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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책 표지부터 강렬하다.
화려한 깃털 그림에 눈길이 가면서 어떤 내용일까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깃털 도둑』. 게다가 제목마저 자극적이다.
그래서 당연히 픽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화였다.
물고기가 많은 상류에 가까워지자 우리는 허리를 살짝 굽혀 자세를 낮췄다. 낚시를 할 것도 아니면서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 희귀 깃털을 찾아다니다니, 취미가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건 약과예요. 혹시 에드윈 리스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어요? 아마 그가 플라이 타이어들 중에 최고일 겁니다. 플라이에 붙일 깃털을 구하기 위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쳤을 정도니까요" p22
이 이야기를 듣게 된 '나'(저자)는 한 가지 물건에 집착하는 유별난 사람들이라든지, 처음 들어보는 특이한 새들, 골동품이 가득한 박물관, 중세의 플라이, 빅토리아풍 모자, 깃털 밀매업자, 무덤 강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있는 플루트를 연주하는 도둑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흥미를 넘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조사하고 플라이 타잉 커뮤니티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트링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이 범죄가 진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과학계에 어떤 손실을 입혔는지를 몸소 깨닫게 되는 저자.
그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사라진 새들을 찾기위해 5년의 시간을 바쳐가며 동분서주한다.
에드윈이란 작자는 어떻게 박물관에서 깃털을 훔칠 수 있었는가?
아니, 좀 더 과거로 돌아가서 애초에 왜 이렇게 깃털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1999년 늦여름, 에드윈은 거실을 서성이다 우연히 보게된 <오비스의 플라이 낚시 교실>에서 평범한 깃털이 플라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넋을 잃고 만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엄마의 구스 베개에서 깃털을 몇 가닥 뽑아 플라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냥 취미 수준이었던 플라이 타잉이 집착과 강박으로 변화한 계기는 '낚시꾼의 예술'이라는 대회에서 빅토리아 시대풍의 커다란 연어 플라이가 진열된 것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에드윈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전시품이 모여 있다는 곳을 직접 가보기로 결심하고 자연사박물관에 거짓말을 치고 견학을 하러 간다.
트링박물관에 끝도 없이 가득 놓인 새들을 본 그는 박물관을 나온 뒤, 다시 이 곳을 들어올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곳에 있는 새들을 전부 훔쳐야 겠다는 무서운 계획을 세운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에드윈에게 이 계획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당화 되었다.
새만 있으면 플루티스로서 야망도 실현하고, 타잉계에서 그동안 누리고 싶었던 지위도 누리고, 가족도 도울 수 있고, 새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기에(깃털 시장에서 공급은 수요를 결코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든든한 보험도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박물관에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새가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에드윈은 '박물관 침입 계획'을 실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다. 그리고 많은 새들과 새의 깃털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팔려 나갔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는 깃털 도둑을 잡는 수사망에 걸려 재판을 받게되는데...어처구니 없게도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병명 덕분에 집행유예 12개월만 받고 재판은 끝나버린다.
나는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절도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나 리처드 프럼 박사, 스펜서 , 아일랜드인 형사, 독일 체펠린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p344~345
저자는 박물관에서 사라진 새들을 찾기위해 끝까지 노력하지만 끝내 다 찾지 못한다. 박물관에서 돌려달라는 호소문도 올렸고, 저자도 엄청 고생했는데...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깃털 도둑』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과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가고 파괴하는지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 내용을 보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고, 특히 마지막에 이 책에 자주 언급되었던 새들 사진과 에드윈이 훔쳐간 새 표본들 사진은 더더욱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들었다.
놀라운 실화 속에 담긴 묵직한 메세지를 잊지 않도록 두고두고 새겨두어야겠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마이클 소마레 파푸아뉴기니 총리(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