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구·산업 구조 분석이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도시의 흥망을 극명하게 가르는 요인이라는 점, 반도체 중심 축이 왜 계속 견고한지, 교외 택지 개발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은 모두 구조적 논리에 기반한다. 특히 지방 소멸의 원인이 항상 ‘중심지의 약세’가 아니라, 교외 개발로 인한 인구 분산이라는 저자의 관점은 기존 사회적 통념을 뒤흔든다. 도시의 생명력은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인구·산업·도시 기능이 결합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통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지만, 이 책은 교통망 건설이 언제나 예측보다 훨씬 느리고 복잡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GTX-B·C의 지연, 지하화 계획의 기술적 제약, 지반 문제, 노선 갈등 등은 현재 한국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교통 인프라를 미래 가치의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저자의 분석은 교통망 하나로 도시 미래를 판단하는 단순화를 경계하도록 만든다.
2부에서는 서울·경기권, 동남권, 중부권, 대구·경북, 동해안, 전북·전남, 제주 지역까지 각 지역의 특성을 구조적으로 살핀다. 서울 강남의 불변성, 1기 신도시 재건축, 반도체 벨트의 확장성, 동남권의 방위산업, 전북의 새만금 이후 과제, 제주 공항과 균형 발전 이슈까지 지역별 분석이 매우 촘촘하다. 지역의 미래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산업·인구·교통·정치가 다층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특히 ‘동남권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전북·전남 소권의 구조적 어려움’은 국제 정세와 인구 구조의 영향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도시 2026>은 개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도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저자의 정교한 분석은 도시 연구자·정책 이해자뿐 아니라 부동산·지역 이주·사회 정책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미래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에 기반해 어떻게 도시를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뉴스와 정치적 메시지에 흔들리기보다 도시를 움직이는 구조의 힘 - 정치 일정, 국제 관계, 인구, 산업, 교통- 을 먼저 보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 도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고 도구를 제공한 책이다.이 관점은 한국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유효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