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출퇴근길, 기계적으로 확인하는 SNS,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막연한 의문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무수한 질문과 마주한다. AI의 발전으로 삶은 비약적으로 편리해졌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질문들은 더욱 심오해졌고, 깊이 사색할 정신적 여유는 턱없이 부족해졌다. 크리스토프 크바르히의 철학책은 짧고 간결해 철학의 무거움이 한결 덜어진 느낌이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철학적 논의를 일상적인 질문으로 건드리고, 글의 첫머리에 예 혹은 아니오라는 명쾌한 답을 먼저 내리며 시작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엉킨 나에게 이러한 방식은 명쾌하다. 저자는 직관적인 답변 뒤에 소크라테스, 니체, 한나 아렌트 등 32인 철학자들의 핵심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지만 철학적 사유는 꽤나 깊다.
책은 철학사의 연대기적 흐름을 벗어나 현대인이 중심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8가지 주제(인간관계, 커리어, 사랑, 정치, 생태 등)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내 취향보다 유행을 따라야 성공하지 않을까? 아니오. (p27) 이 짧은 문답 안에 현대인들이 겪은 가장 큰 심리적 갈등과, 이를 치료해 줄 강력한 철학적 처방전이 들어있다. 하이데거는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평판에 휩쓸려 무비판적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비본래적인 삶'이라고 보았고, 거기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본래적 삶'이라고 했다. 세상이 정해놓은 유행이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사는 삶은 결국 나를 잃어버린 가짜 삶일 뿐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중심이 세워진다.
이 내용을 내 삶에 대입해보자면, 남들이 다 찬다는 명품 시계, 유행처럼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을 보며 나도 저걸 가져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걸까 불안해했던 기억이 스친다. 하이데거 기준대로라면, 나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진짜 내 취향을 잃어버린채 가짜 삶을 살고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