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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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친구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생각이 난다. 한 친구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을 벌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두명 정도를 낳아 기르며 무사태평하고 평탄하게 살고 싶다는 거였다. 인생은 알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언제 어디서 불행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큰 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사업의 부도와 원치않는 퇴직으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평범하게 산다는 건 의외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의 소설을 볼 때면 이후의 내용이 어떨지 예측해가면서 읽는 편이다. 끝이 예상과 맞아 떨어지거나 너무 뻔하게 흐르면 기분이 좋기보다는 왠지 약간 실망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나카가미 겐지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였는데 단편들을 쓴 시기가 열 여덟살에서 스물 세살 사이에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무지 예상치 못한 글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튈지, 어떤 결론이 날지 안날지, 그냥 흐르듯이 끝날지, 생각의 흐름을 나열한건지 알 수 없이 나도 강물 속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구경만 하다가 내려와 강물로 들어섰더니 치명적으로 위험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의 나날>에서의 대화가 떠오른다. 

"어디로 갈 건데?"

"기분 내키는 대로 가면 되지, 어디든."

여전히 많은 날이 남은 것처럼 살아간다. 이대로 멈추어 있을 수는 없으니 뭐든 하기는 해야 한다.

좋은 경험이든 안좋은 기억이든, 도움이 되든 피해가 되든, 나중에서야 깨닫게 될지라도 부딪쳐보는 것이다. 이것 저것 따지고 계산하지 말고.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보는 거지' 하고 느릿느릿 오랜 시간동안 움직여 보고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그동안 뭐가 있었든 딱 내려놓아 버릴 수도 있는 용기...

그것이 청춘 아닐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살아오면서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상황들을 가정해두고 만들고 이어나가며 읽었다. 어느새 슬쩍 감추어져버린 나의 꿈과 열정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찬바람이 부는 저녁, 이제는 겨울 점퍼를 꺼내 입고 동네를 걸어 본다. 가벼워진 느낌을 가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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