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주인들의 역사에 대한 탐구"


소파에 앉아 이 책에 고개를 파묻고 읽어가던 내내, 옆자리엔 둘째 고양이 '단지'가 바짝 붙어 드러누워 단지 특유의 힘찬 골골골 소리로 ASMR을 제공해주었다. 보답으로는 책장을 넘기다 생각나면 주물주물 쓰다듬어 주거나, 머리를 세게 문질러주는 것으로 족했다.


표지 그림을 보고 개와 인간의 유대를 다룬 책인가? 하는 편견을 가졌음을 고백하지만, 개나 고양이에 국한된 책이 아니다.


2만 6천 년 전의 어린아이와 개의 발자국에서 시작해, 여러 문헌과 문학, 미술을 망라한 예술 작품을 통해, 유명 인사들의 사연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내내 오만가지 반려동물과 함께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홉 개의 장 내내 저자의 초점은 인간이 어떻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가보다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맞춰져 있다. 반려동물은 개인의 삶을, 나아가 공동체의 삶을 바꾼다. 역사 속 수천수만의 '동료 반려인'들이 '내 새끼가 제일 이쁘다"며 남겨놓은 흔적을 모아 진한 유대감을 곳곳에서 대놓고 드러낸다.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다루었을 리 없다. 인간이 길들이려 시도했던 동물이 정말 어마어마했다는 사실, 하다 못 해 비유럽인 '인간'도 소유했다던 이야기는 경악스럽기 그지없고, 소유를 넘어서 모습과 특성을 바꾸려 수없이 시도한 품종개량의 사례 같은 얼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부분에 작가는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여덟 번째 장 이별이었다.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 만 열넷, 열일곱 살이라 역사 속의 '동료 반려인'들이 애도하고 비통해하던 모습들을 읽으며 아무래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여섯 번째 장 유대감은 영어 감탄사 Aww를 남발하며 읽었고, 두 번째 장 선택하기에선 '그들이 우리를 선택한다'는 언급에 크게 동감하며 웃었다.


만남에서 이별까지, 누구나 경험할 과정을 통해 역사 속 '동료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유대감을 쌓는 책. 반려동물의 종과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하며 책 한 권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갑작스레 가을이 깊어지며 날씨도 쌀쌀한 요즘에.


*을유문화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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