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언어를 익힐 때 무작정 단어를 반복해 외우는 방식은 금세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맥락 없는 단순 암기는 기억의 유효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공부 자체를 지루하게 만든다. 반면, 단어가 태어난 뿌리인 어원을 찾아가는 공부법은 어휘 학습을 흥미로운 탐구로 바꿔준다. 어휘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기원과 사연을 이해하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기억의 고리가 형성된다. 장소, 인물, 배경이 단어의 모양새와 결합하면 낯선 철자들이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정보를 접했을 때 나는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를 읽으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꼬리물기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 역시 단어를 이야기로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세계지도를 펼치고 80일간 장소를 이동하며 어원을 추적한다는 설정이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알파벳순 단어장과 다르다. 유럽에서 출발해서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거쳐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80개 지역의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이동을 축으로 해서 지리, 역사, 문화가 어휘와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읽을거리와 새로 알게 되는 지식이 많아 알차다고 느꼈으며, 수많은 어원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밌다.
속설에 따르면 spa라는 단어는 라틴어 sanitas per aquam, 즉 '물을 통한 건강'이라는 어구의 약자에서 왔다. 하지만 이는 posh, golf, cabal의 경우처럼 나중에 그럴듯하게 꾸며낸 이니셜 어원이 아니다. spa는 벨기에의 도시 스파에서 왔다. 한때 이곳은 천연 온천수로 유럽 전 지역에서 유명했는데, 덕분에 이 이름은 다른 비슷한 휴양지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다. 스파는 아르데네스산맥 계곡에 있다.(P45~46)
흔히 'spa'라는 단어를 라틴어 'sanitas per aquam(물을 통한 건강)'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오해하곤 하지만, 이는 후대에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억측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실제로는 광물질이 풍부한 온천수로 유명했던 벨기에 아르데네스산맥 계곡의 작은 도시 '스파(Spa)'에서 유래한 단어였다. 지명 자체가 온천이나 휴양 시설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정착한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여행지나 마사지 숍에서 무심코 접하던 '스파'라는 단어 속에 이런 지리적 역사와 사연이 있었다니 놀라웠고, 예전에 여행하며 들렀던 따뜻한 온천에서의 추억까지 떠올라 흥미롭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