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융의 이면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파괴적이었다. 전 세계 GDP의 두 배를 훌쩍 넘는 238조 달러 규모의 그림자 금융(NBFI)이 어떻게 국가의 규제와 감시망을 피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지 보여준다. 금융 메커니즘들은 경제학적 이해를 요구할 만큼 낯설고 난해했지만, 동시에 자본의 탐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미래의 가치를 현재 금액으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이라는 회계 기법이 월스트리트 투기꾼들이 지구의 기후 미래와 화석 연료 투자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쓰인다니 충격적이었다.
클린턴 시절의 법 개정으로 시카고 상업거래소의 투기 세력이 고삐를 풀고 식량 가격을 폭등시켜 기아를 유발한 과정이나, 마거릿 대처 혁명 이후 주택과 공공 자산이 급격히 금융화되면서 평범한 이들의 주거권이 투기판의 신용 담보물로 전락하는 구조는 실물 경제의 상식을 뒤엎는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금융 감시 기관들이 실질적인 규제를 회피사는 사이, 시스템이 붕괴하면 그 모든 손실과 위험이 고스란히 개인연금 수급자들에게 전가되는 약탈적 구조를 읽다보니 분노가 치밀었다.
거대 자본에 대한 고발을 알게 되어 새로웠고, 앞으로 삶에 대한 지혜와 주체적인 포지션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고민도 된다. 자산 경제의 폭등 속에서 대열에 합류하지 못해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과 소외감은 나의 나태함이 아니라 왜곡된 카지노 시스템이 만들어낸 착시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세상이 주입하는 투기적 유혹에 흔들리기보다, 금융 자본주의의 민낯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주체적인 일인이 되어야 하겠다. 숫자로만 환산되는 자산의 노예가 되지 않고, 나의 소중한 일상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분명한 기준을 세워준 고마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