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공부합니다 -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
박원순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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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의 영향으로 꽤 많은 꽃을 보며 자랐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화단의 모습을 보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손이 많이간다였다. 시기적절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면 오래도록 예쁜 모습을 보기 힘들었기에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모두 감수하며 보는 것일까.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을 보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게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여전히 직접 키우진 못하는 똥손이라 그냥 보기만 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때문에 '꽃을 공부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궁금했다.


오랫동안 정원 일에 종사했다는 박원순 가드너의 책에선 꽃에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는 책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꽃들,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 꽃들, 애절한 사랑과 관련된 꽃들,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해 온 꽃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크게 순서는 상관없지만 순서대로 읽다보니 좋아하는 꽃이 나오기도 해서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선정되어 수록된 스물아홉개의 꽃들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꽃들이 대부분이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책 속에 화사한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책 속에 수록된 꽃의 이야기들은 다양하다. 역사와 얽힌 이야기부터 생식에 관한 이야기, 꽃말이나 신화 쪽 이야기도 보다보면 꽃이 얼마나 생활밀접한 생물인지 깨닫게 된다. 책을 보기 전엔 '꽃'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서 꽃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전해들을 수 있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귀하게 여긴 파란수련 이야기라던지, 화투패 중 5월을 상징하는 꽃이 난초가 아니라 꽃창포라던지, 다알리아가 처음엔 식용으로 도입되었다던지 하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소소하게 꽃말이나 학명, 생김새 묘사들도 수록되어 있으니 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해보였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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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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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스터리 퍼즐 추리소설 '카인의 턱뼈'. 카인의 턱뼈라는 제목은 '창세기' 4장 8절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에서 따온 모티브의 일종으로, 인류 최초의 살인흉기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라고 한다. 그런 비화를 알고나니 벌써 제목부터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펀딩 사이트에서 처음 봤지만 후원하는 걸 잊어버렸던 책이기도 했는데 기회가 닿아 만나보게 되었다. 이후 받아본 책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아서 휴대하기 좋아보였다. 물론 이렇게 디자인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책은 100장의 자술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그러면 이 책을 가지고 뭘 해야하는가? 직접 풀어야 한다. 책을 한장한장 뜯어서 6건의 살인사건의 범인과 희생자, 살해 방법까지 찾아내는 탐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들고다니면서 풀기 좋게 사이즈가 작을 수 밖에..


책을 읽는 방식이 굉장히 재밌어보였기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책은 난해하다. 내용을 보다보면 번역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자술서의 부분부분 잘린 문장이 있고, 갑자기 이상한 단어가 튀어나오기도 하며, 뭔가 암시하는 듯한 문장도 많아서 더욱 그랬다. 뒤쪽에 영어 원문이 함께 수록되지 않았다면 잘린 문장은 파본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였다. 영어 원문 역시 문장이 잘려있는 걸 보고 안심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역시 미스터리를 풀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카인의 턱뼈' 미스터리를 해결한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네 명 뿐이라고 한다(2024기준). 



솔직히 나는 직접 풀어낼 거라 생각하고 읽은 것이 아니라 크게 실망하진 않았지만 본인이 5번째 능력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는다면 느낌이 다르려나 싶기도 하다. '이 퍼즐은 극도로 난해하며, 심신미약자에겐 권하지 않습니다'라는 주의문구까지 적혀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용으로 보건데 해설서가 있어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려운 추리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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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여사들의 엑셀 혁명 with 챗GPT - 암기 NO! 복잡 NO! 압도적 실용성 YES! 실무 엑셀 기본기+챗GPT 활용법
공여사들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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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이렇게 친절한 엑셀 기본서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실무팁이나 실무상황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좀 더 유용하다는 생각도 함께. 제일 처음은 간단한 엑셀함수를 배우고 다음으론 조금 더 복잡한 함수를 배운 다음 챗GPT로 넘어간다.

데이터를 복사 혹은 캡처해서 보여주고 질문하면 찰떡같이 대답해주는 챗GPT의 기능을 이책을 통해서야 알았다. 엑셀을 많이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앞으로 뭘 하다가 막히면 챗GPT에게 질문해 해결해봐야겠단 마음가짐을 얻은걸로도 수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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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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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유난히 시렸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눈을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관심도 쏟아졌다. 원래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날 이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눈에 띄어 읽게 된 책이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였다. 책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퇴보했고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랄한 평가를 남긴 것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미국은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이미지 아니던가.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왜 민주주의가 한계라고 하는지, 왜 민주주의 시스템이 결점투성이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선거제도는 다르다. 문제는 이 제도 자체가 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민주주의를 권력의 도구로 만들어버렸다는 데 있다. 미국의 많은 정치 제도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다. 실제로 그 제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투표권법을 없애버린 이후 상원 내 소수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202p). 정치학자들이 언급하는 '반다수결주의 제도'에서 따르는 위험이다. 다수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해 설계된 규칙은 정치적 소수가 다수를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심지어 다수를 지배하도록 만들 수 있다(209p). 선거제도의 다수결 원칙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유연한 헌법개정이 필요한데 미국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제도에 처음엔 책이 굉장히 낯설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이야기들을 보고 있는데 조금 더 공부한 뒤, 서서히 우리나라의 상황과 겹쳐지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읽기 훨씬 나아졌다. 어느 시점은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같고, 또 어느 시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흡사 예언서를 보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이전과 이후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을 보며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확고한데 그를 지켜나가기는 것은 몹시 어려워 보인다. 갖가지 문제점과 함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권력이라는 칼을 쥔 사람들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라는 회의감도 든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의 허점을 다루며 독재, 군사, 차별, 쿠데타, 필리버스터 등등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하나의 제도에서 파생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민주주의가 성공한 나라 노르웨이의 예시를 들며 결국 개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줄곧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해 말했던 책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설 것을 종용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으로 살고 있는 이상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현재 미국의 상황에 맞춰 쓴 책은 아니었으나 반면교사 삼을 수는 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날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는 눈을 뜨고 민주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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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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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대를 일컫어 흔히 차별과 혐오의 시대라고 말한다. 특정한 그룹이나 인물을 비하하는 표현이 흔해졌고 그만큼 문제의식도 커져가고 있다 여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혐오는 어느시대에나 있었다. 태초부터 정해진 성별과 인종 외에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멸시하는 일은 과거에도 빈번했다. 지금의 시대가 좀 더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더욱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혐오의 표현은 생활 속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에서부터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첫장에서부터 굳이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모두가 쓰니까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말 중 일부는 누군가에겐 차별의 뜻을 담은 표현이 된다. 결정장애, 다문화, 급식충 등등. 이런 단어들의 기원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차별의 뜻이 전달된다. 이것이 바로 책에서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정의다.

내가 처음으로 소수자 그룹에 관해 인식하게 된 것은 초등학생때였다. 그때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던 시대라 일주일에 몇 번씩 문방구를 들러야했다. 기억하고 있는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준비물을 미리 사두고도 색깔짙은 펜을 들여다보며 이것도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장애자냐?라는 물음이었다. 그 말은 일종의 유행어었다. 장애자냐는 말을 들은 아이가 아니라고 소리침에도 내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건 그런식으로 친구를 윽박지르는 모습을 꽤 봐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문방구 사장님이 있었다. 사장님은 아이에게 다가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우리 언니 이름이 장애자인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되느냐고. 어른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일까, 기세등등하던 아이는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몰랐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만은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장애'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번씩 생각나는 에피소드다. 그렇다고 내가 '장애'라는 말을 쓰지 않았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았다. 어원은 알고 있으나 의미는 한없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했다.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선에 맞춰진 생각이었던 셈이다. 가볍게 쓰는 의미의 결정장애는 편리했고 그 이면에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 불편했다. 생각해보면 차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겪지 않은 문제에서 차별을 느끼기 어려워한다. 교통약자가 되어보지 않고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소수자그룹에 속해보지 않고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소속감을 갖고 그 과정에서 차별이 생겨나기도 한다. 어느 집단이 다수일 때나, 한 집단에 오래 있으며 편견이 공고히 자리잡을 때도 그렇다. 때문에 이상적인 '평등'이란 굉장히 어려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어렵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도 난해하다. 책 속에 나오는 차별의 예시들을 보며 그렇다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하는가? 고민해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차별받는 사람이 되지 않고서야 그 차별을 이해할 수 없다니. 불편해질때야 비로소 느끼게 되는 특권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어렴풋이 이게 잘못된 건가?라는 의문이 떠오를 땐 늘 계기가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였다. 소수자를 대변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차별이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면 편협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지던 때가 있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스스로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생각하고 싶은대로 왜곡한 이미지를 그대로 믿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차별까지는 아니지않나 생각하고, 정당함을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감했던 부분들이 많았다. 난민 문제를 겪으며 예맨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할 때, 여성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야기할 때가 더욱 그랬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은 몰랐다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차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없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차별과 혐오표현만 봐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차별적인 세상에서 수많은 차별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6년전에 쓰여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들을 보면 '이런 일이 있었어?'라는 생각보다 '아직도 이러고 있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이 있어야 하는가? 프롤로그부터 부끄럽게 했던 책을 보며 수없이 물음을 던져 보았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차별을 모두 다 알게 되었다 말할 수는 없다. 지금도 여전히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할수도, 내가 이해하기 힘든 차별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평등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어쩌면 일상의 차별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일 지 모른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농담에 웃지 않는 것만으로 소심한 반대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작고 소심한 행동일지라도 무언가 필요하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았든 차별은 흔하고 일상적으로 존재하며 평등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할 이유이며, 바뀌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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