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러 군데 있지만 특히 두 가지가 인상적이다. 하나는 실무적 사례들이다. 판매 데이터와 광고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광고비를 재배분하여 매출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린 구체적 사례는 실전의 힘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법적·윤리적 장벽에 관한 서술이다. 생성형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학습용 데이터의 공정한 사용, 책임 주체 규명 등은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논점임을 보여준다. 이 두 부분은 기술 낙관론과 기술 공포 양쪽을 동시에 눌러주는 균형 잡힌 서술로 다가왔다.
또한 실리콘밸리 관찰로서 책이 제공하는 통찰도 강력하다. 트럼프 2기와 같은 정치적 변화가 A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오픈소스 전략을 둘러싼 미·중 경쟁, 반도체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구도는 한국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재설정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한국이 갖춘 반도체 인프라와 콘텐츠 경쟁력을 장기적 비전과 결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희망적이나 동시에 현실적 과제들을 드러낸다.
이 책을 내 삶에 적용하는 방안은 분명하다. 일상 업무나 소규모 비즈니스에서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구조화해 작은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AI 도구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데이터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지표를 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법적·윤리적 고려를 초기에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 방법임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상군이 있다. 비즈니스 리더와 창업가, 데이터 분석가와 제품 매니저, 투자자와 법률가, 그리고 공공정책 입안자들이 특히 읽어야 한다. 일반 독자 중에서도 AI의 실제 활용과 한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익한 기초 틀을 제공한다. 다만 기술적 깊이를 기대하는 연구자나 엔지니어에게는 일부 내용이 실무적 사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소 얕게 느껴질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관찰이 강해 일부 사례와 정책 논의가 한국 현실에 바로 적용되기엔 추가적 해석이 필요하다. 또한 실행 지침이 실무 사례 중심인 반면 중소기업이나 공공 부문이 당장 따라 하기엔 비용·인력 측면의 구체적 대안이 부족하다. 더불어 기술의 한계와 실패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이 좀 더 있었으면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하면 이 책은 ‘AI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책이다. 기술 자체의 경이로움에 취하지 않고 데이터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실무적 통찰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각 조직의 상황에 맞게 한국적 맥락과 자원 제약을 고려한 추가적 전략 수립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AI 시대에 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