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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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존재를 몰랐던 '대불호텔'. 대불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로 서구식 외관과 서비스를 시도했다고 한다. 철도가 없는 조선이라 인천 제물포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인천에서 여독을 풀 수 밖에 없다는 이점을 깨달은 일본인 호리 히사타로가 세운 '대불호텔'. 하지만 대불호텔은 조선에 철도가 놓인 뒤부터 중국인들에게 인수되어 '중화루'라는 중식당이 되기도 했고, 월셋집으로도 이용되었던 끝에 1978년 호텔 증축을 목적으로 철거되다가 대불호텔의 유적이 발견되어 현재는 전시관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있는 건물에 실제 역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진행한 소설이라 그런 점은 흥미로웠다. 비록 직접 보지 못해서 상상에 의지하며 보긴했지만 대불호텔에서 전해지는 묘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이런 팩션 소설을 좋아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은 읽다보면 혼란스럽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이며 이 인물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고. 그런 면에서 가독성을 따지기에도 애매했다. 일단 붙잡고 읽기는 좋았는데 읽다보니 뒤에선 전혀 다른 시선이 나오곤 해서 몇 번씩 앞을 다시 확인했었다. 게다가 소설의 구성 자체도 제일 처음 소설을 쓰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나'라는 인물이 소설을 쓰기 위해 듣는 이야기가 2부로 나오고, 3부에선 다시 '나'가 등장해 2부에서 들었던 이야기의 진위를 알아가는 식이라 앞부분을 계속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나'라는 인물이 묘하다. 소설 속의 '나'는 '대불호텔의 유령'의 강화길 작가가 쓴 단편과 제목이 같은 '니꼴라 유치원'을 쓰고자 하지만, 계속 소설은 쓰지 못하고 실패할거라는 악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대불호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자 한다. 그러니까 작가와 소설 속의 '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같으면서도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라는 생각을 여전히 떨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인 '나'는 소설 '니꼴라 유치원'을 쓰려 할 때마다 악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도저히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자신이 생각하는 니꼴라 유치원이 어떤지 엄마 친구의 아들인 '진'에게 설명하고, 진은 묘사하는 분위기가 대불호텔과 비슷하다며 함께 가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대불호텔은 재건공사 때문에 갈 수 없었고 본 것이라곤 대불호텔의 터를 망령처럼 배회하는 녹색 재킷을 입고 있던 여자의 잔상이었다. 당연히 진은 그 여자를 보지 못했고, '나'는 녹색 재킷을 입은 여자를 분명히 봤다고 설명한다. 이후 두 사람은 요즘 부쩍 녹색 재킷 이야기를 한다는 진의 외할머니에게 대불호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출발한다.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이자 소설의 도입부인 셈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1부에서 뿌려진 떡밥들이 꽤 많았다. 악의에 찬 속삭임과 상처입히려하는 목소리, 진짜와 가짜의 판별, 주인공이 혼자만 볼 수 있었던 녹색 재킷의 여자 등등. 소설 제목이 '대불호텔의 유령'이기에 2부가 본격적인 소설의 시작이자 핵심이라는 생각이 듦에도 1부가 기억에 남는 건 2부와 연결되는 떡밥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부 쯤에 나온 이야기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가 갑자기 사랑이라니.. 진의 외할머니의 인생이 헛헛하지 않았음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음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 악의 때문에 자기자신도 버겁고 건조해보이던 주인공의 심경이 새로운 진실을 알고 확 변화했기 때문일까. 주인공에겐 좀 미안하지만 '나'가 악의에 먹혀 영원히 함께 살아간다는 결말이 되었다면 좀 더 강렬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의 소개 페이지에선 오싹한 고딕 호러라고 소개를 하고 있는데 호러보단 미스터리 쪽에 가까웠던 것 같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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