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풍요의 시대>가 결국 요구하는 것은 기술을 손에 쥐게 될 인간의 의식 혁명이 아닌가? 기계가 지능을 독점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마지막 개척지는 어디인가? 물질적 결핍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이 책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먼저, 초풍요는 물자가 넘쳐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AI, 로봇공학, 생명공학, 태양광 전력망, 위성 데이터 등 기하급수 기술이 융합하며 생산 비용을 제로(0)에 가깝게 떨어뜨리는 상태를 말한다. 자원의 희소성이 사라짐에 따라 정보, 교육, 의료, 에너지 등 그동안 비싸거나 부족했던 핵심 자원을 누구나 손쉽게 누리는 사회가 초풍요의 시대다. 이 변화의 중심에 인공일반지능(AGI)과 초지능(ASI)이 있다고 분석한다. AI가 노동과 자원의 제약을 해제하면서 인류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적 과잉의 문명으로 들어서게 된다.
기술 리더들이 장밋빛 유토피아를 논하는 중에도 현대인은 환경 파괴, 양극화, 디지털 중독, 고립, 번아웃이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 있다. 물질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지만 개인은 방향성을 잃고 허기를 느낀다.
책에서는 자원의 과잉이 곧 인간의 행복이나 사회의 진보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풍요의 역설'을 다룬다. 기술이 희소성을 없애줄 수는 있지만, 그 힘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투자가치나 생산성 향상에 몰두하는 여타 AI 관련 서적과 달리, 이 문명적 전환기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생존 전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