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왕의 무사 귀인별 1
이은소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5월
평점 :
강화도에 살던 소녀 박별이는 어느 날 강화에 유배되어 온 왕가의 종친 원범을 만나게 된다. 원범과 함께 자라며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아버지 밑에서 함께 무예를 배우기도 한 별이와 원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음에 담게 되고 원범이 자신에게 쌍지환을 주며 고백할 것을 알게 된 별이는 설렘에 어쩔 줄 몰라한다. 하지만 다음날 일이 꼬여 별이는 원범을 만나지 못한다. 한편, 갑작스레 궁에서 온 사람을 만나게 된 원범은 별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한 채 도성으로 떠나게 된다. 원범을 잃고 상심한 별이는 마음을 추스릴 새도 없이 아버지 박시명이 괴사내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별이는 원수를 잊지 않으며 몇 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여인의 몸으로 훗날을 도모하며 야장간에서 일하던 별이. 그런 그녀의 앞에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 나타난다. 분명 조선을 주무르는 외척 세력 중 하나인 안동 김씨가의 사람인데 별이는 점점 원수의 아들에게 끌리게 된다.
강화도에 유배된 죄인의 신분으로 살다 왕이 된 남자 철종이 남자주인공인 소설이었다. 스펙타클한 이야기라서일까 철종의 이야기는 몇몇 소설로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박별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로맨스를 짙게 깔고 시작하는 책은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기대감이 들게 했다. 그것도 원범보다 어마무시한 실력을 가진 여인이라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자면 역사가 스포일러가 아닌 소설이었다.
강화도에서 필부로 사는 게 꿈이었던 원범은 튼튼하고 밥잘먹고 무예도 뛰어난 별이와 함께 강화에 살고 싶었다. 하지만 왕으로 도성으로 향하게 되며 그 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별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별이를 꼭 닮은 야장간에서 만난 여인 소성에게 마음을 주고, 끝내는 그녀가 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안동 김씨가 장악한 도성으로 향한 별이와 원범의 앞에 여러 난관이 들이닥친다.

로맨스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만큼 별이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쾌활하면서 강단있고 능력있는 여자주인공 캐릭터라 상대적으로 남자주인공의 매력도는 좀 덜했다. 애초에 유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나와서인지 위화감은 없었지만 늘상 별이에게 다정한 원범의 모습을 보니 달달한 분위기가 절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처음은 유약한 왕의 모습이었지만 서서히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위해 강인해지는 모습이 보여져서 좋았다. 그렇게 보면 두 사람 모두 성장하는 캐릭터들이었다고 할까. 별이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백성들을 살피고 내 사람을 넘어 적까지 품고자 하는 원범의 모습또한 인상깊었다.
조연들의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다. 원범의 곁에서 안동 김씨 세력에 맞서 싸워주는 벗들의 존재에 더해 별이와도 케미가 좋아서 페이지를 즐겁게 넘기면서 볼 수 있었다. 묵직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익살스러운 모습들도 그렇고 각각의 캐릭터성도 다양해서 더 재밌었다. 악역은 특히 마무리부분이 좀 약한 것 같았지만.. 어쨌든간에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 소설이었다. 능청맞으면서도 시종일관 다정하고 세심한 왕인 원범과 강단있는 별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또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시대물 로맨스였는데 스포인 역사를 알고 있다보니 만약 정말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라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왕의 무사 귀인별'을 읽고보니 궁금해진다.

내 너에게는 왕의 여인으로서의 간택이 아니라 선택을,
순종이 아니라 애정을 청한다.
나를 너를 정인으로, 너의 낭군으로 선택하고, 사랑해다오.
1권 2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