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 토스카나에서 시칠리아까지, 슬로푸드 레시피와 인생 이야기
제시카 서루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와 우리 나라는 뭔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지리적으로 본다면 많은 부분이 바다에 접해 있고 여러 전쟁을 겪었으며 오랜 전통 등이 있겠다.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람의 성격적인 측면으로 고집이 있고 다혈질적이긴 한데 '정'이 있어 훈훈한 느낌을 주고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잠깐 알고 지냈던 이탈리아 사람은 빵가게에서 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빵을 만들어 팔았는데 동양문화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 책은 어릴때 이탈리아에서의 좋은 기억을 지닌 젊은 요리사가 이탈리아의 참맛을 일깨워줄 할머니를 찾아 함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는 장소가 다른 만큼 지역마다의 특산물이 있고 즐겨 먹는 음식이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집 주변의 삽화, 요리와 관련된 지혜 혹은 살면서 얻은 교훈, 할머니의 대표 레시피 몇가지 등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저자는 할머니와 같은 지역에 여러 날을 살면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재료를 수확하고 음식을 만들며 주변을 둘러 본다. 생생한 음식을 전해준 욕쟁이 다리아 할머니와 소작농의 아내로 살아온 아르미다 할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슬로푸드'라는 건 내게는 잘 맞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만들어진 음식을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허겁지겁 먹곤 했으니. 얼마 전 스파게티면 포장지에 적힌 대로 끓인물에 면을 넣고 몇 분후 소스가 완성된 양념병의 뚜껑을 따고 털어 넣어 그것만으로 먹었더니 맛은 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만들때는 몇가지 나물을 넣었더니 느끼함도 가시고 든든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소스병의 내용물을 분석(?)해서 구할 수 있는 주재료 몇몇을 요리해 적당량 넣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나만의 요리를 만드는 거겠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다.

 

처음 보는 재료들로 만드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구하기 쉬운 붉은 양배추와, 붉은 양파, 사과와 마늘 등으로 만들 수 있는 '카볼로 로소'라는 반찬도 있으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 간혹 tv를 켰다가도 '맛집 홍보'에 대한 지겨움 때문인지 음식점이 등장하고 찾으러 다니는 프로가 나오면 틀어 버린다. 깊이가 있는 음식 혹은 사연이 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누들로드>와 <한국인의 밥상>같은 프로그램은 자주 보곤 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획과 편성으로 음식에 관한 좋은 방송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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