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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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현대인의 식탁에서 빵은 더 이상 특별한 간식이 아니다. 아침을 대신하는 식사이자, 바쁜 오후의 허기를 달래는 선택이며, 때로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다. 쌀 중심의 식문화 속에서도 빵은 어느새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고, 편리함과 위로라는 두 얼굴로 현대인의 하루를 채운다. 나 역시 빵을 좋아해 거의 매일 빵을 먹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라는 제목은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흥미로움은, 빵이 결코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빵을 빠르게 먹고 잊어버리는 음식으로 여기지만, 이 책 속에서 빵은 언제나 머무는 시간을 동반한다. 빵을 고르며 잠시 망설이는 순간, 종이봉투를 여는 손끝의 감각, 한입 베어 문 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숨 고르기까지, 작가들은 그 짧은 장면들을 놓치지 않는다. 우울하거나 화가 났을 때 빵을 먹거나 굽는 장면들에서는, 감정을 해결하기보다 감정과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 빵을 통해 드러난다. 우울해서 빵을 구웠어, 화가 날 땐 빵을 먹어라는 문장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그 마음으로 하루를 지나가게 해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빵이 개인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를 이어주는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엄마와 나눠 먹던 모카빵, 가족에게 건네는 소금빵, 친구에게 보내는 딸기 타르트 같은 이야기들은 빵이 감정을 설명하는 매개체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서의 빵은 하루의 온도를 적당히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기쁠 때 빵을 나누는 장면들에서는 성취나 성공보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책의 흐름은 빵을 담고 우울과 분노를 통과하며 다시 기쁨과 닮아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했음에도 글의 온도는 과도하게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이런 날도 있었어하고 조용히 옆에 앉아 이야기해 주는 느낌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해 깨진 기존의 관념이 있다면, 정신건강은 거창한 관리나 극적인 변화에서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돌보는 일을 특별한 결심이나 시간 확보의 문제로 여기지만, 이 책은 빵 한 조각처럼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결국 삶을 버티게 한다고 말한다.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제맛을 내는 빵처럼, 삶 역시 기다림과 흔들림을 통과하며 각자의 맛을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는 과장 없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요즘 유난히 자신을 챙기는 일이 미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일상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빵을 통해 삶의 분위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역시 어떤 빵의 질감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삭하거나 말랑하거나, 때로는 질기지만 결국 씹어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빵과 삶의 관계를 떠올리며 함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는 〈줄리 & 줄리아〉가 있다. 요리를 매개로 일상을 견디고 기록하는 이 영화는 거창하지 않지만, 하루를 통과하게 만드는 작은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먹는 빵 한 조각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을 살아낸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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