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우리가 자유의지와 이성으로 선택했다고 믿는 가치와 신념이 실은 개인의 삶보다 훨씬 오래된 환경적,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추척하는 책이다. 저자는 1부에서 기후의 극단성이 사회 규범과 권위주의를 낳고, 토양과 지질이 역사적 산업 구조를 거쳐 현재의 투표 패턴을 결정하며, 쌀농사와 밀농사라는 농경방식이 동서양의 사고관을 갈랐음을 다채로운 연구 사례로 밝힌다. 나아가 위협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와 유전적 특성이 정치 성향을 가르고, 인간은 홀로 옳기보다 집단과 함께 틀리는 편을 택하는 진화적 생존 본을을 가졌음을 설명한다.
2부에서 이러한 이념적, 생물학적 불일치를 지워야 할 약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한 진화적 유산으로 규정하며, 상대의 생각을 팩트로 굴복시키는 싸움을 멈추고 그 신념이 형성된 역사적, 생물학적 맥락을 살피는 대화의 춤을 출 때 비로소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 투리 문테는 영국의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미디어 분야의 연쇄 창업가이다.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신념을 지도와 토론 구조를 시각화한 디지털 플랫폼을 설립했으며, 주요 언론을 통해 지적 담론을 끌어가고 있다.
이 책은 정치, 종교, 세대, 젠더 등 양극화된 사회적 갈등에 지쳐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스스로를 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지만, 자신의 내면에 작용하는 무의식적 편향과 생물학적 환경적 배경을 인지하고 겸손해지고 싶다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지질학적 토양이나 기후, 습도가 종교관과 정치 성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읽고 내 확신 역시 절대적 진리가 아님을 깨닫고 인지적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갈등을 배척하지 않고 다름의 쓸모를 발견하는 노력은 진영 논리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든다. 다만, 환경과 유전자, 역사적 조건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자칫 개인의 주체적인 결단이나 이성적 반성 능력이 과소평가 될 수 있다는 내용상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이 떠올랐다. 내 신념이 완전히 이성의 산물이 아니며, 이성은 사후 합리화에 가깝다는 점,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점에서 두 책의 주제나 방향성이 닮아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