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을 말하다
박대홍 지음 / 워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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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한 10년 된 카메라가 있다. 처음엔 아주 기본이 되는 렌즈만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처음 접하는 dslr에 대한 환상(?)은 조금 수그러드는 듯 했다. 별 일이 없는데도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소소한 것을 찍기 위해 시간을 내기도 했다. 근처의 사진찍는 명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건 즐거웠고 아는 이의 결혼식이나 돌 사진, 환갑 행사를 찍은 건 나름 보람있는 일이었다. 실내 사진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매크로 사진을 찍기 위해 렌즈를 두세 개 추가하고 플래쉬, 삼각대 등 다른 액세서리도 구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나는 예전만큼 사진을 찍고 있지 않다. 무겁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열정이 사그라들어서일까. 핸드폰 카메라로 간단하게 찍을 수 있기 때문일까. 이번에 또다시 렌즈를 하나 샀다. 고급렌즈로 분류되는 비싼 렌즈인데 예전만큼 사진을 많이 찍을지는 미지수라 뭔가 이유를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이번 여름, 가족 여행에 사용하려고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을 말하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다툰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쯤 될까. 반대로 돌아누운 부부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야 만나게 된다는데. 그럼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 책은 사람의 뒷모습이 특히 많이 담겨 있는 에세이 포토북이다. 글은 길지 않은 편으로 사진과 어울려 뭔가 생각하게끔 한다. 사람의 뒷모습에 대한 글도 있는데 '어떤 의도'도 갖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에 가깝다는 걸 저자가 말하고 싶은 듯 하다. 나이 많은 사람의 얼굴과 손의 주름이나 굳은 살, 그리고 뒷모습에서 뭔가 아름다움이 느껴질때가 있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상관없이 삶에는 예측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이 있으며 아픔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구의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거나 막막한 길에 혼자 서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을 지도 모른다.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쯤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순서대로 볼 필요도 없고 글을 읽지 않고 사진만 먼저 봐도 된다. 요 근래에 본 미드에서 본 내용 중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서 옮겨 보자면 "You are not done. You are unfinished. You are a work in progress. You don't know what tomorrow brings. It can be anything. It could be good, bad. You don't know you're not done"으로 너는, 네 인생은 끝장나지 않았고 내일 좋든 나쁘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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