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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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젊음에는 나이가 없다.  

끝없는 도전, 지치지 않는 탐색 열정 안에서

날마다 새로운 젊음이 탄생한다.

 

젊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어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젊은이'라는 말이 몇 살까지 통용될 수 있을지는 정해진 바는 없다. 사전적 의미로 '젊은이'란 '나이가 젊은 사람' 또는 '혈기가 왕성한 사람'이라고만 정의되어 있을뿐 나이로 규정해 놓지는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젊음이란 나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00살의 노인에게는 70세 노인도 젊어보일 수 있으니, 나이와 젊음이란 단어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책 [젊음의 탄생]에서 이야기하듯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끝없는 도전', '지치지 않는 탐색', '호기심'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단어가 아닐까?

 

이 책 [젊음의 탄생]에서는 아홉개의 아이콘을 제시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토론함으로서 갇혀있는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카니자 삼각형',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업', '연필의 여섯모꼴', '빈칸 메우기', '지의 피라미드', '둥근 별 뿔난 별'의 아홉개가 그것이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낮설어 보이는 아이콘들 속에 담겨있는 개념을 파헤치면서 깊은 속뜻을 색다른 각도로 재구성한다. 갇혀있는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이의령만의 시선이 느껴졌다.

 

"꿈을 향해 목숨을 건 그런 바보들이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열정에 몸을 불사르는 그런 미치광이들이 사회를 바꾸어갑니다. 그런 바보, 그런 미치광이조차 없는 이 차가운 땅에 태어나 전쟁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었던 내 젊음이 부끄러웠지요. 하지만 피난지인 부산 가교사, 천막 강의실에서 내 가슴을 드겁게 한 것은 보들레르의 시 [엘레바시옹(상승)]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쟁고아와 다름이 없던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 <떳다 떳다 비행기>였습니다. 초라할 망정 우리에게도 하늘을 나는 꿈이 있었습니다." _ p20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그렇듯 고정관념 없이 생각하고 행복하는 것이 청춘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조금 엉뚱한 듯 보이지만 색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열려있는 생각이야말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참 뜻인 것 같다.

이 책 [젊음의 탄생]은 이제 막 성인의 길에 접어든 청춘들에게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책이지만 사실은 고정관념에 휩싸여 고집과 아집만 늘어가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에게 전달해야할 이야기 들인 것 같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분명하고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의 소중한 의견과 해박한 지식을 이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름 의미있는 책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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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 -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으로 소통하다
백승휴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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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으로 소통하다

 

 

 

세상에는 사람들도 많지만 직업도 참 많은 것 같다. 이 책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의 저자는 '포토테라피스트'이다. 사실 '댄스 테라피', '아로마 테라피' 같은 테라피는 들어봤어도 '포토테라피'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테라피(therapy)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다. 무언가를 치료한다는 테라피라는 말이 붙은걸 보니 대충 사진으로 무언가를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감이 잡히긴 했지만 여전히 생소하긴 마찮가지였다. 저자는 '포토테라피란 사진을 이용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사진이라는 도구를 이용한다는 말이다.

 

"테라피는 도구를 활용하여 내면의 갈등을 풀어낸다. 포토테라피는 그 과정에 카메라를 도구로 이용한다.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찍어주는 것,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 벽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 비만인 아이가 사진 찍기에 빠져 야외를 뛰어다니는 모습...., 모두 포토테라피의 과정이다." _ p8

 

생소한 저자의 직업에 사실이 길어진 것 같다. 어째든 이 책은 포토테라피스트가 사진이 줄 수있는 긍정적인 변화와 치유 그리고 사진의 주제가 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을 통해서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진저한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된 사람들의 변화를 담았다. 책에 담긴 사진들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장의 사진이 한사람의 생각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옛날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혼이 빠져나간다고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한다. 혹자는 요술을 부린다고 두려워 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만 사진이란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술방망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표현하고, 사진을 찍힘으로서 예전에는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스스로의 진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떤이는 사진을 찍어 이웃을 돕기도하고, 익살스러운 사진 한장으로 삶의 활력을 찾기도 한다. 때로는 다람쥐 채바퀴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탈출 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는 이런 사진의 순방향적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무료하고 권태롭다면 카메라를 들어 보자. 장담하건대, 사진 찍기만큼 즐거운 취미도 없다. 사진은 삐딱한 사람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다니는 동네 어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면 새롭게 보인다. 외로움도 세상과 친구가 되어 결코 고독할 겨를이 없다." _ p134

 

여느 사진관련 서적과는 다른 독특한 책이었다. 사진기의 기능이나 조작법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고, 사진의 구도나 스킬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고,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 책은 사진에 관한 책이다. 조금 생소하지만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있는 사진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이 책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를 통해서 듣게 된 것 같다. 물론 내가 처음 기대했던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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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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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안나와디의 아이들]이라는 제목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하늘을 향에 얼굴를 치켜든 소녀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판자촌이 보인다. 소녀의 옷차림 만으로도 그녀의 고단한 일상이 느껴졌다. 이 책 [안나와디의 아이들]의 원제는 'Behind the Beaufiful Forveves'다. 어쩌면 우리말 제목보다 영어 원제가 이 책의 숨은 의미를 더 잘 알려주는 듯 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인 인도의 뭄바이의 빈민촌이 책의 배경이다. 아니 배경이라기 보다는 그곳의 이야기다. 저자 '캐서린 부'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약 4년간 뭄바이 빈민촌인 '안나와디'에 직접 머물면서 그곳의 삶을 그대로 이 책에 담아냈다고 한다.

 

이 책은 경찰을 피해 폐품창고로 숨어드는 '압둘'이라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안나와디'는 1991년 인도 뭄바이 국제공항 활주로 보수를 위해 인도 남부 타밀나두지방에서 트럭으로 공수해온 노동자들에 의해 생겨났다. 집을 짓기에는 너무 습하고 열악한 그곳에 뱀이 사는 덤불을 베어내고 마른 흙을 퍼다 습지를 메워 장대를 꽂고 시멘트 포대를 덮어 잠잘곳을 마련한 것이 공항옆 빈민촌 '안나와디'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수돗물도 부족하고 오수 웅덩이와 쓰레기더미로 뒤덥힌 '안나와디'의 남루한 삶 이야기를 작가의 눈이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시선으로 꽤나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물론 빈민촌 주민 3000명 가운데 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여섯 명에 불과하다. 저녁으로 쥐와 개구리를 잡아서 튀겨 먹는 주민도 적지 않다. 오수 웅덩이 둘레에 자라는 풀을 뜯어 먹는 사람도 상당수이다. 이런 비참한 영혼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여를 했다. 같은 빈민촌에 살더라도 쥐와 잡초를 먹지 않은 압둘 같은 이웃에게 신분 상승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_ p37

 

넉마주이들이 주어온 폐품을 사들여 재 분류하고 다시 업자들에게 넘기는 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압둘'에서 시작되는 '안나와디'의 이야기는 인도 빈민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도 뭄바이의 많은 빈민촌 중 '안나와디'라는 특정한 빈민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지만, 인도사회가 안고있는 사회적 문제와 화려한 성장의 무대뒤에서 벌어지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모두 담고 있는 듯 했다. 개발과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범국가적 노력으로 인해서 처참한 삶을 살고있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빈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와는 분명 뭔가 달랐다. 이 책[안나와디의 아이들]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소소한 그들의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 속에 숨어있는 불쌍하다는 동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문제들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 

 

"몇 주 전에 압둘은 이곳에서 한 소년이 플라스틱을 분쇄기에 넣다가 손이 잘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손목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밥벌이 능력도 그렇게 잘려나갔건만, 소년은 공장 주인에게 빌기 시작했다. '사아브, 죄송합니다. 이걸 신고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 때문에 곤란을 겪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

미치르가 아무리 진보에 대해 떠들어도 인도는 여전히 사람들의 분수를 일깨워주었고, 그런 상황이 바뀌길 바라는 건 어린애 장난, 쿨피(아이스크림 같은 후식의 일종) 그릇에 이름 쓰기나 마찬가지였다." _ p50

 

무리한 성장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부조리와 그것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 졌다. 부패한 경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공무원들, 사법제도의 헛점 그리고 종교적/경제적 이유로 엃힌 이웃간 갈등까지 어느하나 온전한 구석이 없어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과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들을 소소한 일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압둘은 화를 내며 일어나 앉았다. 2000루피도 없거니와 부자인 의사가 감옥에 갇힌 소년한테 돈을 요구하다니, 이게 될 말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의사는 처량한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래, 쓰레기 같은 짓이지. 너처럼 가난한 소년한테 돈을 요구하다니. 그런데 정부에서 주는 돈은 자식들을 키우기에 충분하지 않아. 뇌물을 챙기고 카미나가 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악당이라고 자조한 의사가 압둘을 보며 힘없이 웃었다. '요즘 우리는 돈이 된다면 뭐든 한단다.'" _ p206

 

막상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내고 나서 한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참 안됐다'라고 연민의 한마디를 건내며 나 자신에게 위안해 보는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계각지에서 보내지는 구호금이나 정부 보조금 마저도 진정한 수혜자들의 손에 전달되기는 커녕 부폐한 권력자나 아샤(빈민촌에 살면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이 책의 등장인물)와 같은 누군가의 욕망을 체워줄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욱 그랬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서러운 것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것도 어려운 그들도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현실의 벽에 부딧혀 이마가 깨지고 주저앉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생각과 희망과 도전에 진정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뭄바이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다른 곳에도 만연했다. 전 세계로 무대를 확대한 시장 자본주의의 시대에도 희망과 불만은 협소한 지역안에서 옹색하게 이해됐고, 공통된 고통에 대해서는 둔감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연대하지 않았다. 일시적이고 알량한 이익 앞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리고 하류 도시의 이런 투쟁은 전반적인 사회구조에 희미한 파장을 일으키다 잦아들었다. 투쟁은 부자 동네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어쩌다 소동을 일으킬 뿐, 그곳에 균열을 야기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무시했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불평등한 도시는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를 그럭저럭 이어갔다." _ p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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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 - 질문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4
김무영 지음 / 사이다(씽크스마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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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라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 항상 망설여 졌다.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어닥칠때도 마치 유행인 듯 인문학 책을 펼쳐들었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얻은 것은 너무 초라했다. 영문도 모르고 유행에 휩쓸려 인문학이란 어렵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만 생긴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하다. 어쩌면 인문학이라는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동명사니 부정사니 영어 자체보다 어려운 온갓 용어들로 시작하기도 전에 영어에 흥미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영어 문법책처럼 인문학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라는 용어와 온갖 인문한서적의 읽기조차 어려운 단어들이 인문학에 쉽게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인문학을 마치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열심히 갈고닦아야 이해할 수 있는 일부 학자들에의 전유물이 아님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그리고 친구나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이미 인문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 [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를 통해서 어느정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인문학은 공부가 아닌 즐거운 놀이처럼 배우고, 맛있는 밥을 먹듯 맛봐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삶에 있다. 가치관이 달라진 사람은 삶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리를 저는 사람도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가치있는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삶이 변했던 것처럼 말이다." _ p28

 

저자는 인문학이 필요한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문학을 업으로 삼고있는 사람들 보다도 팍팍한 현실에 고민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인문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런의미에서 인문학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더 가치있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어떻게 인문학을 접할 것인가?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먼저 인문학 사용설명서를 통해서 인문학을 더 친숙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우리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담론을 전한다. 그리고 2장 부터 6장에는 '가족', '연예와 결혼', '학교와 공부', '일과 작업'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우리 일생의 가장 종요한 논제에 대해서 인문학적 접근법을 알려준다. 20편이 넘는 인문학 고전, 철학, 심리학, 문학 작품, 에세이 그리고 영화와 만화를 소재로 평범한 삶에 인문학이라는 학문을 덧씌워서 조금 더 풍요로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 준다. 그럼으로서 인문학을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제시해 주는 듯 하다. 주제넘게 말하자면 '생각의 변화'가 그 해답인 것 같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질문을 하고, 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있는 '생각의 변화'가 인문학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앞서에서 말했지만, 인문학은 가치담론이다. 사람과 삶에서 정말로 가치 있는 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인문학의 책무다. 누군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생을 걸었을 때, 그를 말릴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포기하지 않는 인내도, 끈기도, 도전정신도 다 거기에서 나온다. 어쩌면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살지 못하는 까닭은 최선을 다할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 p196 

 

인문학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다. 저자는 이 책 [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를 통해서 좀더 많은 인문학을 좀더 쉽게 즐기고 그 속에 숨어있는 끝없는 지혜와 교시를 깨닿고 삶의 혜안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어쩌면 주옥같은 인문학 서적들을 속에 우리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많은 물음의 해답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문학을 통해서 귀결되는 결론들이 너무 이상적이라 좀 심심하기도 했지만, 인문학 역시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강조한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을 산다. 우리들은 똑같이 오늘 하루만을 손에 쥐고 살아갈 따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것, 딱 그만큼이 삶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무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문학은 바로 이 물음 때문에 생겨났고, 또 여기에 부단히 대답하려 애쓴다." _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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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 입니다
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 지식공작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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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때 한일간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되어 

평생 두 개의 조국을 섬겨야 했던 운명의 여인"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세삼 더오른다.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기록의 그늘에 가려져 역사의 희생양이 되어 힘겹게 살아온 이들의 아픈 삶의 흔적들은 지워지곤 한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인 이방자 여사(나시모토미야 마사코)의 삶이 꼭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힘들고 고단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본에서 볼모로 살아야 했던 대한제국의 황태자 이은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그의 아내인 일본 왕족 나시모토미야 마사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이 책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는 일본 왕족이지만 대한제국의 황태자비가 되어 두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나시모토미야 마사코 여사의 이야기다. 회고록 형식으로 쓰여졌다. 그녀가 직접 진술한 내용의 기록인지, 아니면 단지 저자가 그런 형식으로 쓴 책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마치 마사코여사의 증언을 듣는 듯 생생하게 당시 상황과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대한제국 말기의 어지러운 정세와 이은 황태자가 일본에 끌려간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한제국 말기는 격량의 소용돌이였다. 1863년 열강의 각축 속에 대원군은 고종을 즉위시켜 정권을 잡았다. 외세 침략의 틈바구니에서 민비와 대원군은 정치권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895년, 조선의 왕비 명성황후를 무참히 살해한다. 결국 고종은 러시아공관으로 피난을 갔고, 이를 도운 엄 상궁은 승은을 입어 귀비가 되었다.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에 즉위하고, 아관파천에서 돌아온 지 8일 만인 10월 20일, 엄 귀빈의 아들 이은이 덕수궁에서 태어난다. 고종은 후사가 없던 순종의 후계자로 이은을 영왕에 책봉했다. 마지막 황태자 이은은 7년 후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볼모로 일본에 끌려간다. 그때 열한살 이었다." _  머리말. 중에서...

 

고종 황제가 헤이그밀사사건으로 첫째아들 순종에게 왕좌를 넘겨주고 가장 사랑했던 셋째아들 이은을 인질로 일본에 보내게 된다. 일본에 끌려온 이은은 정혼녀가 있었음에도 대한제국과 일본의 유대를 굳건히 한다는 명분으로 일본 왕족과 결혼을 강요당하게 된다. 더욱이 순종이 제위 19년만인 1926년 세상을 떠나고 이은이 다음 왕위를 물려받지만 이름만 조선의 왕일 뿐 일본군의 장교로서 삶을 살아야만 했다. 나라를 지키지 못한 구한말의 무능력한 왕권과 정치인들을 탓하면서도, 그들이 당한 모욕적 삶의 이야기를 접할때면 당시 우리민족이 격은 고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역사적으로는 1910년 8월 22일 '한일합방조약'으로 대한제국이 멸망하지만, 이 책에서는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에 즉위한 영왕(이은)을 대한제국의 왕으로서 칭하고 있다. 대한제국의 연대기를 논하고자 한 것이 아니니 그대로 받아드려도 좋을 듯 하다.)

 

 

일본의 왕족으로서 대한제국 왕족 사람이 되어야 했던 고단하고 힘든 운명속에서도 평생 한 남자의 여인으로서 희생하며 살고자 했던 마사코의 개인적 삶 뿐만아니라 그녀의 눈에 비친 멸망한 한 나라의 왕실의 삶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 만큼은 어느정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관동대지진'이후 일본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이른바 '조선인 사냥'을 저지르는 일본으로 인해 격는 그녀의 고뇌를 통해서 더욱 절실히 와 닿았다.

 

"나는 전하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도 일본인이므로 이 모든 일이 내 잘못인 듯 죄책감으로 몸이 죄어드는 듯 했다. 전하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전하와 나는 나라나 피를 초월한 애정과 이해로 굳게 맺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과 조선 사이에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깊은 도랑이 가로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나의 결혼 생활 중 여러 번 겪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입장은 참으로 괴로운 것이었다. 일본은 나의 친정, 조선은 나의 시댁이다. 어느 곳도 공개적으로 편들거나, 비난하거나 할 수 없는 처지인 나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나 자신의 운명만을 슬퍼하며 혼자서 숨이 막히도록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_ p128

 

일본이 패망하고 왕족이 몰락함에 따라 영왕과 마사코는 일본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국인 조선에도 속하지 못하는 물에뜬 기름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다. 더욱이 1947년 왕족들은 신적강하(臣籍降下)를 당하면서 왕족의 특권을 잃고 평민이 됨으로서 생계마저 어려움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영왕과 같은 종친이면서도 오히려 영왕을 경계하여 그의 귀국을 거부한다. 6.25가 지나고 박정희장군이 대통령이 되고서야 일본에 볼모로 잡혀갔던 왕족들의 귀국이 받아들여 지지만 영왕은 이미 거동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다. 나라를 잃고 자신과는 무관하게 일본행을 강요당했고, 일본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해방 후 친일한 매국노로 손가락질 받아야 했던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무능한 왕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 시대 상황에 비추어보면 그들은 분명 역사의 희생자임에 분명하다.

 

 

이 책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지만 가장 눈에 띈 인물이 덕혜옹주다. 고종의 고명딸로 태어나서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고 일본인과 원치않는 결혼까지 해야했던 덕혜옹주를 일본에서 가장 가까이 보살피고 살폈던 인물이 영왕과 마사코 여사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가혹한 운명과 힘든 타지생활로 정신병을 앓아야 했던 비운의 공주에 대한 많은 증언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소설 [덕혜옹주]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그녀가 제정신으로는 이겨낼 수 없을만큼 힘든 생활을 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패망해가는 조선왕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왕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일본이라는 폭군에게 난도질 당해야 했던 그들의 삶이 안타까웠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였을 것이고, 꿈과 욕망을 가진 그저 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 누구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을까? 어쩌면 왕족들의 이런 시련들을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무너진 삶이 무너진 우리나라를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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