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 미묘한 반발심이 생겼다. 감각이란 본래 인간이 타고나거나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는 아날로그적인 영역인 반면 AI는 철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디지털의 정점이다. 차갑고 정교한 AI에 감각이라는 인간적인 단어를 나란히 붙인다는 것이 과연 유효할지 의아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 어색한 조합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된다. 저자들은 AI를 다루는 테크닉이 아니라, 도구 앞에 선 인간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강의실에서 저만 모르는 것 같다 라며 망설이던 한 사람의 고백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겉으로는 기술에 대한 뒤처짐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과연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담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가며 회복해야 할 여덟 가지 감각(두려움, 질문, 의심, 책임, 경계, 경험, 타이밍, 사람)을 설명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의 단단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스러운 문장에 속지 않으려면, 눈으로만 읽어서는 부족하다. 가수가 음을 듣듯이, 결과물의 작은 어긋남을 듣는 귀가 필요하다.(p83)
기술의 유용성 뒤에 숨은 함정을 경고하는 의심 감각과 책임 감각의 영역은 흥미롭다. AI는 틀린 말조차 너무나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포장을 해낸다. 책 속 표현대로 틀린 말이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가오면 인간은 쉽게 매료되고 비판적 사고를 멈추게 된다. AI가 매끄럽고 완벽해 보이는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생산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지더라도 최종적인 선택과 책임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선언이다. AI에게 단순히 작업을 맡기는 것과 도구로 쓰는 것의 차이를 분명히 하며, 창작자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과 윤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