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녁 6시가 되지 않았는데 으슬으슬 쌀쌀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따뜻한 국밥이 생각난다. 오래 전 어머니는 김치국밥을 해주셨다. 큰 냄비에 물을 붓고 김치와 밥에 계란을 풀어 만들어서 그릇마다 담아 주셨는데 그때는 맛이 없었던 것 같은데 가끔 떠오른다. 많이 뜨거워 입천장이 까지곤 해서 후후 불면서 먹었다. 국밥이 목을 넘어가 배까지 뜨뜻해졌다. 뜨거운 걸 잘 못 먹어서 가장 늦게 먹었던 것 같다. 

슬픈 카페의 노래, 제목처럼 명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방적 공장과 근처의 농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이 있다. 미스 어밀리어는 아버지에게 곡물, 비료 등을 파는 가게를 물려 받아 운영한다. 근처 양조장에서 술을 가져와 팔고 목수일이나 병든 이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녀는 키가 180정도로 크고 사팔뜨기인데다 괴팍하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커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4월의 어느 날 밤, 떠돌이 꼽추 한명이 자기가 미스 어밀리어의 사촌이라며 찾아온다. 당연히 미스 어밀리어가 꼽추를 쫓아낼 거라 생각했지만 해달라는 것을 들어주면서 집에 눌러 살게 한다. 가게는 한층 번창해 카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6년 정도가 지나고 단 10일만 결혼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전남편, 마빈 메이시가 출소했다는 소문이 돈다. 싸우다가 죽인 이의 귀를 주머니에 가지고 다닐 정도의 사악한 성격이었지만 그가 어밀리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자 완전히 좋은 쪽으로 바뀐다. 잘 생기고 근육질의 이 남자는 2년 동안 그 마음을 숨기고 착하게 지내다가 고백해 청혼 승낙을 받아낸다. 결혼식 후 무슨 일인지 둘은 다투고 이후 마빈 메이시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곤 감옥에 투옥된 것이다. 마빈 메이시가 등장하고 꼽추에게 모멸감을 주지만 뭐가 좋은지 메이시 주변을 돌고 계속 따라다닌다. 어느 날 결투가 시작되어 미스 어밀리어가 이기려는 찰나 꼽추는 그녀를 뒤에서 공격하고 모든 시설과 물건들을 부순다. 이후 카페는 문을 잠그고 마을은 황량해진다.

주요 인물은 세 사람이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들은 이들을 크게 개의치 않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나를 잘 모르는 타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책을 거의 다 읽으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싶었는데 저자의 순탄치 않은 삶과 역자의 해설을 통해 이해가 좀 되었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아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힘들고 불편하게 느낀다.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게 되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파헤쳐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이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