 추억 상자를. 하지만 코요테는 할머니로부터 그 추억상자가 묻힌 공원이 곧 없어질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도 당장 다음주 수요일에. 공원으로부터 5,793킬로미터 떨어져있는 코요테는 마음이 급해진다. 집 근처에 있던 공원이 목적지라는 것을 말하면 버스를 운전하는 로데오는 당장 핸들을 돌려버릴 것이고, 코요테는 꼭 상자를 구출해야만 했다. 코요테는 고심끝에 만때달(만사를 때려치우고 달려가야하는) 소원이라며 몬태나 주 뷰트에 있는 포크찹 샌드위치를 먹고싶다며 로데오를 목적지 근처로 가게끔 유도한다. 상자를 구출하기 위해 마음이 조급한 코요테. 그녀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또 한명의 운전기사를 구할 요량으로 가진 돈이 없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레스터를 태우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코요테를 도와준 가족을 태우기도 하는 등 계속 일행을 늘여가며 목적지로 향한다.


솔직히 처음 읽을때부터 재밌겠다는 느낌이왔다. 독특한 코요테의 성격과 그러면서도 외로움을 심하게 타서 아기고양이에게 애착을 느끼는 모습, 엉뚱하지만 발랄해보이는 아버지에 하나같이 사연있는 승객들. 모으고 보니 상당히 개성있는 조합이라서 더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분위기였냐면 그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는 코요테와 로데오라 그런지 로데오에게는 지금 상황을 억지로 밝게 보려하는 면이 많이 보였고, 코요테는 그럼 아버지 때문에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해보여 짠해지기도 했다. 때문에 스쿨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여행길에 두 사람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과거를 두고 떠나온 두 가족의 성을 선라이즈로 바꿔버린 것도 그렇고 이름 또한 바꿔버린 두 사람이 원래의 이름과 성으로 돌아가게 될지 궁금했다. 그 외에 승객들의 고민들도 해결이 될까 궁금했었다. 어쩐지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다들 하나의 사연쯤을 품고 있는 인물들이라서인지 한명 한명 고난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며 보게 되었다.


가끔 누군가를 믿는 건 가장 두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완전 혼자인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덜 두렵다. - 172p


책에서 가장 재밌게 보았던 점은 코요테와 아버지 로데오의 티키타카였는데, 특히 자신의 상황을 즉석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빗대 말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어쩜 저렇게 비유할 수 있을까싶어 재밌기도 했고 기발해보이기도 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 밖에 스쿨버스 '예거'에 승객을 태울 때마다 로데오가 했던 세 가지 질문인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묻는 것도 소소하게 재밌었다. 큰 아픔을 겪어서인지 코요테의 생각 깊은 대화들이 나와서 한번씩 쿡쿡 마음을 건드리기도 했고, 코요테의 비밀을 아는 동료들이 늘어갈 때마다 왠지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가는 것 같아 코요테의 여행길을 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작별하는 데 유난히 힘들어하고 간직한 비밀도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우겨우 꺼내놓는 모습 등 마음 쓰이는 게 한두개가 아니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코요테는 멋지게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고, 덕분에 책을 더 감명깊게 볼 수 있기도 했다. 가족을 잃어서 버렸던 이름을 다시 찾았던 장면에선 특히 더 그랬다. 곪아있어서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두 사람의 상처. 그러나 딸과 아버지가 상처를 대하는 방식은 굉장히 달랐다.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떠나버린 가족들을 잊지 않아야한다는 코요테의 설득에 외면하고 도망치던 아버지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 더 극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마지막 결말 또한 코요테와 그의 아버지다워서 책을 만족스럽게 덮을 수 있었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제목 그대로 놀라운 여행이었던 소설이자, 코요테의 고양이인 아이반을 비롯해 코요테와 함께하는 동료들의 성격들도 개성적이라서 더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 보다 낫다.

훨씬 낫다.- 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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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더 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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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굉장히 크고 두툼했던 책이다. 그래픽 컬렉션이라고 해서 이렇게 무겁고 클 줄 몰랐는데 이런 책이 처음이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받아 그린 만화라서인지 스토리 라인도 탄탄한 편이었고 인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었다. 16세기 영국, 편집증적인 언니 메리가 미래에 여왕이 될 엘리자베스 1세를 체포하여 런던탑에 유폐한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책 '퀸 오브 더 시'. 이 책은 소개된 페이지를 먼저 보고 접하게 되었는데, 공개해둔 페이지들에 나왔던 셀키나 바다의 여왕이 그려진 그림이 약간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페이지라 혹시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나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페이지는 전혀 없었지만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마을 주민이 10명인 외딴 섬에 살고 있는 주인공 여자아이 마거릿. 마거릿은 자신이 기억하는 날부터 계속 섬에 살고 있었다. 부모나 형제도 없고 또래 아이도 없으며 주위의 어른이라곤 수녀들이 대부분이 곳. 게다가 섬의 주변엔 험난한 파도가 치고 때문에 섬에 필요한 물자도 가끔씩, 오랜 시간 후에나 한번에 들어오는 식이었다. 마거릿이 여섯살이 되던 해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섬으로 왔는지 마을 수녀님과 하인들에게 빠짐없이 물었고 그다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지 못한다. 외로움에 지친 마거릿은 예배당의 성모상에게 이 섬에 다른 아이 한 명만 더 살게 해달라 빌었고, 거짓말처럼 또래 남자아이인 윌리엄과 그의 어머니가 섬에 배를 타고 오게 된다. 지난 6년간은 레지나 마리스호는 늘 선원들을 태우고 섬에 필요한 반년 치의 보급품을 가져오는 배였다. 하지만 그런 레지나 마리스호에 윌리엄과 그의 어머니인 캐머런 부인이 오게 되면서 마거릿의 일상은 조금 달라지게 된다.


에드먼드 왕에게 반기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윌리엄은 마거릿의 좋은 친구였고, 섬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캐머런 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섬에 적응해나가며 마거릿에게 수놓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러나 평온한 일상도 잠시, 에드먼드 국왕이 죽고 왕의 딸인 엘리노어 공주가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게다가 그 소식을 가져온 선원 중 한명이 발한병에 걸리자 캐머런 부인은 그를 간호하게 되고 곧 병이 옮아 죽고만다. 그러자 돌봐줄 모친을 잃은 윌리엄은 섬을 떠나며 마거릿에게 나중에 자신이 돌아오면 마거릿을 구해주겠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윌리엄을 통해 섬이 여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감옥이라는 걸 알게 된 마거릿. 마거릿은 섬에 왔을 때부터 갓난아이였던 자신과 섬의 수녀들 또한 섬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하지만 또다시 등장한 섬으로 온 배는 왕위 찬탈을 노리던 엘리노어 공주는 체포되고 엘리노어의 언니 캐서린이 여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섬에 새로운 죄수를 데려왔다. 수녀 한 명과 붉은 머리의 여성 한 명. 묘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일행에 일상이 뒤흔들리자 대체 새 죄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은 마거릿은 붉은 머리의 여성이 전 여왕 엘리노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화라서 그런지 쉽게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놀랐고, 생각보다 더 텍스트가 많아서 더 놀랐다.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들에 관해 설명하기에 그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을테니까 그런 점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등장인물이 좀 많은 편이라서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 읽고나서도 수녀님의 얼굴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주요한 등장인물인 마거릿과 여왕인 엘리노어, 엘리노어의 조력자인 프랜시스, 원장수녀님 아그네스만 구분해도 보는 덴 무리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만화의 가장 큰 재미는 외딴 섬에서 자라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는 마거릿의 눈에 비친 여왕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쫓겨나서 외딴 섬에 유배되어 있다시피 하지만 방대한 포부를 지니고 결단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엘리노어의 모습, 담대하고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가진 여왕 엘리노어, 정에 흔들리면서도 나라를 생각하는 모습, 외골수인 것 같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하고 들을 수 있는 모습 등이 나와서 알게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려진 일러스트들도 매력적이여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기도 했고 방대한 분량이라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인 마거릿 캐릭터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져서 더욱 더. 아쉬운 점은 후일담이 많이 없다는 것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여지를 남긴 엔딩이라는 것. 마지막에 여왕 엘리노어와 마거릿의 일러스트만 더 있었어도 이정도로 아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분량과 일러스트 스토리 모두 만족하면서 본 책이라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그래픽 컬렉션에도 관심이 생긴다. 책의 만듦새도 소장용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두는 보람이 느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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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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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가진건 돈 밖에 없는 성격파탄 치매탐정 할머니라는 소개글을 믿지 않았었다. 치매인데 탐정이 가능해? 그냥 그런 척 하는거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책 배경이 심상치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 즉 어르신들 위주로 돌아가는 마을이자 곳곳에 웨이터, 바텐더, 마트 점원 등등 어르신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마을 도란마을. 도란도란 정답게 지낼 수 있게 만든 마을이라는 도란마을은 치매 노인들의 마을이었다. 하나 밖에 없는 출입구를 두고 일상 생활을 하며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한 고급 노인 요양 병원인 셈이다. 때문에 책의 주인공이자 가벼운 치매 증세가 있는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이 마을이 갑갑하고 거대한 연극 무대처럼 보였다. 치매 노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유롭게 다니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마을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마을은 꾸며진 게 사실이었으니까. 때문에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감시하듯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의료진도, 생색내듯 찾아오는 치매노인들의 부유한 자녀들도, 봉사를 구실로 방문하는 노인들의 손주들도 달갑지 않게 여겼다. 달달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마을 일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을 뿐. 하지만 어느 날, 도란마을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가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지루한 일상을 바꿔 놓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건이라곤 치매 노인이 터뜨리는 것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좀 예상 밖이었다. 쓰레기장에서 아기의 사체가 발견된 것. 하지만 소란스러움도 잠시였고 마을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굴러간다. 이에 범인 찾기를 시작한 할머니에게 다가온 한 소년. 마을 의사 중 하나의 아들이었던 소년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굉장히 조숙해보였고 뜻밖에도 할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 말한다. 할머니 입장에서도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직원보다야 꼬마가 나은 게 사실이었고, 요양원 관계자들과 딜을 통해 꼬마와 할머니 콤비가 결성된다. 정을 주기 싫다며 그저 꼬마와 레모네이드 할머니로 남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괴팍하지만 통찰력있고 행동력까지 있으며 추리력도 상당했던 레모네이드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문제란 약간의 치매증세와 혼자 생각하고 혼자 일을 진행한다는 것. 덕분에 할머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파트너로 똑똑한 아이가 붙어있어서 어쩐지 다행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었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곳곳에 사회의 어둑한 면도 비추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기도 했다.


부유한 자녀들이 골프를 치러 왔다가 찾아오기 좋게 산에 지어진 고급 요양원, 요양원 안에서 일어나는 치매 노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성추행, 자녀가 생색을 내기 위해 한 번씩 집에 모시고 갔다오면 항상 발작을 일으키는 치매 노인, 여자와 아이에게 폭행을 일삼았던 부유층의 남편 등등. 굵직한 스포일러들을 빼고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정도라 아무리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활약하는 장면을 보고 꼬마의 귀여운 임기응변을 보면서도 유쾌하게만은 볼 수 없었다. 일단 레모네이드 할머니도 사채업을 했던 사람이고 조수인 꼬마도 상처가 있는 아이라 무결한 인물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분명한 악역이 존재하긴 했다. 


책 속에선 할머니의 과거사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할머니의 과거사에 궁금한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곁가지라 쳐내진 것인지 깊은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구나 싶었다. 할머니의 성격과 신념은 유언장 하나에 다 드러났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할머니답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정도 해소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결말을 이렇게 낼 줄은 몰라서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결말과 내용 또한 할머니 다운 이야기 같기도 했다. 이 소설은 처음과 끝 부분에선 남의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장면을 보여주고 중간부터는 시점이 확확 바뀌면서 진행해서 이야기들이 조금씩 끊기는 느낌도 있었으나 사건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했다. 어쨌든간에 책을 다 읽은 후,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약간 비딱하지만 통쾌한 성격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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