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세계화 - 왜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가
존 B. 주디스 지음, 오공훈 옮김, 서병훈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트럼프가 과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까 말까, 한창 관심이 고조된 와중에 출간 된 모양이다. 저자는 마지막장에서도 트럼프가 완패할 것이라 적었는데....조금 착잡했다.

우리에게도 선거 때마다 들려오는 익숙한 단어, '포퓰리즘'이 처음 발현된 사연과, 미국과 유럽의 정치진영에서 포퓰리즘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물론, 그 끝에는 트럼프의 높은 지지도를 분석하는 내용이 따라 나온다.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포퓰리즘의 흐름을 한 눈에 훑을 수 있는 일종의 역사책으로, 그만큼 연도와 수치도 대거 등장한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서문에서 '포퓰리즘의 배타적 정의는 없다'고 한계를 긋지만, 시공간을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활성화되는 배경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1) 지배적 정치규범이 보통사람의 희망이나 걱정거리와 불일치 하는 경우

2) 강력한 정치적 지도자가 대중 vs. 엘리트(기득권층) 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선동하는 경우

3) 우파/좌파/중도의 구분이 무의미한, 이념이 아닌 정치 논리에 해당

4) 파시즘과 비슷한 정치 논리로 취급되며 죄악시 되지만, 제국주의나 민족주의적 성향은 옅으며, 민주주의 선거제도 안에서 공개적으로 전개됨 (저자는 '급진적 중산층'을 포퓰리즘의 주된 타깃 계층으로 꼽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좌파와 우파로 나뉘기도 한다.)


우선, 이 책은 18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포퓰리즘의 흐름이 세대를 거듭하며, 경제위기와 전쟁을 겪고, 정치적 지형이 변화할 때 마다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간략하고도 충실하게 서술한다. 경제위기, 전쟁 등 정치경제의 주요 변화와 그에 수반된 패러다임의 변화, 또한 특정 세대가 세월을 따라 거쳐온 정치적 입장의 변화등을 실감나게 서술한다. 

미국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양당제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잡은 사회인데, 덕분에 뚜렷한 이념적 성향으로 갈리는 대신, 양당의 정책은 대체로 중도에서 머물러있고, 낙태나 전쟁 등의 지엽적이고 특정적인 이슈에 의해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향이 강하다. 포퓰리즘의 흐름은 이러한 양당제의 틈바구니에서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이 시작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1890년대 조직된 인민당이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에 대해 최초로 기습 공격을 단행하며 은화 자유발행, 철도 민영화, 분고계획 (곡식 수매) 등의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며 정계에 진출 하려다 실패한 것을 포퓰리즘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복지와 강한 정부를 내세우는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계열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분류하며, 중산층과 내수 위주의 무역정책 및 이민자 단속을 위주로 하는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계열을 우파 포퓰리즘으로 분류한다. 1890년대의 인민당의 득세와 소멸 이후, 좌파 포퓰리즘은 2010년대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을 지나 버니 샌더스 돌풍으로 맥락을 잇고, 우파 포퓰리즘은 마찬가지로 2000년대의 티파티 운동과 2010년대 티파티가 공화당을 변신시키려던 시도가 좌절되며 정통 공화당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트럼프의 선거 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이렇게까지 높은 지지를 얻는지, 역사와 전통을 통해 지지층의 이동 경로를 분석하며 현재 트럼프 지지층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분석한다.


또한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넘어간 포퓰리즘의 흐름이 각 나라의 상황과 맞물려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도 국가별로 간략하게, 역시 연대기적 서술로 설명해 주고 있다. 살펴보면 현재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려오는 이름이 주로 거론된다. 혹시 기성 정당을 제치고 떠오른 신진 세력, 신진 정당의 득세를 지나치게 포퓰리즘이란 명제에만 한정하여 설명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유럽 정치에 대해 좀 더 공부해봐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트럼프에게 과한 관심을 쏟아서 였을까? 아니면 파시즘과 포퓰리즘을 쉽게 연결하려는 경향 때문일까? 좌파 운동 역시 포퓰리즘의 범주에 넣는 것이 문뜩 의외로 느껴졌다.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이 펼쳐졌을 때,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 어디서 무슨일이 났다더라', '저명한 모 학자가 나와서 연설을 한다더라'라며 정확한 내용은 인지하지 못 한 채 얼떨결에 '대단한 거 하나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던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려본다. 


생각해보면 포퓰리즘이 무조건 우파의 전유물은 아닐텐데.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진보 성향인 모 지자체장의 정치 행보가 포퓰리즘이라며 논란이 된 적도 많지 않았던가. 내가 읽고 보는 외신 기사나 국내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좁고 편향되어있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또한 저자의 말 처럼 딱 꼬집어 정의내릴 수 없는 그 특성이 의도에 따라 악용될 수도, 혹은 새로운 시각을 펼쳐줄 수도 있음을  실감한다. 정치와 사회 현상을 보는데는 넓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닫는다.


#포퓰리즘 #엘리트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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