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디아 - 트럼프 알고리즘을 해부하다
이지윤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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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삼프로TV〉 이진우 기자의 추천이었다. 트럼프를 다룬 책은 이미 많지만, 평가나 비판이 아닌 그의 작동 원리를 분석했다는 설명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국제 정세나 미국 정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편이라 내용이 어렵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쉽지 않으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었다.

이 책은 트럼프를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나 돌출적인 정치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를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축적한 비즈니스 알고리즘을 정치의 영역으로 옮겨온 인물로 조명한다. 이 책이 집중하는 대상은 트럼프의 말이나 태도보다는 그 말과 행동이 반복적으로 성공을 만들어낸 구조와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휘둘리기보다는 그 이면에서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읽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분명하다. 트럼프를 감정적으로 비난하거나 찬양하는 태도로는 오늘의 국제 질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현직 국제부 기자인 저자는 수년간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직관이 어떻게 정책과 숫자로 번역되고, 누가 그 과정을 설계하며, 어떤 방식으로 권력이 유지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트럼프라는 세계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라 신선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트럼프의 뿌리가 되는 비즈니스 세계관이 다뤄진다. 그는 단순한 이익에 만족하지 않고,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더 빼앗아야 승리를 실감하는 포식자의 사고방식을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체득했다. '나는 된다'라는 수비 전략과 '내가 맞다' 라는 공격 전략은 그의 말버릇이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생존 공식으로 기능한다. 특히 노이즈 마케팅과 셀프 홍보를 통해 비난조차 관심이라는 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은, 트럼프 정치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중반부로 갈수록 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인상적인 점은 트럼프 2기가 즉흥이나 혼란이 아니라, 그의 거친 상상을 정책과 숫자로 구현하는 정교한 시스템 위에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부통령 JD 밴스를 비롯해 재무, 외교, 이민, 기술과 자금 분야의 핵심 인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트럼프의 세계관을 현실 정치로 구현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트럼프를 독자 플레이어로 보면 나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 책은 트럼프가 왜 위기마다 살아남는지, 왜 대중이 그의 거친 언사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설명한다. 기득권에 대한 분노와 결핍을 정확히 포착해 권력의 연료로 전환하는 방식, 그리고 관세와 감세,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은 선동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국제 정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 정치의 구조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후반부에서는 트럼프를 상대하는 해외 국가들의 대응 방식이 다뤄진다. 이 책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트럼프가 외교를 가치나 명분보다 계약과 투자, 실리의 언어로 재정의한다는 점이다. 중동, 유럽, 일본, 영국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감정적 반발보다 솔직함과 명확한 이해관계 설정이 트럼프를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부분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가 트럼프 현상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트럼프는 이미 국제 질서와 시장, 외교와 안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놀라고 분노하는 데서 멈춘다면 우리는 늘 뒤늦게 반응하는 관찰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의 세계관과 알고리즘을 이해할 때 비로소 대응 가능한 시나리오가 생긴다.

국가 차원에서는 트럼프의 언어와 논리를 정확히 읽고,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협상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개인 차원에서도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노이즈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식, 자신의 세계관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태도, 지지층의 결핍을 정확히 읽는 능력은 정치 영역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

국제 정세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분명 쉽지 않은 독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든 힘은, 트럼프를 하나의 구조와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그의 말 한마디에 과도하게 흔들리기보다, 그 이면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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