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도시 이야기 - 포르투, 파리, 피렌체에 스미다
신지혜.윤성은.천수림 지음 / 하나의책 / 2018년 12월
평점 :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를 여행 고수는 아니어도 중수는 된다고 생각한다. 장거리/장기 여행 경험도 몇 번 있고 이제는 여행을 떠나도 숙소와 사전 예약이 꼭 필요한 이동수단/공연/전시만 챙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현지에 가서 해결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관광지가 있는 구 도심은 반경 수 킬로미터 안쪽 수준이니까... 적당히 대중교통 타는 법만 익히면 그걸로 끝.
실은 지난 시월에 다녀온 여행도, 숙소와 공연 관람 외에는 그야말로 아무 준비 없이 다녀왔다. (로마가서 콜로세움도 안 보고 온 1인) 맛집은 호텔에 묻거나, 지나다가 트립 어드바이저나 미슐랭 딱지를 보고 들어가면 되고, 거리를 천천히 걸어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여행 떠나기 전에 훑어보기 좋은 책은 솔직히 가이드북보다는 요련 여행책. 특히 특정 도시를 다룬 책들이 더 유용하다.
우선 이 책은 글 쓰시는 분들의 여행기라서 글 자체가 좋고, 사진도 감각적이고, 편집 디자인도 글과 사진에 어울리는 화사한 분위기라 마음에 쏙 들었다. 각 도시에 대한 설명도 작가 소개에 등장한 각자의 직업과 관심사가 뚝뚝 묻어나는 것이 재밌다.
게다가 로망으로 삼고 있는 포르투에 파리라니.... (이미 다녀온 피렌체에 대한 추억에도 잠시 잠겨보았다.) 어떻게 보면 요즘의 유럽여행 패턴을 그대로 담고 있달까. 에어비앤비와 여유 있는 일정, 한 도시에 머물며 골목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뚜벅이 여행...
포르투는 '나의 다음번 유럽 여행 목적지' 가운데 우선순위를 다투는 도시이다. 아직 이베리아반도는 가보지도 않았건만.... 상 벤투 역과 포르투 대 성당의 사진 몇 장에 사로잡혀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알짜 공간을 상세히 소개해준 신지혜 작가에게 감사를!
파리는 솔직히... 가보고는 싶지만 굳이 갈 생각은 없달까. 파리에 대한 인상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놈의 파리 증후군(실제로 파리에 가보면 너무 더럽고 후줄근해서 품고 있던 로망이 깨져 나타나는 일시적인 우울증세. 진짜 있는 단어다)이 무서워서.....
그런데 또 영화학도인 저자의 사진을 보니.... 사진이 훌륭해서 혹하게 된다. 파리의 유명한 곳, 덜 유명한 곳을 구석구석 담아, 그것도 영화 소개와 함께 글과 사진으로 담아 여행 뽐뿌를 마구마구 넣어주신다.
피렌체....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설렌다. 다녀왔던 장소들이 사진 속에 그대로 살아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여기도 작가의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사진과 문장이다. 건축과 미술의 도시를 여행하는 아트 저널 리스트답게,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포르투, 파리, 피렌체를 한 번에 묶어 여행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도시 중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 꼼꼼히 읽어보고 도착한다면, 여행에는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이 책에 소개된 장소들만 둘러본다 해도 넉넉히 일주일은 필요하다는 의견. (물론, 지극히 내 스타일의 여행자에게만 한정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