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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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쩔 수 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여긴 모두 미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아무리 개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댕댕이(멍멍이)로 가득한 세상을 호령한다지만, 동네 곳곳 창가에는 고양이의 그림자나 캣타워가 삐죽 들여다 보이고, 인터넷 세상의 고먐미(고양이...)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인간들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거실의 사자』의 표지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린 사람이 최소 수천에서 수만은 될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으니까.



 일단 올해의 표지는 따놓은 당상.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자~ 귀워워어어어오오오오~~~



 동네의 거대한 노랑 고양이를 사자로 착각한 캠핑객의 이야기에, 우리집 첫째 고양이와 동갑인 "치토스"에 대한 애정어린 이야기로 시작한 서문은 저자가 주문한 경외(awe)보다는 귀여워(awwwww)~~~~를 더 많이 외치게 한다. 아니 대체 왜 서문부터 불가능한 주문을 한단 말이람.



 1장의 주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육식"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고양잇과 동물은 다른 과의 동물과는 달리 완전한 육식을 해야 사는 동물인데, 채식 위주로 살던 영장류에서 인류가 뻗어나오며, 이놈의 인간들이 감히 고기맛을 보기에 이른다. 처음은 사냥보다는 고양이 님들이 드시고 남은 걸 훔쳐다 먹었을 가능성이 높고, 불의 발명 이후 두뇌 용량이 비약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보면, 역시 고기가 좋기는 좋은가 보다.


어쨌든. 육식을 둔 전쟁에서 승리한 건은 정착촌을 일궈낸 인간이었다. 사냥 터전에 고정적인 거주지를 떡하니 지어버려, 고양잇과들이 사냥 영역에서 밀려난 것.  


2장은 이런 대치 상황(?)에서 결국 고양이들이 에잇, 하고 인간의 영역에 슥~밀고 들어왔다고 설명한다. 대략 1만 년에서 1만 2000년 전부터 가축화(...감히 가축이라니! 가축이라니!!!!!)가 시작되었고, 고양이 님 들의 협조로 인간은 조금 더 수월하게 농사와 가축 사육을 유지, 발전 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인간을 간택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고양이를 데리고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른 동물에 비해 사회성이 힘하게 떨어져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1장에서 다룬 것 처럼, 식성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신선한 고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가축'으로서의 특징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대체 왜? 답은 귀엽...아니 어쨌든 인간에게 친화적으로, 온순하게 굴다가 친해졌기 때문이다. 인간과 유대를 쌓으며 안정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번식에 성공할 자리를 "얻어냈다"고 본다. 작은 동물을 잡아 먹어 농사를 짓는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니까. 




3장은 중세 고양이의 수난사와 고양이를 데리고 벌어진 온갖 해괴한 사연들, 또한 현대에 이루어진 수많은 연구 실패 사례를 통해 "고양이는 아무것도 안 함"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나도 고양이를 키워서 아는데, 정말 그렇다.) 쥐잡이라는 엄청난 기능 외에는....정말로 하는 일이 없다. 



4장에서는 현대사회에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한 고양이에 맞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섬에서 피식자의 씨를 말려버리기로 유명하다고 하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살며 자기보다 작은 동물, 특히 조류와 설치류를 잡아 먹고, 거의 멸종 위기까지 몰아버린다. 특히 독특한 생태계를 보호관리하는데 애를 쓰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고양이 덕분에 수많은 소형 포유류가 빠른 속도로 멸종되어가고 있다며, 정부에서 "고양이 박멸"운운한 문장을 인용하기까지 해, 고양이 주인으로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을 맞기도 했다.  



5장에서는 4장에서 다룬 생태계 균형을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한다. 일단 고양이의 사냥을 막기 위해서는 외출을 금지하고 식사와 화장실 문제를 집 안에서 해결해야한다. 1947년에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가 개발 되어, 고양이도 실내에서 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TNR활동을 소개한다.  잡아서(Trap), 불임수술(=중성화 Neuter)을 시키고, 다시 원래 자리에 방사(Release)하는 활동으로, 수술을 마친 고양이는 알아 볼 수 있게 귀 끝을 잘라 표시한다. 전후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으며, 무작정 도살하는 것 보다는 인간과 굳이 같이 살지 않더라도 인간과 동거동락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다른 종을 보호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TNR의 기본 정신이다. 




6장에서는 고양이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가장 지독한 기생충 낭설, 톡소플라즈마에 대해 설명한다. 짧게만 붙인다. 별 근거 없으니 손이나 잘 씻기를. 




7장은 고양이에게 좋은 생활환경, 고양이가 좋아하는 캣닙,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해준다. 뭐, 다들 알지 않나? 훗. 




8장은 고양이 쇼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다. 캣쇼와 여러 종류의 특이한 고양이 품종을 설명하고 있다. 



9장은 유독 인터넷에서 난리인 고양이 사랑에 대해 다룬다. 정말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며 고양이 짤을 퍼나르는 걸까? 인터넷에서 "짤방"이나 말장난을 통해 소비되는 컨텐츠를 뜻하는 '밈(meme)'이 고양이의 대인기를 전달하는 가장 큰 통로가 되었는데, 다른 동물의 인기도와 비교하고 분석해 보지만, 고양이의 인기는 아주 초창기의 구닥다리 인터넷부터 첨단 SNS 시대까지 꾸준하다는 결론이다. 


도대체 왜? 모른다. 저자도 모르고, 읽는 우리도 모른다. 그냥 고양이는 이쁘고 귀엽다. 끗.



- 책 속에서 p.49 -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있는 적수인 고양잇과 동물을 상대로 최근에야 얻은 승리의 증거물로서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사자를 곁에 두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소형화된 고양잇과 동물의 만행을 보고 키득거리며 고양이의 이빨과 발톱을 예뻐하는 것은 이미 승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무릎 위에 앉아 가르릉대거나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작은 사자는 우리의 지구적 지배력, 자연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환기시키는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애완동물로서 인기가 없는 몇 안 되는 지역 중에, 큰고양이가 여전히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드문 지역인 인도가 포함된다는 사실에는 적잖은 의미가 잇을 수 있다. 




그러나 고양잇과 동물이 사실은 정복을 당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호령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사람 잡아먹는 사자는 퇴위했을지 몰라도 보잘것없던 고양이가 새로운 세기의 사자로 등극해 동일한 왕권을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 원서 표지도 치명적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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