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 다이아몬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할이 나뉘고 있습니다. 천연 다이아몬드느 '지구가 만든 단 하나의 역사'를 강조합니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같은 반짝임을 더 합리적으로, 거 크게,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한쪽은 오래된 왕관 같고, 다른 한쪽은 최신형 전기차 같습니다. 둘 다 멋지지만, 멋진 이유가 다릅니다.(p176)
다이아몬드 시장을 지배했던 거대 기업 드비어스가 인위적인 공급 통제로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부를 쌓아 올리는 동안, 아프리카 산지에서는 무장 반군들이 무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 노동과 학살로 내몰며 피로 물든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비극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참혹한 독점과 빈곤의 역사는 오늘날 실험실에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키워내는 기술적 대안을 낳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한, 현대 산업의 동력원인 석유 역시 자원을 독점하려는 열강의 준동과 미·이란 전쟁 등 참혹한 국제적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저자는 이처럼 화려한 문명의 이면에 감춰진 약소국의 고통과 독점의 폐해를 응시한다. 흔히 거시 경제사는 승자의 기록이나 기술의 진보만을 예찬하기 쉽지만, 이 책은 물질을 향한 통제되지 않은 욕망이 어떻게 야만성과 폭력으로 분출되었는지 보여준다. 결국 문명의 발전이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탑일지도 모른다. 일상의 물질을 소비할 때 그 속에 담긴 윤리적 책임과 국제 정치학적 대가를 다각도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국제 뉴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비판적 시각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서구 중심의 세계사 서술에서 벗어나 한국사의 맥락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대목은 이 책에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동양 모피 사업을 장복한 고조선의 비밀 무기나 백제 사람들의 요서 지역 진출설을 글로벌 교역망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가 하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경인선 철도 부설에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를 동아시아 물류 패권이라는 경제학적 시선에서 설명한다. 익숙한 일상 물질을 통해 거대한 문명의 흐름을 살펴보며,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