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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사랑을 말하는 법
서민수 지음 / 포르체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클래식은 오랫동안 작곡가나 작품번호 같은 딱딱한 지식을 공부해야 겨우 다가갈 수 있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 진입장벽 뒤에는 결국 인간적이고 여린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가까이 다가가서야 알게 되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클래식은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정교한 형식미와 역사적 맥락을 다듬어온 보편적 예술 양식이자, 철저하게 계산된 화성학적 질서와 거대한 스케일을 지닌 문화적 유산이다.
철저한 지식과 아카이브적 가치를 지닌 덕분에 대중에게는 종종 지적인 교양을 쌓아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엘리트 예술이라는 거리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곡의 선율을 가슴으로 느낄 때, 클래식은 세상에서 가장 사적이고 따뜻한 위로로 변모한다. 복잡하고 엉클어진 마음을 누군가 묵묵히 알아주는 듯한 공감부터, 지나간 시간과 그리운 얼굴을 불러일으키는 거울처럼 내면을 비춰주는 순간까지 결국 클래식은 우리 삶의 사랑과 상처를 보듬어준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이 주는 설렘부터 내면의 깊은 어둠, 이별 뒤에 찾아오는 품위 있는 상실, 그리고 일상을 다시 여는 회복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과 슈만의 <헌정>을 통해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진심으로 손을 내미는 사랑의 용기를 포착하고, 쇼팽의 <발라드>와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을 빌려 일상 이면에 요동치는 불안과 처절한 고독의 순간을 전해준다. <고엽>과 차이콥스키의 선율로 떠난 이를 억지로 지우기보다 상실을 품위 있게 받아들이는 그리움의 치유를 그리며,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와 리스트의 <위안>을 통해 상처를 품은 채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어른의 존엄과 회복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책 페이지마다 QR코드가 배치되어 있다. 음악 에세이나 큐레이션 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페이지마다 일일이 QR코드가 들어가 있어 지면에서 곧바로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세심하게 느껴진다.
글을 읽다가 문득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을 때, 스마트폰을 들어 바로 그 선율을 귀에 꽂을 수 있다면 독서의 몰입도가 몇 배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마치 책이 작은 콘서트장이자 나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되는 처럼.
눈으로 읽는 텍스트와 귀로 스며드는 선율, 그 순간만큼은 클래식이 내 감정을 채워주는 생생한 대화처럼 다가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지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장마다 자리한 소제목들이 한 줄의 시처럼 감성적이어서, 음악을 들어보기 전부터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QR코드가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연결되어 있어, 나처럼 계정이 없는 독자는 가입을 거쳐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음악으로 들어서는 방법이 조금 더 단순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