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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평점 :
'어린 왕자'를 오랜만에 다시 읽은 후 생텍쥐페리에게 관심이 갔다.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 왕자를 만나는 비행사를 통해 항공 운항의 위험을 약간 보여준 거였다면 '야간 비행'에서는 세밀하고 개연성 있는 얘기를 다각적으로 다룬다. 1944년 정찰 비행을 하다 독일군의 공격으로 실종되기까지 저자는 비행을 문학에 접목시켜 <비행사>,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전시 조종사>, <성채>를 펴냈다고 한다.
비행사 파비앵은 남아메리카 최남단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 수송을 담당하고 있다. 팜파스 평원같이 드넓은 초원이 있는가 하면 안데스산맥의 끝자락을 경험해 볼 수 있기도 한 곳이다. 맑은 날에는 심심할 만치 평온하다가도 폭풍우나 거센 눈발, 돌풍을 만나면 큰 위험을 무릅쓰게 되는 그런 항로였다. 어느 날 파비앵은 어둠속에서 폭풍우의 난기류를 맞으며 비행하게 된다. 어느쪽으로도 착륙이 불가능하고 통신은 두절되어 폭풍우 위쪽으로 빠져나와 밤하늘을 보게 되지만 연료가 바닥이 날 지경이어서 구름을 뚫고 다시 내려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강한다. 구름 속으로 진입 중. 아무것도 보이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공망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리비에르는 여러 수송기의 출발 전 상태 체크부터 목적지에 도착해서 기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존재하나 '야간 비행'의 필요성을 역설해 계속 진행되도록 하려 한다. 파비앵의 아내는 남편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본부에 도착하고 리비에르는 다음 유럽행 우편기를 출발시킨다.
인간은 한번은 죽게 되어 있지만 항상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어나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휴식이 필요할때 쉬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해보고 보람과 아쉬움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간다. 이 책은 처음에 몇장 보다가 그냥 던져 두었다가 다시 시간이 지난 후에 2시간 정도만에 처음부터 다 읽었는데 '숙명'이라는 게 있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고전이지만 예상보다 지루하지 않고 애써 담담하지만 슬픔이 담겨 있고 재미있고 심도있게 잘 읽혔고 끝에 해설도 유익했다.
"여행의 마지막 순간처럼 씁쓸하고 답답한 무언가가 모두의 입가에 떠올랐다. 무엇인가 끝을 맺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약간은 메스꺼운 기분까지 들었다. 잠시 후 니켈과 구리선이 가득한 이곳에 폐허가 된 공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비통함이 몰려들었다. 모든 설비들이 그저 무겁고 쓸모없는 쓰레기로 보일 뿐이었다. 시들어 떨어진 나뭇가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