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 저자는 어려운 내용을 현실 사례로 연결해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난 강사다. 경제 철학 사회 문제를 공부하고 싶을 때면 그의 강의를 찾아 듣곤 했다. 복잡한 개념도 일상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방식 때문에 쉽게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방송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즐겨 보며 저자의 강의를 기다릴 정도로 팬이었는데, 미술사 강의 오류 논란으로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신간 <최진기의 지금 다시 경제학>으로 돌아와 반가움이 컸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혼란스러운 경제 현실을 다시 이해해 보자는 취지로 이 책은 의미있게 읽었다. '왜 내 월급만 빼고 모든 게 다 오르는가?' 이 질문은 누구나 품고 있는 의문일 것이다. 물가와 자산, 달러 강세, 양극화 현상의 심화, 이와 같은 현실 문제를 리얼하게 파헤친다.
숫자보다는 경제의 흐름과 구조 자체를 이해시키겠다는 그의 의도가 엿보이듯 그래프와 도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다. 경제는 정치와 철학, 인간 사회 전체의 흐름을 모두 연결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영역 같다. 주식 시장의 붐과 함께 국민들의 경제 관념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저축만의 시대는 이제 아닌 듯하다. 금리와 환율, 물가, 주식과 부동산 흐름까지 스스로 공부하며 자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 뉴스 하나에도 예민하게 사장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차분히 읽으면서 분석해보고 이해하면서 현실 경제 공부를 하는 재미가 있다.
혼란스러운 6가지 현실 경제 상황의 공통점은 기존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분석하는데, 그 내용을 읽으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교과서 속 경제학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해와 공감이 컸다.
이 책은 두 가지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첫째,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둘째, '서로 다른 현상처럼 보이는 이 6가지 사례를 하나의 일관된 논리 틀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p11)
저자는 비트코인과 금의 부상, 소득 증가 없이 계속 오르는 부동산 가격, 여전히 강한 달러,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 혼란스러운 현실 경제의 공통 원인을 '돈의 가격'이 왜곡된 실질금리 마이너스 환경에서 찾는다. 그리고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경제사, 화폐-금융론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사실 복잡한 경제 현상들이 쉽게 이해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다.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 것인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대공황 직전의 광란의 20년대와 미국의 도금 시대,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 그리고 오늘날의 AI 혁명까지 이야기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와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연결된다.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AI 혁명의 물결 역시 기술 발전 자체보다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