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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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예전에는 사람들이 적은 곳을 여행지로 삼았다면 요즘은 사람이 보이고 모이는 곳을 즐겨 찾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하고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 구경을 한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면 듣고 옷차림이나 얼굴 생김새 등을 보곤 한다. 엄청난 미인이 있는 듯이 너무 티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별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도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다. 

 

'만남이라는 모험', 제목이 좋다.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모험이다. 7시에 일어나 지하철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 우연의 일치는 운명을 좌우하지 못한다. 그저 그런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 그친다. 거기서 누군가 말을 건다거나 관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뭔가가 시작된다. 당장 하지 않더라도 몇 번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아주 바쁘지도 않고 딴 생각에 열중하지 않는 열린 상태여야 할 것이다.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고 만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첫째, 만남으로 변화된 모습들(화가 피카소와 시인 엘리아르, 소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의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의 아델과 엠마, 18세기 에밀리 뒤 샤틀레와 볼테르, 이 책의 저자와 고등학생 일때의 철학 선생님, 둘째, 만남을 갖기 위해서 할 행동들 (자기의 틀 깨기, 아무 기대 없이 열어두기,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기), 셋째, 만남의 여러 해석들 (인류학적, 존재론적, 종교적, 정신분석적, 변증법적 해석)을 살펴 볼 수 있다.

 

친밀감으로 고백한다는 건 누군가를 잘 알고 다독임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다고 치자. 다시는 만나지 않을 외국인에게 이런 저런 속내를 얘기하고 맘 아팠던 경험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작스레 신뢰가 생겼다거나 뭔가 통한 게 있을 수도 있고 그 장소나 그날의 분위기에 따를 수도 있겠다.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을 사람에게, 아니면 자연 혹은 애완 동물에게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꽤 괜찮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모든 부정적인 예감들은 돌연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스스로 억제하고 있었던 것들이 용감하게 고개를 들고, 우리가 지녔던 두려움이 증발해 버리기도 하며, 우리를 억누르던 불안감이 흩어져 버린다. 때때로 이런 변화는 거의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이 피어나는 자유의 감정이 바로, 만남을 의미하는 하나의 징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부터 우리는 어떤 모험을 감행해야겠다는 욕망을 품는다. 우리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거나 더 이상 유익하지도, 즐겁지도 않다고 여겨질 때 이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뭔가 안맞고 어긋나고 인연이 아닌걸로 여겨질 때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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