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혁신의 역사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은 무엇일까. 불을 피우고 바퀴를 굴리며 문명의 싹을 틔운 인류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로 지식을 퍼뜨리고, 증기기관의 힘으로 공장의 연기를 피워 올리던 순간들이다. 이어 전기가 불을 밝히고, 자동차와 비행기가 대륙을 넘나들고,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온 세상을 하나로 묶어버린 거대한 도약의 역사이다. 이런 변혁의 순간마다 역사를 바꾼 한 명의 천재를 떠올리곤 한다. 에디슨, 라이트 형제, 스티브 잡스처럼.
바로 이 익숙하고 거대한 혁신의 신화 앞에서 앤드류 리의 이 책은 흥미로운 질문과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극적인 순간들이 한 사람의 위대한 천재가 만들어낸 단 한 번의 기적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실패와 협력의 결과물이었을까.
제시된 목차를 보면 석기 시대부터 현대의 AI와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문명사의 중요한 변곡점들을 빠짐없이 다룬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제시하는 혁신의 세 가지 공통 패턴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발명은 없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탄생한다. 또, 한 명의 천재가 아닌, 서로 다른 지식과 능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사람, 아이디어, 기술, 자원의 국경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유통되고 융합될 때 혁신이 크게 확산된다.
저자가 무엇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을까 생각해본다. 뉴턴의 사과나 플레밍의 곰팡이처럼, 역사는 종종 혁신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천재의 영감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을 바꾼 것은 한 순간의 천재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시도, 실패, 남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개선한 협력의 결과물임을 알려준다.
혁신이 거대한 천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도하고, 고치고, 소통하는 과정임을 이해하면, 역사의 주인공 또한 특별한 영웅이 아닌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결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와 협력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지금, 저자는 빛뿐만 아니라 윤리적 문제, 사회적 영향, 혁신의 딜레마 등을 함께 살펴본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그 혜택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고, 인간 고유의 가치와 창의성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화두를 던져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