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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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되기를 바란다. 이기는 방법, 성공의 기록, 합격의 묘수, 100억 만들기 등의 컨텐츠가 인기를 끈다. 반대로 어떻게 졌는지, 실패했는지에 관한 내용은 축소, 은폐되기 십상이다. 이순신에 관한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번 나왔다. 올해에는 '한산'이 개봉했는데 비교적 좋은 흥행을 보여줬다. 나는 뒤늦게 영화관에서 가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학익진을 펼쳐 적을 비교적 좁은 공간에 넣고 포위하여 공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적군도 당연히 그런 험한 진세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지만 미끼 역할을 하는 부대가 있어 쫓아 오게 하는 작전이 있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징비록과 녹후잡기(징비록 이후 추가할 만한 내용), 그리고 해설(징비록에 대한 현대적 설명, 인물 유성룡, 국제정세, 징비록을 읽는 이유) 이다. 전체 360여 페이지중 해설이 140페이지가 넘는다. 나는 '징비록'이란 책이 좀 지루한 면이 상당해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해설 부분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에 중요 직책에 있었던 유성룡이 당시 있었던 일 중심, 시간순으로 객관적으로 적으려고 하고 있다. 조선이 일본군의 진격에 허망하게 단기간에 연속 패배하고 임금은 도성을 버리고 평양으로, 또다른 곳으로 피난을 떠나는 모습이 당황스럽고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순신의 승전에 대해서는 환호와 함께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1591년 통신사로 간 황윤길, 김성일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김성일은 "황윤길의 말이 너무 지나쳐 나라 안팎이 모두 놀라 인심이 동요할 것이므로 해명했다"는 것이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부족했고 당파 싸움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다. 조정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김성일에게 책임을 물어 경상 우병사로 임명해 경상도로 내려보낸다. 김성일은 책임을 느꼈는지 무관으로서도 역량을 발휘하여 승전하지만 2차 진주성 전투를 전후해 사망한다.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의 승리와 명군의 도움, 관군과 의병의 연합 등으로 일본군을 부산, 남해 등으로 몰아내고 일본과의 강화 협상에 나서지만 일본측의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등으로 결렬되고 1597년 정유재란이 발생한다. 임금의 명을 속히 따르지 않는 이순신을 파직하고 대신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했다가 대패를 당하고 다시 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남은 병력으로 일본군을 패퇴시킨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유년시절 같은 동네에서 지내던 죽마고우였고 정읍 현감이었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에 추천해 부임시키는 등 이순신의 능력과 곧은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곧바로 진격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고 군량미만 소비하는 명군을 보면서 지금 현실에서도 강대국들의 사이에 끼여 있는 상황에 만일 전쟁이 난다면 또 어떤 처지가 될까 생각하니 막막하다. 환율과 물가, 금리는 오르고 민생은 어려운데 정치는 어지럽다. 다만 K-무기의 폴란드 수출과 kf-21 전투기 개발 등은 위안거리로 삼을 만하다. 언제고 쉬울 때가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부침을 겪으면서도 해결책을 강구해 나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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