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 ㅣ 라이프스타일 에세이 1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집순이인 내게 굉장히 매력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집에서 일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으며 여유있어보이는 프리랜서의 삶. 물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게으른 성격이라 프리랜서가 쉽게 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도 안다. 그럼에도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묘하게도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하며 워라벨이 좋은 이미지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에 더해 이미 이 책이 번역가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참고로 나는 소심쟁이에다 내향인으로 표현이 서툴어 말보다 글이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글을 썩 잘 쓰는 편이 아니라는 게 슬프지만.. 어쨌든 글을 쓰는 직업에 동경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번역가와 프리랜서라는 직업적인 면모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이 에세이로 분류되는 만큼 책 속에는 번역가로 일하며 생각했고, 경험했던 것들이 쏠쏠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면서 번역을 하고, 1인 출판사와 일하며 책을 쓰고, 대부분 집에서 일을 하며 벌어지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런 면모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번역가로 프리랜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고 싶다면 이 에세이보단 다른 책이 어울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하게 이야기해주는 일상글들이 좋았다. 어쩐지 전문직이고 어렵게 느껴졌던 번역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내적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고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외에 집순이다보니 작가님의 홈웨어 사랑이나 집에 있으며 할 일을 하는 틈틈이 집안일을 하는 모습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가란 어떤 일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답이 될 수는 없으나 어렴풋이 이런 일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왔구나라는 싶은 부분들이 책의 내용을 통해 보인다. 처음 번역가가 되기로 하고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겠다 마음 먹은 일, 이런 것도 번역을 하는구나 싶었던 부분들, 일을 따내기 위해 마음 졸이던 날들 등등.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번역가로 일하며 살아가는 삶의 여유도 느껴지는데, 그런 점을 보면 프리랜서가 정말 괜찮은 직업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슬쩍 들기도 한다. 물론 앞서 밝혀둔 이유로 내겐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자기 직업에 대해 프리랜서로 사는 삶에 애정이 느껴지고 하루하루 이어지는 나날을 보내며 행복을 찾으려하는 모습이 보여져서 내내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소중한 일상에 슬쩍슬쩍 숨어있는 행복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내다 보면,
그래도 자신의 인생이 생각보다 더 근사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 16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