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 1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4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특별함이 더하다. 일본어로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쓰면서 앤의 감정과 생각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글자의 형태와 뜻을 확인하느라 천천히 진행되지만, 문장이 손에 익으면서 마음속으로 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필사하는 동안 집중하며 마음이 정리되고, 하루의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는 동시에 앤의 희망과 상상력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손끝에서 살아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내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작은 마법처럼 느껴진다.

<빨간머리 앤 1>은 읽는 동안 마음이 천천히 따뜻해지는 책이다. 고전이지만 낡지 않았고, 앤의 밝음과 상상력, 긍정적인 태도는 시대를 넘어 지금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오다운 번역은 원작의 맑고 서정적인 감성을 자연스럽게 살려 읽는 내내 문장이 흘러가는 리듬이 편안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풍경과 사계절의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져, 앤의 상상력과 함께 독자 마음도 자연 속에 녹아드는 느낌을 준다. 마릴라의 단단함과 매슈의 따뜻함, 앤의 생동감이 서로 대비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독자는 앤의 성장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까지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 번역본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일은 아직 아무 실수도 없는 새로운 날”이라는 의미가 담긴 문장은 앤다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며, 필사하면서 반복해 쓰는 순간마다 그 말의 힘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 일본어 특유의 리듬과 문장 구조를 손으로 느끼면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몰입과 만족감을 얻는다. 필사가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앤의 세계를 느끼고 감정을 체화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근 북콘서트에 다녀왔는데, 그 자리에서 느낀 가장 큰 흐름 중 하나는 필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나는 시대는 지나가고, 독자들은 읽고 느낀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기며 마음에 담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빨간머리 앤 1>과 같은 책은 특히 이런 흐름에 잘 맞는다. 필사라는 활동을 통해 앤의 감정과 희망, 상상력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과정은 단순한 글쓰기 연습을 넘어 마음을 정리하고 자기 성찰을 돕는 특별한 시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어 필사라는 활동과 결합했을 때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읽고, 쓰고, 다시 곱씹으며 앤의 희망과 상상력을 손끝으로 느끼고 마음속에 새기는 시간은, 책을 덮은 뒤에도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