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트럼프가 왜 위기마다 살아남는지, 왜 대중이 그의 거친 언사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설명한다. 기득권에 대한 분노와 결핍을 정확히 포착해 권력의 연료로 전환하는 방식, 그리고 관세와 감세,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은 선동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국제 정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 정치의 구조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후반부에서는 트럼프를 상대하는 해외 국가들의 대응 방식이 다뤄진다. 이 책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트럼프가 외교를 가치나 명분보다 계약과 투자, 실리의 언어로 재정의한다는 점이다. 중동, 유럽, 일본, 영국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감정적 반발보다 솔직함과 명확한 이해관계 설정이 트럼프를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부분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가 트럼프 현상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트럼프는 이미 국제 질서와 시장, 외교와 안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놀라고 분노하는 데서 멈춘다면 우리는 늘 뒤늦게 반응하는 관찰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의 세계관과 알고리즘을 이해할 때 비로소 대응 가능한 시나리오가 생긴다.
국가 차원에서는 트럼프의 언어와 논리를 정확히 읽고,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협상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개인 차원에서도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노이즈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식, 자신의 세계관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태도, 지지층의 결핍을 정확히 읽는 능력은 정치 영역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
국제 정세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분명 쉽지 않은 독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든 힘은, 트럼프를 하나의 구조와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그의 말 한마디에 과도하게 흔들리기보다, 그 이면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