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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큰 침대 ㅣ I LOVE 그림책
분미 라디탄 지음, 톰 나이트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2월
평점 :
엄마와 아빠가 누워있는 침대에 해맑게 웃으며 가운데 누워있는 아이가 그려진 책 표지를 보고 어릴 때 혼자 자기 싫어서 맨날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잠들곤 했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외국은 갓난아기일 때부터 아기 침대에서 아기를 재운다던데 우리나라는 보통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자서 그런지... 나도 그랬고, 지금 조카도 그렇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커서도 혼자 방을 이용하는걸 꺼려하고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 주인공인 여자아이도 딱 그런 상황이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우리, 아주아주 큰 침대 얘기 좀 할까요?"라고 말하는 아이.
자기가 앉는 조그마한 의자에 아빠를 앉히고서 밤마다 고민하던 고민거리를 넌지시 꺼내었다.
"밤마다 우린 같은 고민에 빠져 들잖아요. 도대체 엄마는 누구거지?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밤이 되면, 누구들 엄마를 껴안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보세요. 우린 둘인데 엄마는 하나뿐이니 힘든 결정을 해야 되잖아요."
낮 동안엔 자신의 멋진 레슬링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말도 태워주며 잘 놀아주지만 밤에는 엄마를 두고 쟁탈전을 벌여야되는 라이벌 관계가 되어버리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아이는 이런 말도 한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아빠는 이미 엄마가 있잖아요? 아마 일주일에 서너 번쯤은 아빠가 잠이 들도록 할머니가 자장가를 불러 주시지 않겠어요? 그리고 몇 분 동안은 할머니가 기꺼이 아빠 등을 토닥토닥해 주실 거라 장담해요."
읽으면서 '그래 아빠에겐 아빠의 엄마가 있잖아'라고 끄덕끄덕 할 정도로 아이가 아빠에게 하는 이야기들은 설득력이 있었다.
캄캄한 어둠이 무서워 혼자 자기 싫다는 아이는 무조건 엄마와 자려는 생각 뿐!
아빠에게 침대를 같이 쓰면 자리는 확실하게 해 두자며 엄마와 꼭 붙어자는 자신과 침대 아래쪽 귀퉁이에 웅크려 자는 아빠를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아이.
그러면서 이렇게 지내긴 서로 힘드니 아빠에게 아주 너그러운 해결책을 하나 제시한다.
"바로 이 휴대용 2인 간이침대만 있으면, 아빤 공원의 명예 경비원이 된 기분일 거예요.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보일걸요!" 하며 해맑게 파격할인이 적힌 종이를 보여주는 아이.
물론 아빠가 이 이야기를 듣고 거부감을 느낄거란 걸 이미 생각해둔 아이는 아빠에게 처음부터 아빠의 특별 침대에서 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며 일단 아주 큰 우리 침대에서 함께 아늑하게 있다가 아빠가 편안하게 쿨쿨 잠들면 엄마와 자기가 아주 살살 그 침대로 굴려준다며 설득 아닌 설득을 한다.
이미 엄마는 이 아이디어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
이 얘길 듣고 엄마는 얼마나 딸이 귀여웠을까? 그리고 아빠가 처할 상황이 얼마나 웃겼을까!
아이는 "엄마는 웃고 또 웃었어요. 엄지손가락을 두 개를 치켜들 만큼 멋지다는 거겠죠."라고 착각하지만.
그리고 아빠에게 마지막 한방을 먹인다.
"한 가지 알려 줄게요. 내일 우리는 새 침대 시트를 사러 갈 거예요. 멋진 아빠 침대를 위해 특별 신상품으로요. 엄마와 나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표정에 한 번 웃고, 아이의 재치있는 생각에 또 한 번 웃었다.
한번 씩 겪어보는 일들을 이런 참신한 내용을 섞어 재밌게 전달하다니, 역시 어린이 책 답다.
내용도 재밌지만 아이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들이 이 책을 더 재밌게 해주는 것 같다.
언젠간 혼자 자야하지만 아직까지는 엄마와 함께 자고 픈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아주아주 큰 침대'.
아이와 함께 읽으며 행복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