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발칙한 혁명 - 비틀스, 보브컷, 미니스커트 - 거리를 바꾸고 세상을 뒤집다
로빈 모건.아리엘 리브 지음, 김경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교 1학년때 머리를 길렀다. 친구들은 왜 머리를 기르냐고 빨리 자르라고 난리였다. 뭔가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어떻게든 나의 의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위를 들고 자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찌릿한 강한 눈빛으로 손쉽게 넘겼다. 그러나 어느 무더웠던 어느 날 머리를 자르고 말았다. 긴 머릿결을 관리하기가 어렵기도 했거니와 더워서 안되겠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걸 본 친구들은 '왜 우리가 하는 말 안듣고 계속 기르다가 갑자기 잘랐냐'고 한소리했다.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고 특정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기성 세대들은 어떤 틀을 갖다 놓고 젊은이들이 그 속에서 맞춰 나가기를 바랐으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삶이 팍팍해져서일까. '나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넌 왜 그러지 못하느냐'는 언쟁으로 시작해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1963년, 발칙한 혁명>이란 제목이 심상치 않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책의 첫머리에 1963년 1월 13일 영국 bbc 방송에서 비틀즈의 '플리즈 플리즈 미',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방송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 언급된다. 재능있고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들이 패션, 출판, 미술, 성 등 여러 면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성공하던 시기였다. 이는 세계 2차 대전이후 이어져온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남과 함께 경제적 독립을 빨리 이룰 수 있었던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이 책에는 가수 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 유명 사진작가 테리 오닐, 미니스커트의 창시자 메리 퀸트, 롤링 스톤스의 창립 멤버인 빌 와이먼와 키스 리처드, 그 밖의 유명 작가, 평론가, 나이트 클럽 사장 등이 대담 형식으로 자신이 마주한 1963년 전후의 모습을 말해준다. 이 많은 게스트를 한 자리에 모셔놓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을 것이니 겪은 이야기를 얘기해달라고 부탁하여 받은 원고를 적절히 이은 것이리라. 내게는 생소한 이들이 많았으나 경험담이 솔직하고 순진한 면도 있어 재미있었다.

 

"공짜 술은 늘 환영이었어요. 우린 전부 노동자 계급이었기 때문에 술은 식사의 일부였어요. 술을 안 마시면 사람이 아니에요. 조지 페임과 에릭 클랩튼이 공연을 마치고 클럽에 있으면 우린 그들과 어울려 놀았죠. 비틀스와 스톤스는 거기와 '애드 리브' 클럽에 주로 있었어요. 우린 음악 얘기, 여자 얘기를 하며 술을 마셨죠 - 힐튼 발렌타인(애니멀스의 기타리스트)"  

 

위 노래 두 곡(플리즈~, 바람만이~)을 아주 유명한 곡이라 생각하며 두 곡을 찾아 들었는데 여태 접하지 않은 노래였다. 좀 아쉬운 마음에 1963년 12월 비틀즈의 라이브 방송분을 찾았는데 이어지는 익숙한 몇 곡의 열창과 함께 장난섞인 말과 행동, 관중의 열광적인 반응이 보기 좋아서 세 번 틀었다. 1963년을 알아가는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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