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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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유난히 시렸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눈을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관심도 쏟아졌다. 원래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날 이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눈에 띄어 읽게 된 책이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였다. 책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퇴보했고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랄한 평가를 남긴 것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미국은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이미지 아니던가.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왜 민주주의가 한계라고 하는지, 왜 민주주의 시스템이 결점투성이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선거제도는 다르다. 문제는 이 제도 자체가 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민주주의를 권력의 도구로 만들어버렸다는 데 있다. 미국의 많은 정치 제도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다. 실제로 그 제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투표권법을 없애버린 이후 상원 내 소수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202p). 정치학자들이 언급하는 '반다수결주의 제도'에서 따르는 위험이다. 다수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해 설계된 규칙은 정치적 소수가 다수를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심지어 다수를 지배하도록 만들 수 있다(209p). 선거제도의 다수결 원칙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유연한 헌법개정이 필요한데 미국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제도에 처음엔 책이 굉장히 낯설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이야기들을 보고 있는데 조금 더 공부한 뒤, 서서히 우리나라의 상황과 겹쳐지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읽기 훨씬 나아졌다. 어느 시점은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같고, 또 어느 시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흡사 예언서를 보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이전과 이후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을 보며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확고한데 그를 지켜나가기는 것은 몹시 어려워 보인다. 갖가지 문제점과 함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권력이라는 칼을 쥔 사람들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라는 회의감도 든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의 허점을 다루며 독재, 군사, 차별, 쿠데타, 필리버스터 등등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하나의 제도에서 파생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민주주의가 성공한 나라 노르웨이의 예시를 들며 결국 개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줄곧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해 말했던 책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설 것을 종용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으로 살고 있는 이상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현재 미국의 상황에 맞춰 쓴 책은 아니었으나 반면교사 삼을 수는 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날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는 눈을 뜨고 민주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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