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인식과 감성지능에 대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강점과 약점, 감정과 행동 방식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조직을 이끈다고 말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리더십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했는데, 그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과거 동료들의 조언을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들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려 했던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사람의 미묘한 감정까지 완전히 읽어내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팀원이 평소보다 조용한 이유를 눈빛과 분위기에서 먼저 알아차리는 일, 말하지 않은 감정을 살피는 일은 여전히 인간 리더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신호들을 지나쳤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학습민첩성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빠르게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AI 시대 리더의 생존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유튜브에서 저자의 강연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책 속 메시지가 실제 현장 경험과 연결되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실패와 역경을 경험한 리더가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위로가 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여성 리더나 중간관리자의 사례가 좀 더 있었으면 했다. 대기업 임원 중심의 맥락이 주를 이루다 보니, 공공기관이나 중소기업, 혹은 내 또래 여성 리더들이 AI 전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그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 실질적인 질문을 남겼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내가 리더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뭔지. 속도에 쫓기느라 놓치고 있는 방향은 어디인지. 저자가 말하는 '비전 제시'가 결국 그 방향을 찾는 일이라면, 나는 퇴직 전 남은 시간 동안 그 일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