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 2 : 용의 언덕 상편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2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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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1권을 읽고나서 딱 궁금한 부분에서 끊어지는 바람에 2권도 읽게 되었다. 아직까지 킹덤 게임을 하고 있는데다가 스토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보게 된 점도 있다. 쿠키런 킹덤 코믹북은 게임처럼 용감한 쿠키가 주인공이다. 게임과 가장 다른 점은 용감한 쿠키가 기억을 잃었다는 부분. 어쨌든간에 모험물이며,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 그리고 어둠마녀 쿠키를 주축으로 한 악의 세력이 있다는 건 비슷하다. 아직 게임에 등장했던 악의 세력 쿠키들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말이다. 계속 등장하는 건 감초맛 쿠키 정도? 어쨌든 코믹북에서의 스토리는 쿠키런 킹덤에서의 스토리와 별개의 라인이라 더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었다.



코믹북 2권에서는 1권에서 위기에 처했던 용감한 친구와 쿠키들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며 시작한다. 곰젤리 마을의 곰젤리들을 착취하고 있었던 초코크림 늑대 망치맨. 용감한 쿠키는 망치맨이 휘두르는 망치에 대항하기 위해 예전에 마법사가 남겼다는 선물인 사탕을 집어삼킨다. 하지만 곧장 무슨 일이 벌어지나 했더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망치맨이 휘두르는 망치에 깔릴 뻔할 때 용감한 쿠키의 몸이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이 장면에서 다 자란 어른이는 쿠키라는 설정이 있는데 너무 잘 싸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망치맨을 물리치고 잃어버린 용감한 쿠키의 기억을 찾기 위해 작은 거인의 장벽으로 향하는 일행들. 그런데 갑자기 장벽 앞에서 용감한 쿠키의 몸이 작아지자 결국 용감한 쿠키는 혼자 길을 나서겠다고 하고, 달고나 마을에서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진다.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는 코믹북 대부분은 처음 함께한 친구들과 끝까지 가는 모양새가 많아서 이부분은 좀 의외이긴 했다. 생각해보면 앞으로 등장할 쿠키들이 많으니 일부러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친구들과 헤어지고 힘들게 장벽을 기어올라간 용감한 쿠키에게 호밀맛 쿠키라는 새로운 동행이 금방 생기기도 했고.



용의 언덕에는 용감한 쿠키의 기억을 되찾아 줄 생각의 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들은 용감한 쿠키는 정의감 넘치는 호밀맛 쿠키와 함께 용의 언덕을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언덕을 향해 가는 길에는 쿠키를 잡아가는 괴물이 있다고 알려진 어둑어둑 그림자 숲이 있었고, 정의감 넘치는 호밀맛 쿠키는 괴물을 퇴치하겠다며 숲으로 향한다. 당연히 용감한 쿠키와 함께. 그런 두 쿠키 앞에 나타난 건 거대한 성이었다. 성에서 만난 건 수상쩍게 보이는 뱀파이어맛 쿠키였지만 더 위협적인 존재는 따로 있었다. 이후엔 1권과 마찬가지로 딱 궁금한 부분에서 끊어졌고, 뒤쪽에 역시 퀴즈가 4개 있어서 또 각각 논리력과 문해력 창의력과 집중력을 다루고 있었다. 각각의 퀴즈는 스도쿠, 옳은 선택지 고르기, 이야기 상상하기, 틀린그림 찾기였다. 개인적으로 쿠키런 시리즈를 상당히 오래 한 게임이라 책 중간중간 아직 등장하지 않은 쿠키의 실루엣이 보일때마다 반가웠고, 또 앞으론 어떤 쿠키들이 등장하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볼 수 있었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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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심리 도감 - 색이 지닌 힘으로 사람의 심리를 간파한다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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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색채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아둔 책이었다.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에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일본 캐릭터들에게 스토리를 부여해 색채를 알아보는 식이었다. 예술 서적임에도 디자인이 왜 이렇게 어린이 서적같나 했더니 원서 디자인이랑 똑같았.. 어쨌든 내용이 큼직하고 컬러풀해서 보기에도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엔 색채학이라고 해서 좀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었다. 최대한 부담없이 읽게 하려는 책의 의도가 느껴져서 처음 색채 공부를 하기 딱 좋은 책 같았다.


확실히 색채에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다. 1장에서는 색조와 명도 채도 이런 이론은 짧게 넘어가고 색에서 느껴지는 느낌, 색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감정과 효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빨강은 강해지고 싶고 용기를 가지고 싶을 때 쓰는 색이며, 아름답게 보이고 싶을 땐 엷은 분홍색과 보라색 흰색을,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선 주황색을 쓰는 게 좋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뒤쪽에 특정한 색상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을 분석해둔 건 굉장히 의외였다. 심리테스트를 하고있나 싶은 내용들이었는데 이런 걸 또 오랜만에 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생각하며 유심히 읽어보기도 하고 싫어하는 색상이 과거의 기억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알았다. 2장에서는 다소 복잡한 색채 이론과 색채 이론의 역사 이외에도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나왔고, 3장에서는 나라별 색의 문화, 4장은 색의 유래, 5장은 갖가지 배색이 갖는 이미지, 6장은 색 응용 사용법이 주를 이뤘다.


아무래도 색에 관련된 느낌을 모아놓다보니 군데군데 중복되는 설명도 있었는데, 중간중간 퀴즈도 있는 걸 보면 책 한권으로 어느정도 색채감각을 키울 수 있게 해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다른 조건은 다 동일하고 컬러만 바꿨을 뿐인데 음식이 시게 느껴지기도 하고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며, 음식에서 각기 다른 냄새가 나기도, 동일 제품을 5가지 색으로 만들면 매출이 늘어나기도 한다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밖에 책을 일본에서 출간해서인지 일본에 관한 색과 이야기가 많은데 보편적으로 가지는 색의 특성들을 잘 골라서 봐야 할 것 같긴했다. 전체적으로 색에 대한 이론들을 얕게나마 한번씩 접해볼 수 있게 만들어서 같은 포포 포로덕션에서 출간된 책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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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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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존재를 몰랐던 '대불호텔'. 대불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로 서구식 외관과 서비스를 시도했다고 한다. 철도가 없는 조선이라 인천 제물포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인천에서 여독을 풀 수 밖에 없다는 이점을 깨달은 일본인 호리 히사타로가 세운 '대불호텔'. 하지만 대불호텔은 조선에 철도가 놓인 뒤부터 중국인들에게 인수되어 '중화루'라는 중식당이 되기도 했고, 월셋집으로도 이용되었던 끝에 1978년 호텔 증축을 목적으로 철거되다가 대불호텔의 유적이 발견되어 현재는 전시관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있는 건물에 실제 역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진행한 소설이라 그런 점은 흥미로웠다. 비록 직접 보지 못해서 상상에 의지하며 보긴했지만 대불호텔에서 전해지는 묘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이런 팩션 소설을 좋아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은 읽다보면 혼란스럽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이며 이 인물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고. 그런 면에서 가독성을 따지기에도 애매했다. 일단 붙잡고 읽기는 좋았는데 읽다보니 뒤에선 전혀 다른 시선이 나오곤 해서 몇 번씩 앞을 다시 확인했었다. 게다가 소설의 구성 자체도 제일 처음 소설을 쓰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나'라는 인물이 소설을 쓰기 위해 듣는 이야기가 2부로 나오고, 3부에선 다시 '나'가 등장해 2부에서 들었던 이야기의 진위를 알아가는 식이라 앞부분을 계속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나'라는 인물이 묘하다. 소설 속의 '나'는 '대불호텔의 유령'의 강화길 작가가 쓴 단편과 제목이 같은 '니꼴라 유치원'을 쓰고자 하지만, 계속 소설은 쓰지 못하고 실패할거라는 악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대불호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자 한다. 그러니까 작가와 소설 속의 '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같으면서도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라는 생각을 여전히 떨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인 '나'는 소설 '니꼴라 유치원'을 쓰려 할 때마다 악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도저히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자신이 생각하는 니꼴라 유치원이 어떤지 엄마 친구의 아들인 '진'에게 설명하고, 진은 묘사하는 분위기가 대불호텔과 비슷하다며 함께 가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대불호텔은 재건공사 때문에 갈 수 없었고 본 것이라곤 대불호텔의 터를 망령처럼 배회하는 녹색 재킷을 입고 있던 여자의 잔상이었다. 당연히 진은 그 여자를 보지 못했고, '나'는 녹색 재킷을 입은 여자를 분명히 봤다고 설명한다. 이후 두 사람은 요즘 부쩍 녹색 재킷 이야기를 한다는 진의 외할머니에게 대불호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출발한다.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이자 소설의 도입부인 셈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1부에서 뿌려진 떡밥들이 꽤 많았다. 악의에 찬 속삭임과 상처입히려하는 목소리, 진짜와 가짜의 판별, 주인공이 혼자만 볼 수 있었던 녹색 재킷의 여자 등등. 소설 제목이 '대불호텔의 유령'이기에 2부가 본격적인 소설의 시작이자 핵심이라는 생각이 듦에도 1부가 기억에 남는 건 2부와 연결되는 떡밥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부 쯤에 나온 이야기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가 갑자기 사랑이라니.. 진의 외할머니의 인생이 헛헛하지 않았음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음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 악의 때문에 자기자신도 버겁고 건조해보이던 주인공의 심경이 새로운 진실을 알고 확 변화했기 때문일까. 주인공에겐 좀 미안하지만 '나'가 악의에 먹혀 영원히 함께 살아간다는 결말이 되었다면 좀 더 강렬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의 소개 페이지에선 오싹한 고딕 호러라고 소개를 하고 있는데 호러보단 미스터리 쪽에 가까웠던 것 같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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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누구나 예술가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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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의 예술가편만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예전에 시리즈 중 하나인 '1인용 인생 계획'을 본 적이 있어서인지 이 책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에 본 책은 혼자서 살아가는 가구의 비중이 많아지는 만큼 그 관련 이야기를 모두 엮어냈다면, 이번 책은 무엇보다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니까 흥미롭지 않을까 했었다. 제목부터가 '누구나 예술가'이니 일상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몰랐던 영역의 예술은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읽게 된 책 속에는 정말로 예술가의 이야기도 있었으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사람 이야기도 있었고 그림과 예술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은 분들의 이야기도 있었으며, 책을 보기 전엔 아예 상상도 못했던 예술이 과학에 활용되는 사례들도 나왔다.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역시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예술의 힘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내서 일상 그림을 그리고 공유하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는 어르신들, 늦은 나이에 뜻하지 않게 예술로 데뷔한 예술가들 등등. 책을 읽다보면 예술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내가 시작하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미가 집짓는 일을 예술이라고 하는 기상천외한 전시회, 한창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버덕, 우리나라 해녀의 삶을 공연하는 제주도의 어느 식당, 코로나의 습격으로 인한 언택트 예술 같은 재밌는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았고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예술이라는 범위가 굉장히 넓은만큼 다루고 있는 게 많아서 이 한권으로 가능한가 싶기는 했는데 방영분을 모아 출간하다보니 이렇게 한 권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지식채널e는 내게 추억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 계속 시리즈가 나왔음 좋겠단 생각도 많이 들었다. 방영분의 길지 않은 영상이나, 색다른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유익하게 볼 수 있었던만큼 책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글이지만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을법한 챕터들이 많았다. 한국의 찍어낸듯 똑같은 놀이터들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선 어릴 때 색다른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를 찾겠다며 다른 동네까지 원정을 가서 놀았던 때가 떠올랐고,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스 편을 보면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에 정의와 도덕을 논해야하지 않을까 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으며, 종이접기 편을 보면서는 과학의 기술에 과학만 존재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음 시ꈰ즈도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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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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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비밀'. 예전에 출간된 소설을 새옷을 입혀 개정판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예전에 읽은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상당히 오래된 소설인 셈이다. 1998년에 출간된 소설이지만 설정부터 미스터리하면서도 판타지소재를 쓰고 있어서 세월의 흐름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 집에 전화를 쓰면서 무선전화기와 유선전화를 공유한다 이런 설정을 제한다면 위화감이 거의 없다. 조금씩 바뀌어 온 여성상에 대해서는 오래된 소설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소설 '비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주인공인 헤이스케의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는 아내의 친정으로 가는 길에 스키버스 사고에 휘말리게 된다. 큰 사고여서 신원파악도 늦었고 발견된 사람은 대부분 중태. 그 사고를 집에서 혼자 뉴스로 접하게 된 헤이스케는 아내와 딸 모두가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절망한다. 위급한 상태에서 아내는 마지막으로 딸인 모나미와 손을 잡고 싶어하고, 이후 숨이 끊어졌다. 이제 헤이스케의 곁에 남은 건 딸 뿐이었다. 절망 속에서 단 하나의 구원. 아내를 잃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딸인 모나미만은 살아서 다행이라고, 비록 후유증으로 말문을 닫았으나 아내를 잃은 헤이스케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드디어 모나미가 말문을 열어 자신이 딸인 모나미가 아니라 아내 나오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사실 그동안 이런 설정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긴했었다. 다른 건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이고, 오래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아내가 딸의 몸을 쓴다는 것. 돌이켜보면 헤이스케에겐 딸인 모나미가 아니라 아내인 나오코가 살아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나미의 몸으로 깨어난 나오코가 비록 어린아이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진 않지만 남편인 헤이스케의 밥을 차려주고 성생활도 걱정해주는 등 진짜 아내처럼 굴기 때문이었다. 막상 어린 딸과 살아남게 됐다면 소설 속의 헤이스케는 그리 잘 살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나오코의 영혼이 들어간 모나미를 몸이나마 진짜 딸로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이 보인다. 나오코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기현상을 숨기고 어중간한 연극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소설을 읽는 동안은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왔던 나오코의 성장기를 보기도 했고, 아내인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에서 활력있게 살아가는데 헤이스케는 홀로 늙어가 질투하고 괴로워하고 끝내는 나오코를 자신의 옆에 묶어두려 하는 모습도 봤다.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고민 부분은 좀 거북한 면이 있긴 했으나,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 싶게 이야기가 그려져서 두 사람의 갈등관계에 속이 답답해지면서도 나오코를 응원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나오코가 정말 어른스럽고 착한 캐릭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 주인공인 헤이스케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괴로워하는 게 확연히 보여지는 데 반해, 혼자 생각하고 고심하면서 행동하는 나오코의 모습은 헤이스케의 눈으로만 볼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부부 외에도 버스 사고를 낸 당사자 가족이나 합의금문제, 모나미의 몸에 들어간 나오코의 새로운 인생 계획 등 곳곳에 사회를 보는 냉철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책의 제목인 '비밀'은 소설을 끝까지 읽어야만 이해가 가능했다. 처음엔 모나미의 몸에 들어간 나오코의 영혼이 비밀인가했지만 이중적인 의미가 있어서 그 반전 때문에라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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