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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 춘향전 ㅣ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3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내게 떠오르는 춘향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새로운 시각이 가미된
'방자전'이다. 전자가 전통적인 춘향전에 가깝다면 방자전에서는 방자가 주인공으로 사또, 향단의 재발견이 흥미로웠다. 시대와 가치관, 상황 변화
또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고전의 인물관계, 소재는 물론 중심 주제도 변할 수 있다. 꽃노래도 세번 네번 하면 지겹듯이 같은 걸 반복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요새 개봉한 터미네이터와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 새로운 인물과 로봇의 등장, 어떤 사건과 이야기를 덧대는가가 관건이고 평이 엇갈리는
걸 본다. 의리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올해 말에 개봉될 스타워즈 7편은 어떨지 궁금하다.
춘향전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책으로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표지의 판화 그림이 왠지 잘 어울리는 듯 해서 관심이 갔다. 여는 글이 비교적 긴 편인데 어떻게 이 책을 보아야 할지 밑그림을 보여준다. 중간
중간 남원이라는 지역의 중요성, 아버지가 양반인지 여부와 춘향의 신분, 서울 출신 양반이자 고을 사또의 자제 이몽룡의 내력, 수령의 위치와
덕목, 신분 상승의 방법과 과거제도, 춘향이 기생인지 아닌지의 여부 등 해설과 지도, 그림이 있어 이해하기에 편하다.
사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거 아닐까. 춘향을 보고 완전히 맘에 든 이몽룡은 방자를 시켜
데려오라고 해보지만 춘향은 오지 않고 자기 집으로 가버린다. 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는 건 당연한 일, 집에 방문해 마음을 얻고자 한다. 이를
엿듣고 있던 월매, 곱게 키운 우리 딸을 아무런 약속없이 양반자제의 불장난이 될 수 없다 여기곤 불망기를 받아낸다. '사랑사랑 사랑 내사랑아'로
시작되는 <사랑가>가 언제까지고 계속 될리는 없는 일. 아버지가 높은 벼슬을 얻게 되어 서울로 가게 되는 몽룡에게 월매가 울며불며 큰
소리로 알려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해서 약속을 단단히 잡는다.
변학도의 부임과 수청을 명하나 춘향을 이를 거절하고 엄청난 고문을 당한다. 사람의 마음이
같을텐데, 꾀죄죄하게 돌아온 이몽룡을 월매처럼 푸대접할 수도 있으련만 자신이 죽고 나면 세간을 팔아 대접하게 하라는 춘향, 사또의 생일 잔칫날
몽룡은 암행어사임을 밝히고 멋있게 등장, 춘향에게 감동을 주는 뭐 그런 이야기다. 표지 오른쪽 위에 열네살에 '다시 보는 우리고전'이라고 쓰여
있는데 심청전, 장화홍련전에 이어 펴낸 우리 고전 시리즈 중 한권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봐도 되겠다.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으나 생각보다 양념을
잘 쳐주는 월매의 영향력이 크다고 느꼈다. '월매의 사랑' 뭐 이런 제목으로 영화가 나온다면 에로 영화가 될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