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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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있다. 처음엔 잘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엔 분명히 얻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낯선 환경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같이 일을 하는게 쉬운 건 아니다. 먼저 탐색부터 시작해 조금씩 알아가며 이해의 과정을 거친다. 약간 아쉽거나 달리 생각했던 부분이 엉뚱하게 회식을 통해 치유(?)되기도 한다. 공통 관심사나 소소하게 도울 일이 있어 왔다 갔다 하다가 급진전되기도 하고.

 

이 책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로했으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 산티아고로 떠난 저자의 여행이 담겨 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사십여 일을 걸으며 보고 듣고 먹고 자고 만나고 느꼈던 걸 풀어낸다. 외국 유명여행지에서 한국 사람을 피할 수는 없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되게 마련이다. 편하게 같이 다니며 지내다 보면 여기가 올레길인지,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싶어서 헤어짐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작년 이맘때 만나 커플이 되었다는 데수리 부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따로 살면서 함께하기'의 방식으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누군가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러함'을 받아들임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

 

감동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 시간 시간 틈틈이 적은 일기장같은 책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뭔가를 다시 도전하려는 이에게 좋을 듯하다. 문득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귤을 한봉지 사들고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시간이 그립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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