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대사이다. 일련의
같은 말이라도 어떤 말을 먼저 선택해 이어가는지에 따라 듣는 이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은주씨가 지금 살아있다면 그동안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을텐데 안타깝다.
류시화 작가의 시집, 인도여행기, 다른 이의 시 등을 모은 잠언집은 인기를 끌었고 나
역시도 그의 책에서 좋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다. 그때는 '라디오 책광고'의 영향력이 컸던 걸로 기억한다. 반복해서 들어서 어떤 책광고문구가
나오면 입에서 저절로 따라하게 되는... 요즘에 그의 신작이 나오는지 모르던 참에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약간의 수정을 거쳐 재출간한다기에
관심이 갔다.
읽고 보니 예전 책이 없어져 바뀐 부분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시를 읽기에 내 감성의
여유가 없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래 전 읽었을때의 감동이 현재에 미치지 않는 것은 오로지 '나'의 문제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눈시울이
불거지는데 시집을 읽으면서 별 감정의 동요가 왜 없었는지... 류시화 시인이 다른 새로운 작품을 내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누군가의 책장에 옛날 책이 꽂혀 있는 걸 부러워한다. 20,30년도 넘은 그런 책은
표지가 좀 닳기도, 물이 흘러 변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오래전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준건지,
어디서 없어져버린 건지 궁금하다. 아직은 무소유의 행복을 깨닫지 못했나 보다. 여름을 맞아 더위가 한창이다. 연휴를 맞아 잠깐의 여행, 시원한
수박과 재미있는 책한권으로 여유를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